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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엠비케이(MBK)파트너스는 태생이 사모펀드라고 하지만 기업의 주인으로서 사업과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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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지속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의 실적은 계속 내리막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탓인지 모두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피해를 입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전처럼 쇼핑하면 된다. 하지만 홈플러스에 소속된 임직원 2만여 명 외에 수많은 협력업체의 구성원과 매장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당분간 답답한 상황을 겪어야 할 것 같다. 급여, 각종 수수료, 물품 및 판매대금 정산과 관련해 제때 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향후에 일자리를 잃거나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더 힘들게 할 것이다. 또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신청 직전에 발행한 기업어음과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도 재산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칠 것이다.

사모펀드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는 2015년 10월 네덜란드 기업 테스코홀딩스의 홈플러스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사실 그 당시의 지배구조는 좀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엠비케이파트너스가 3조원으로 한국리테일투자와 한국리테일투자이호라는 회사를 세웠고, 이 회사들이 홈플러스홀딩스를 지배하고, 다시 홈플러스홀딩스가 홈플러스스토어즈라는 회사를 지배하는데 이 홈플러스스토어즈가 홈플러스의 100% 지배기업이다.

대주주에 1조원 넘는 배당금

엠비케이파트너스는 테스코홀딩스에 인수대금 7조2천억원을 납입하기 위해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주식을 담보로 3조원을 대출받았고, 홈플러스의 유형자산을 담보로 1조2천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즉, 엠비케이파트너스는 3조원의 자본금과 4조2천억원의 차입금으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셈이다.

2015년만 해도 쿠팡의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했지만 5천억원이 넘는 영업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던 반면, 홈플러스는 7조원의 매출액에 2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 엠비케이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무리해서라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더 키우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쪼그라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엠비케이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대출도 상환해야 하고 투자한 원금도 회수해야 했다. 결국은 홈플러스가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10월 인수된 이후 3년간 홈플러스가 대주주를 상대로 지급한 배당금은 총 1조2천억원이 넘는다.

없는 살림에 배당도 줘야 하고 대출도 갚아야 하니 결국은 매장을 매각하기에 이른다. 2016년 이후에 28개의 점포와 물류창고를 매각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매각 후 다시 매장을 임차해 쓰는 중이라 나가는 돈만 1년에 4500억원이나 된다. 결국 홈플러스의 손익과 현금흐름을 개선하지는 못했고 급한 불을 끄기에만 급급한 모양새였다.

2024년 2월 말까지 결산을 끝낸 홈플러스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 6조9천억원에 영업적자 199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당기순손실은 5743억원이나 된다. 회사는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은 2018년부터다.

어렵기는 업계 1위인 이마트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이마트는 매출액 15조원에서 큰 변동이 없을 정도로 정체인 상황이다. 영업이익은 매년 600억~700억원씩 줄어들었다. 이제는 영업이익률이 0.8%밖에 안 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계속 사업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하고 매년 2천억~3천억원의 투자로 전국의 매장을 리뉴얼해 고객을 불러모으고 계열사인 스타벅스, 쓱닷컴, 지마켓 등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려고 한다.

경기침체기이지만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품과 공산품은 필수소비재 성격이 많아 수요가 줄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다음날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니 성장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는 전세계가 똑같이 겪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다.

미국의 월마트도 살아남기 위해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을 했고 미국과 인도의 이커머스 기업들을 인수했다. 온라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전세계에 8천 개가 넘는 월마트에 픽업, 딜리버리 시스템을 설치해 실적을 회복시켰다.

코스트코 성공이 말해주는 것

코스트코는 오히려 매년 점포를 새롭게 열었고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성장 중이다. 이 기업은 오프라인 유통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코스트코의 사업전략은 명료하다. 대량 매입을 통한 상품 마진 확보와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해 4천 개 미만의 품목만 판매한다. 반품이 자유롭고 특정 전자제품은 90일 내 반품을 허용하는 조건에 더해 무상 기술지원 서비스와 보증기간 연장 등 회원들이 만족할 만한 정책을 펼친다. 주유소를 제외하고 주 7일 70시간만 영업해 관리비를 최소화하면서 절감된 비용만큼 고객에게 가격 할인으로 돌려주니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전세계 코스트코 회원 탈퇴율이 10%도 안 될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강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라서 최대한 빨리 원금과 적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회수(Exit)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도, 이렇게 회사와 많은 이해관계자의 삶을 망가트려가면서 한 푼이라도 더 챙겨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사업을 잘해야 했는데 정말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다른 경쟁사나 국외 기업들은 온라인 공룡기업들에 밀리지 않기 위해 힘들게 발버둥 치는데 말이다.

태생이 사모펀드라고 하지만 기업의 주인이 됐으면 그 기간은 사업과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러면 기업의 가치는 자동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박동흠 공인회계사·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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