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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86
윤석열 석방·이재명 졸속판결 ‘사법 쿠데타’ 조짐
윤 선거 과정서 허위사실 언급은 수사조차 안 해
법관 탄핵, 형사소송법-선거법 개정 주저 말아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우리는 다섯개의 쿠데타를 겪고 있다.

첫째, 친위 쿠데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국회의 신속한 비상계엄 해제 결의, 시민의 저항,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으로 막을 수 있었다.

둘째, 여론 쿠데타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태극기 부대와 극우 유튜버들이 계엄 옹호, 탄핵 반대 여론을 조장했다.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석방으로 기세가 꺾였다.

셋째, 헌재 쿠데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을 거부해 헌법재판소를 무력화하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막으려 한 것이다.

넷째, 사법 쿠데타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줬다. 대선 전에 졸속 재판으로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목숨을 끊으려 했다. 항소심 무죄 선고로 어려워졌지만, 법원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섯째, 정치 쿠데타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세력은 한동훈 대표를 제거해 국민의힘에 극우 세력의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고 영구 집권하려고 했다. 실패했다. 이번에는 한덕수 권한대행을 불러내 당 안팎의 보수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정치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꽤 일리 있는 분석입니다. 사법 쿠데타와 정치 쿠데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치 쿠데타’가 국민의힘 지지자나 보수 성향 유권자의 관심사인 데 비해 ‘사법 쿠데타’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압도적 1위 대선 주자가 6·3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대통령 당선 뒤에도 계속 재판을 하는 것인지,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면 대통령직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등 하나하나가 다 엄청난 폭발력을 지녔습니다.

법은 정치를 뒷받침하는 장치입니다. 정치가 우선이고 법은 나중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법이 정치를 구박하고 있습니다.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법을 모르면 정치를 이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정치부 기자도 법을 알아야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정치 양극화와 정치의 사법화로 나타나는 폐해입니다.

6월3일 전까지 피선거권 박탈하는 판결 나온다면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고 파기환송했습니다. 서울고법은 바로 다음날 사건을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했습니다. 재판부는 즉각 첫 공판 기일을 5월15일 오후 2시로 지정하고 소환장과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이런 걸 ‘초스피드’라고 합니다. 5월15일이면 대선 후보들이 후보 등록을 마치고 한창 선거운동을 하는 시기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공판기일을 다시 지정해야 합니다. 다시 지정한 기일에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변론을 종결할 수 있고 선고도 가능합니다. 첫 공판 기일 바로 다음 날인 5월16일에 선고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재판부가 5월16일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하면 이재명 후보는 재상고할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374조가 정한 상고 기간은 7일입니다. 7일을 계산할 때는 형사소송법 66조에 따라 판결 선고 당일은 뺍니다. 5월23일까지 상고하면 됩니다.

상고하면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78조에 따라 소송기록을 접수했다는 통지를 해야 합니다. 이 통지도 송달 절차가 필요합니다. 피고인은 형사소송법 379조 1항에 따라 20일 안에 상고 이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상고 당일 송달이 이뤄진다고 해도 대선 이후인 6월12일까지만 상고 이유서를 내면 됩니다.

대법원이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상고 이유서 없이 6월3일 이전에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확정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요?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대법원은 더는 사법부라고 할 수 없게 됩니다. 대한민국을 더는 국가라고 할 수 없게 됩니다. 시민 혁명과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리기 위해 선고 기일을 지정하는 순간 국회가 신속히 대법관들을 탄핵 소추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사법 쿠데타’를 막을 수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5월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문제는 이어집니다. 재판이 열리고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공직선거법 264조(당선인의 선거 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를 근거로 ‘당해 선거’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사퇴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잘못된 주장입니다.

공직선거법 266조(선거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는 허위사실 공표죄로 “징역형을 받으면 10년간,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5년간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에 취임할 수 없으며, 이미 취임 또는 임용된 자는 그 직에서 퇴직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직’에는 ‘국가공무원법 2조(공무원의 구분)에 규정된 국가공무원’이 포함됩니다. 국가공무원법 2조는 ‘선거로 취임하는 정무직 공무원’을 ‘특수경력직 공무원’으로 분류합니다. 대통령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6월3일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당장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입니다. 6월3일 이전에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선고하지 않으면 그 재판부가, 선고하면 재상고심인 대법원이 헌법 84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에 ‘이미 진행 중인 재판 진행’이 포함되는 것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법원이 재판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대통령이 법원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둘째,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공소를 취소하거나 재임 기간에 공판을 중단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혹시 법원이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가리면 됩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 불소추특권 없는 미국도 트럼프 재판 중지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국 검찰은 법원에 재판 절차 중지 요청서를 제출했습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자신과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성인물 배우에게 돈을 주고 회사 장부에는 다른 용도로 기재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검찰의 재판 중지 요청 이유는 “대통령 직무를 존중하며 이에 수반되는 막중한 의무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도널드 트럼프는 형사 피고인으로 유죄이지만, 대통령직에 당선된 인물로서 피고인을 판결의 심각성으로부터 보호할 이유가 있다”며 형량 면제 판결을 내렸습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해 권력을 위임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판결입니다.

우리나라 검찰과 법원이 미국처럼 할 수 있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 검찰과 법원, 다수의 검사와 판사들은 사법 카르텔이라는 기득권 세력의 구성원들입니다.

윤석열 지키기에 갖다 바친 불고불리 원칙

사실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애초 검찰의 기소부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불고불리’(不告不理)라는 말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에서 공소 제기가 없는 한 심리를 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늘어놓은 수많은 허위 사실은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가진 기소편의주의, 기소독점주의 때문입니다. 이재명 후보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과 검찰이 짜고 벌인 ‘야당 탄압’입니다.

정치인들 자신의 잘못도 있습니다.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2월16일 여야는 공직선거법 250조(허위사실공표죄) 1항의 ‘당선 목적 허위 사실’을 “소속·신분·직업·재산·경력 등”에서 “출생지·신분·직업·경력 등·재산·인격·행위·소속단체 등”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을 철저히 막기 위해서였겠지만, 결과적으로 검사와 판사들의 손에 정치인 생살여탈권을 쥐여준 꼴이 됐습니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를 유죄로 판단한 부분이 바로 ‘행위’에 관한 허위 사실 공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허위 사실의 범위를 이처럼 넓게 잡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행위’를 삭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을 이렇게 개정하면 법원이 면소 판결을 해야 합니다. ‘이재명 살리기 입법’이라는 비난이 일겠지만, 그래도 개정하는 것이 옳습니다. 참고로 ‘인격’은 2015년 12월24일 공직선거법 개정 때 빠졌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해 입술을 다물고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 모든 내용은 6월3일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낙선하면 이 복잡한 논쟁은 의미가 없게 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층 일부가 지지를 유보하고, ‘지지 후보 없음’으로 빠져 있던 보수층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때마침 국민의힘 후보 결선 투표 기간이었기 때문에 보수층이 과다 대표될 수도 있습니다. 6월3일까지 꼭 30일 남았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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