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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도 "올해처럼 장사 안되긴 처음"


한산한 창신동 문구거리
[촬영 장보인]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장보인 기자 = "10년 전만 해도 어린이날에는 이 시장에 사람들이 밀려 다녔어요. 이제는 보기 드문 일이 됐죠."

지난 2일 찾은 서울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 이곳에서 43년 일했다는 이모(68)씨는 썰렁한 골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띄긴 했지만, 거리는 붐비지 않았다. 그나마 손님이 몰리는 곳은 장난감 가게들로, 문구류·팬시용품이 늘어선 곳엔 발길이 뜸했다.

이씨는 "문구류가 잘 나갔던 것은 옛날"이라며 "도매로 사 가는 동네 문방구들이 문을 닫으니 우리도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학교 앞 사랑방이자 상권의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았던 문방구는 실제로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통계청과 문구유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990년대 약 3만개 수준이던 문방구는 2017년 1만개 이하로 줄더니 지난해 1월 기준 7천800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문방구가 사라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초등학생에게 기본 학용품과 수업 준비물을 지원하는 '학습준비물 지원제도'가 2011년 전국에 시행되고, 학교가 조달청을 통해 주로 대형업체로부터 납품받으며 지역 문방구는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저출산으로 학령 인구가 줄어들었음에도 편의점, 대형마트가 다양한 문구류를 저렴하게 팔기 시작하며 학생들의 발길을 빼앗고 있다. 여기에다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며 오프라인 문구점은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창신동 시장에서 20년 이상 일했다는 한 중년 여성은 "코로나19 때부터 온라인 구매가 확연히 많아졌다"며 "올해처럼 장사가 안되는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기기가 어린이들 사이에 확산하는 점도 문방구의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 8살 딸을 둔 주부 강모(42)씨는 "올해 학교에 입학했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공책에, 볼펜에 잔뜩 사주셨는데, 아이들은 다 패드를 쓴다"며 "필요하지 않아 골치"라고 했다.

남은 문방구 중 일부는 무인 문구점이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건비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이지만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문구점 단체들은 학습준비물 지원제도에 동네 문방구의 참여를 보장하고, 대형 유통업체가 문구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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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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