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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인사이트]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 급등과 달러 가치 급락 등 국제금융시장의 탈달러화 흐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주를 두 번이나 ‘일단’ 멈춰 세웠다. 최악의 관세정책 발표 후 장기 국채금리가 치솟자 발효 13시간 만에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전격 유예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체계적인 해고 계획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전술적으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 “나는 Fed에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나는 10년 국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기준금리가 아닌 국채 10년 금리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막대한 정부부채가 임계점을 지나면서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패권 유지를 위협하고 있다. 장기금리 급등은 조달금리 상승을 통해 정부의 부채 규모와 재정부담 악화를 가속하는 위험 요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팬데믹을 지난 2021년까지 미국의 정부부채가 대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이자부담은 오히려 감소했다. 국채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하며 이자 비용을 낮춰줬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 금리는 2012~2021년 10년 동안 평균 2.01%로 낮게 유지되었고 2020년 8월에는 역사상 가장 낮은 0.51%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팬데믹과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Fed가 2022년 3월부터 가파른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자 통화 긴축은 더욱 강화되었다. 그 여파로 주요국들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장기금리 급등은 이미 대규모로 불어난 국가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을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이자 지급액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재정적자는 1.8조달러로 GDP의 6.4%에 달한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024년 98%에서 2034년 11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중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06%보다 많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감세와 재정 확대가 반영되면 숫자는 더 악화된다.

눈에 띄는 것은 이자를 갚기 위한 비용, 즉 ‘순이자 지출’이다. 순이자 지출은 2024년 8811억 달러로 국방비 지출을 넘어섰다.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의 무려 62%가 이자를 갚기 위해 사용된다. 저금리에 발행되었던 장기국채가 만기도래와 함께 고금리로 차환 발행되면서 이자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자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차입을 늘리면 (국채를 발행하면) 채무와 이자 비용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다.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2024년 연방정부 지출 중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1%, 순이자 지출이 13%를 차지한다. 결국 26%를 차지하는 재량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국방비 12%를 제외한 비국방 지출은 14%에 불과하다.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2024년 말 미 국채 발행잔액은 28.6조 달러다.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71%나 급증했다. 연평균 11.3%의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공급 측면에서 국채 발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결국 수요가 그에 맞춰 증가해야 한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투자하는 주체는 외국인과 Fed다.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금액은 2024년 말 기준 8.5조 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발행잔액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하면서 미 국채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금융위기 전후 55%에서 2024년 말 기준 30%로 줄었다. Fed는 2022년 초 25%까지 늘기도 했으나 2024년 말 기준 15%로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개인, 법인 등 ‘기타’ 투자자다. 2021년 말 6% 비중에 불과하던 기타 투자자는 2024년 말 22%(6.0조 달러)까지 급증했다. 민간 부문에서 외국인을 제외하면 국채시장 최대의 큰손 투자자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개인들의 고금리 장기국채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채권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들의 수요는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의 기관투자가들에 비해 경제와 채권시장 전망에 따른 민감도와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통적인 보험사, 연기금 등의 만기보유 투자자가 줄고 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과 법인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국채 투자자 저변의 안정성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자금의 수급 구조가 바뀌고 있다1980년대 이후 경제는 순환했지만 장기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했던 이유는 투자와 소비 등 ‘자금 수요’보다 과잉저축에 의한 ‘자금 공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보다 채권을 사거나 저축하려는 사람들이 항상 많았다. 그 영향으로 장기금리는 경기가 좋을 때 조금 상승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많이 하락하면서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경기가 나빠 자금수요가 줄면 장기금리는 하락한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자금수요가 줄어도 정부가 빌려야 하는 돈의 규모가 이를 압도한다.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정부의 부채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 전환과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재산업화 (reindustrialization), 그리고 기술혁신에 따른 데이터센터, 공장설비 지원 등 과거에 비해 엄청난 돈이 필요한 투자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강화된 복지와 고령화는 저소득층 지원과 양극화 해소 비용을 더 늘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자를 갚기 위한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채가 역대급으로 증가한 정부는 더 빌려야 하는데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다. 중앙은행은 채권의 보유량을 줄이는 양적긴축(QT)을 진행 중이고 외국인의 미 국채 수요는 정체되고 있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던 사람들은 은퇴하면서 그동안 쌓아 두었던 저축을 헐어 소비하기 시작했다.

장기금리가 경기가 좋을 때 많이 상승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조금 하락하면서 추세적으로 상승할 위험이 쌓여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기가 나빠져도 금리가 상승할 수 있는데 경제가 나빠지면 경기부양을 위해 오히려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위험, 임계점을 넘어선 주요국 정부부채,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2024년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나라들은 일본,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스페인, 영국 등 8개국이다. 중국도 2027년이면 100%를 넘어설 전망이다. 2022년 9월 영국의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는 1972년 이래 최대 규모의 감세와 에너지 부문의 보조금 지급 등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영국의 국채 10년 금리가 하루 만에 30bp 넘게 폭등하는 등 발작을 일으키며 결국 정책을 철회했다.

4월 초 일본 재무성 역시 관세 충격과 고물가 대응에 따른 대규모 추경 편성을 계획했으나 일본 국채 30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채시장 불안을 이유로 추경 편성을 유보했다. 독일도 3월 연방의회가 전후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 법안을 가결시키면서 국채금리가 급등한 바 있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와 팬데믹 당시 급격히 확대된 정부부채의 후유증을 앓는 중이다. 과도하게 늘어난 정부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경제가 부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부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트럼프가 감세와 제조업 부흥을 통해 해결하려는 방법이다. 둘째,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려서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는 방법이다. 2010년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탈출한 사례처럼 고통스러운 재정긴축을 통해 장기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셋째,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결국 채무를 조정하거나 일부 탕감받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일부 남미 국가들의 사례였고 최근 미국이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100년 만기 무이자 국채로 교환하도록 한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도 이러한 채무 조정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결 방법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를 매입하여 해결을 미루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현재 불안정한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삐가 풀릴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기적으로 관세 충격과 경기침체 위험이 정점을 형성하면서 2분기까지는 달러 자산의 트리플 약세가 되돌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부채한도 협상 마무리 이후 국채발행이 재개되고 감세정책의 속도가 빨리질 것이다. 경기침체를 가리키는 경제지표들이 발표되면서 Fed에 대한 기준금리 인하 압박과 차기 Fed 의장 인선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시도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과 국채 공급 이슈가 다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매매 목적의 장기국채 투자자라면 2분기의 장기금리 하락 되돌림을 이익실현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한다. 장기금리의 추세적인 상승을 염두에 둔 자산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경제학박사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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