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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현이 감독 이정현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의 프로그래머인 그는 '꽃놀이 간다'라는 단편을 선보인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꽃잎’(1996)으로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파란만장’(2011)으로 다시 스크린을 찾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는 ‘역시 이정현’이라는 감탄을 일으켰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1996)은 1980년 광주를 빠져나온 소녀(이정현)의 슬픔을 강렬하게 표현, 배우 이정현을 각인시킨 작품이 됐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배우 이정현(45)이 직접 “영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밝힌 출연작들이다. 그는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됐다.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에서 앞서 언급된 출연작을 포함, 직접 고른 여섯 작품이 상영 중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2004),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2005)가 선정작으로 상영된다.

이번 전주영화제에선 그가 배우이자 연출을 맡은 단편작 ‘꽃놀이 간다’(2025)도 볼 수 있다. ‘꽃놀이 간다’는 지병이 있어 마땅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중년여성 수미(이정현)가 죽음을 앞둔 엄마의 병원비가 밀리자, 병원에서 난동을 피워 엄마를 강제 퇴원시키며 생기는 이야기다.

당장 수액이 없으면 연명하기 어려운 엄마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기도하면 엄마가 다시 일어나 꽃놀이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딸의 애처로운 희망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디테일한 인물표현은 배우 이정현의 강점이자 감독 이정현의 특기가 됐다.
배우 이정현은 감독의 꿈을 키우기 위해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영상제작 전공으로 진학했다. 동기들과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작은 역할부터 큰 역할까지 가리지 않고 맡고 있다고. 사진 파인트리엔터테인먼트
지난 2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감독 이정현은 설레는 신인 연출자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영화는 “사랑하는 장르”이자, “만드는 이들을 존경하게 되는” 작업.

3년 전,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상대학원에도 진학했다. “동기들 영화에 연출부 막내로 들어가서 슬레이트치고 그래요.” 그는 소탈하게 웃은 후 “연출을 해보니 스태프들의 노고가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Q : 2022년 발생한 창신동 모자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A :
사건·사고 뉴스가 유독 마음에 들어온다. ’꽃놀이 간다’는 대학원 1학기 때 만든, 2년 전 완성된 작품이다. 기획 당시 ‘창신동 모자 사건’도 그런 뉴스 중 하나였다. 모자의 사연을 알고 너무 많이 울었다. 이 사건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니까, 사람들이 이 일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Q : 선정작 3편도 모두 사회적 문제가 녹아들어 간 작품이다. ‘복수는 나의 것’은 청각장애를 가진 공장노동자이자 아픈 누나를 돌보는 류, ‘더 차일드’는 연금과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젊은 부부, ‘아무도 모른다’는 방치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A :
내가 그런 영화를 좋아한다는 건 어제 GV(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알았다. 할리우드 상업영화도 물론 좋아하지만,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는 더 많이 와 닿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큰 아픔을 느낀다. 사건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사라지더라도, 영화는 언제든 그대로 있다. 영화를 찾아보시는 분들에게 계속해서 문제가 알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꽃놀이 간다'의 수미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속 수남이 떠오르는, 악착같은 인물이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수남,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수미의 마음은 이정현의 얼굴을 통해 각기 다르게 살아난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Q :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수미'라는 인물은 어떻게 만들었나.

A :
악착같이 살아온 사람이다. 여러 병원에서 병원비를 독촉받으며 엄마의 치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허름한 집이 재산이 되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엄마를 살려달라’고 절실히 기도하는 천주교인으로, 고해실에서 숨죽여 우는 사람이기도 하다. 강제 퇴원 후에도 엄마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는 수미는 엄마가 좋아하던 꽃놀이 관광을 보내고 싶어한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나의 경험도 반영된 설정이다. 3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그렇게 꽃놀이 관광을 좋아하셨다. 치료해야 한다고 관광을 말렸던 게 계속 후회됐다.

Q : 스태프 중, 배우 활동의 인연을 이어간 분도 있었나.

A :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2024)의 B캠 촬영감독님이 촬영을 해주셨다. 프로듀서 조언은 ‘기생수’ 프로듀서였던 PD님께 받았고, 영화음악은 윤일상 작곡가가 맡아주셨다. 다들 너무 바쁘셨는데 흔쾌히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Q : 연출로서 같이 작업하고 싶던 후배 배우가 있다면.

A :
이번 ‘꽃놀이 간다’에 제약회사 직원으로 나온 김중희 배우. 같이 군함도에 출연했었는데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보증된 연출자가 아니었던 나의 제안에도 말을 꺼내기 무섭게 ‘촬영하겠다’고 해주더라. NG도 없이 바로 촬영을 끝냈다.
수미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중간 정산을 피하기 위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의료진을 협박, 엄마를 병원에서 빼낸다. 이정현은 이러한 수미의 설정을 위해 "병원들에 사전조사를 다녔다"고 밝혔다. 사진 전주국제영화제

Q : 연출 경험이 배우로서도 자양분이 될 것 같다.

A :
연기할 때는 또 다르다. 연기자로선 연출자를 존중하려는 자세로 임한다. 감독의 디렉션 말고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면 따로 조용히 합의하고, 현장에서 감독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야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만 배우를 할 때의 경험을 통해, ‘배우들이 하나를 질문하면 열 개를 대답하는 연출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Q : 영화제 이후 '꽃놀이 간다' 상영 계획과 차기작 계획이 있나.

A :
‘꽃놀이 간다’는 틀어준다고 하면 바로 달려가야 한다.(웃음) 다음달 촬영에 들어가는 연출작이 있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는 모녀 이야기다. 엄마 역할은 내가 맡고, 딸 역할은 오디션을 앞두고 있다. 아무리 시간이 없고 예산이 부족한 단편작품이라도, 계획했던 만큼은 꼭 잘 찍으려고 한다.

Q : 배우, 가수, 감독…. 많은 도전을 하는 ‘멀티 엔터테이너’로도 불리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
독립과 상업을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때도 그렇고,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내가 보태가며 찍기도 했다. 앞으로도 좋은 시나리오를 많이 만나고 싶다. 배우로서는 제대로 된 사극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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