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여러 차례 접근했다... 요구 검토 중"
이견 드러낸 것 자체가 '협상 개시' 청신호
"미국 34%까지 낮춰야 중국이 협상 나설 것"
이견 드러낸 것 자체가 '협상 개시' 청신호
"미국 34%까지 낮춰야 중국이 협상 나설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5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맞불 관세로 강경 대응해온 중국이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이라며 슬그머니 협상의 길을 열었다. 단, "대화하고 싶다면 관세 조치를 수정하라"며 중국에 대한 관세 철폐를 협상 개시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협상이 더 아쉬운 쪽은 미국이니, 먼저 칼을 내려놓으라는 요구다. 공식 협상에 앞선 미중 간 샅바 싸움이 이미 시작된 양상이다.
대화 조건 내건 中
2일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이 최근 관계 부서를 통해 중국과 대화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미국 측) 요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미국 정부의 접촉 시도가 있다'는 중국 관영 매체 보도를 사실상 확인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대변인은 "미국 측은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철회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일방적 관세 조치 수정이 없다면 어떤 대화든 미중 양측의 상호 신뢰를 더욱 훼손할 것"이라며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은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145%(품목별 최대 245%) 추가 관세를 폐지해야 협상 개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팜비치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웨스트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극단 대립이 주도권 기싸움으로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국 간 기싸움이 사실상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 측이) 미국을 만나고 싶어한다"며 중국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까지 "중국과 대화 중이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며 협상 개시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중국은 '협상하려면 먼저 성의를 보이라'며 자세를 높이고 나선 셈이다.
양국 간 이견이 드러난 것 자체가 '협상 청신호'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로 보복 관세 폭탄을 던지며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국면이 협상을 위한 기싸움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CNBC방송은 "무역 전쟁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두 강대국이 대화에 착수할 수 있는 잠재적 경로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스위스 투자은행(IB) UBS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최소 '4월 2일 이전 수준'으로 인하한 경우에만 협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에 '34%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던 시기 이전으로 대중국 관세율을 낮추는 성의를 보여야만 중국도 비로소 대화에 나설 명분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당시 중국은 즉각 미국에 '34%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미중은 서로 관세율을 100% 넘게 올리며 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