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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아크로비스타 사저 압수수색 영장에
유엔 사무국 유치, 장관 초청 등 청탁 의혹
YTN 인수, 캄보디아 ODA, 취임식 초청도
통일교 "청탁 불필요" 김 여사 측 "사실무근"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27일 취임 후 첫 해외 순방 일정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성남=서재훈 기자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65)씨 비리 수사에서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연루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전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사저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 사안 관련 5가지 청탁과 함께 선물이 전달됐다'는 의혹이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통일교 2인자였던 윤모(48)씨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 측에 통일교 관련 각종 현안을 청탁했다고 의심하지만, 통일교는 "윤씨의 단독 행동"이라고 일축했다. 김 여사 측도 사실무근 입장을 보이고 있어,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가려질 전망이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수부(부장 박건욱)는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 윤씨와 전씨가 2022년 4~8월 김 여사에게 선물과 함께 전달한 것으로 의심되는
5가지 청탁 내용
을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저 압수수색 영장에 담았다. 영장에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 △캄보디아 메콩강 핵심 부지 국가 단위 공적개발원조(ODA) 연대 프로젝트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유치 △통일교 국제행사 '서밋 2022&리더십 콘퍼런스'에 교육부 장관 초청 관련 청탁 의혹
이 담겼다. 검찰은 '그라프'(Graff)사 목걸이와 샤넬백, 천수삼농축차 등이 전달되며 청탁이 전해졌다고 의심한다. 다만 지난달 30일 사저 압수수색에선 해당 선물들은 발견되지 않은 걸로 전해졌다.

시각물=송정근 기자


'통일교 넘버2'의 일탈? 총재의 지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청탁 내용은 대부분 통일교 현안과 관련돼 있다. △유엔 제5사무국의 비무장지대(DMZ) 유치는 통일교 숙원사업이며 △202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서밋 2022&리더십 콘퍼런스'는 통일교의 핵심 행사다. ODA를 통해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 유니온 본부' 건설 사업 등을 지원받으려 했다는 의혹도 당시 통일교 주요 사업이다. '공무원 직무에 속한' 구체적 사항과 관련한 알선 행위의 대가관계가 인정되면 김 여사에게도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검찰은 윤씨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 측에 실제로 청탁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윤씨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창시자 고 문선명 총재의 아내)의 '심복'으로 알려진 인물로, 통일교 신자인 부모 슬하에서 통일교재단 소유 선문대를 졸업한 뒤 통일교 산하 조직에 몸담고 있다가 2016년 한 총재의 눈에 들었다고 알려졌다. 비서실 사무총장에 이어 2020년 5월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발탁되며 교단의 실세로 떠올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윤씨의 행보는 더 과감해졌다.
윤씨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하순 통일교 공식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당시 당선자)과 1시간 독대했고 많은 얘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통일 세계를 위해 재정 확보가 중요하고 그 방식이 ODA"라며 "거기에서 동의한 내용들이 있었다.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라고 했다. 검찰은 그해 4~8월 윤씨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접근했다고 보고 있다.

2022년 5월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인 윤모씨가 교단 공식행사 석상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3월 22일 1시간 독대했다"고 주장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윤씨가 '무속인' 건진법사를 통해 비공식 루트로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두고는 뒷말이 무성하다. 한 총재의 주문에 따른 것인지, 윤씨 스스로 벌인 일인지는 아직 밝혀진 게 없다. 한 통일교 간부는 "한 총재의 결재 없이 청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캄보디아 ODA 사업을 추진한 것도 이북 출신인 한 총재의 '고향 땅을 밟아보겠다'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윤씨의 큰 그림이라는 얘기도 있다. 통일교의 또 다른 인사는 "한 총재 눈에 들기 위해 윤씨가 개인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윤 대통령 독대' 발언 1년 만인 2023년 5월 돌연 본부장직을 내려놓고 교단을 나온 점을 근거로 윤씨의 얘기가 허풍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윤씨는 지난해 5월 1일 선문대 부총장으로 취임했지만 올 1월 해임됐다.

통일교의 청탁 내용으로 지목된 'YTN 인수'에 대해 통일교 내부에선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통일교 측은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YTN 민영화가 추진된 뒤 당시 인수전에 뛰어든 건 글로벌피스재단"이라며 "이 재단은 창시자 문선명 총재의 3남 문현진씨가 이사장으로 있지만, 2012년 20여 차례 소송을 거쳐 결별한 사이"라고 반박했다. 문씨는 모친인 한 총재와의 갈등 끝에 2012년 무렵 교단과 연을 끊었다. 문씨 측도 "통일교와는 관계도 없고 교류도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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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결재받아" vs "사실무근"



다만 윤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모두 한학자 총재의 뜻으로 결재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
한 걸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선문대 부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그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 무렵부터 통일교 고위 인사들과 왕래를 끊었고, 최근엔 측근들과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와 전씨의 대화내역을 토대로 전씨가 대통령과 영부인, 국회의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며 그 대가로 윤씨에게서 돈을 받아 챙겼다고도 의심한다.

통일교 측에선 윤씨와의 관계에 대해 "실적을 쌓으려던 윤씨의 독단적 행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공식 루트가 있는데 그럴(선물을 주며 청탁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김 여사와 다리를 놓은 것으로 지목된 전씨 역시 검찰 조사에서 청탁 의혹을 부인했으며, 김 여사 측 역시 제기된 의혹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선물 전달 여부 및 청탁의 실체 등 정확한 사실관계는 향후 검찰 수사로 밝혀질 전망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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