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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더>
영화 <더 파더>. 판씨네마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영화 <더 파더>는 딸과 아버지의 대화로 시작됩니다. 시작부터 집중해야 해요. 아버지 앤서니(앤서니 홉킨스)와 딸 앤(올리비아 콜먼)의 얼굴을 잘 기억해둡시다. 갑자기 다른 여성이 딸로 등장하거든요. 영화 속 아버지는 어리둥절하죠. 영화를 보는 우리도 어리둥절합니다. “내가 잘못 봤나” 하며 뒤로감기를 해봅니다. 하지만 분명 다른 배우가 맞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 영화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앤서니의 눈으로 전개됩니다. 앤서니는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아 역정을 내거나, 적극적으로 따져 묻습니다. 자신의 집에 와서 “저 여기 살아요”라고 주장하는 낯선 남성에게 “댁이 내 집에 살아? 별 말을 다 듣겠군.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라고 말하죠. ‘10초 앞’을 눌러 영상을 재확인해보는 우리와 비슷한 마음일 겁니다.

그러다 앤서니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습니다. 의심의 화살이 스스로를 향하게 되죠. 딸과 사위의 얼굴, 그들이 하는 말은 계속해서 바뀌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평화로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기도 해요. 앤서니가 자신의 증상을 눈치채는 순간,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이 영화가 누구의 시선인지 비로소 깨닫습니다.

기억이 허물어져가는 앤서니는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사실만은 잊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두 딸이 있고, 자신이 두 딸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첫째 딸 앤과 달리, 둘째 딸 루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앤은 모습을 바꿔가면서까지 나타나는데 말이죠. 유독 루시를 닮은 간병인만 있을 뿐입니다. “눈부신 아이죠. 왜 연락을 안 하나 몰라” 앤서니는 그 간병인에게 이같이 말합니다.

앤서니의 시선을 따라가던 우리는, 이내 눈치챕니다. 루시는 영영 연락을 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는 것을요. 앤서니는 간병인에게 “그쪽보단 못 그럴지 몰라도 딸보단 오래 살 거요. 딸의 재산을 내가 물려받을 거요”라며 농담을 늘어놓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앤은 눈물을 꾹 참습니다. “따님 얘기 들었어요. 안타까워요”라고 말하는 간병인을 보며 우린 루시의 부재를 확신하게 됩니다.

영화는 시간과 공간이 뒤엉켜 흐릅니다. 앤서니도,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이 말도 안 되는 눈앞의 상황에 적응을 하죠. 기억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앤서니의 감정선을 천천히 따라갑니다. “내 잎사귀가 다 지는 것 같아” 앤서니는 기억을 잃는 자신을 두고 이같이 말합니다. 영화를 본 뒤 이 대사를 내내 곱씹어보게 됩니다.

앤서니는 “도대체 나는 누구지?”라며 슬퍼합니다. ‘나’를 구성하는 건 어쩌면 소중한 ‘너’ 아닐까요. 수많은 기억을 잃은 앤서니가 앤과 루시의 존재만은 잊지 못했던 것처럼요.

이 영화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받았고, 작품상·여우조연상·편집상·미술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러닝타임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더 파더>. 판씨네마 제공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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