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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2216편 추적보고서 1부. 4분 7초' 중에서)

취재팀은 조류 충돌 시각과 전후 상황을 마침내 확인했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끊긴 4분 7초의 기록은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있다. 취재팀은 답을 찾기 위해 훈련기에 올랐다.


<녹취> 오정현 / KBS 기자
"이따가 선회해서 고도를 1,300피트를 유지해야 돼요? 아니면 그보다 낮아도 돼요? (낮아도 돼요.) 그렇죠, 그러면 이따가 포인트에서 한 780~800피트 정도로 가능할까요?"

2216편과 같은 궤적으로 비행하며 그날의 상황을 재현했다. 실제 지형을 본뜬 3D 지도 위에 CCTV 위치를 표시했다. 같은 순간 각기 다른 카메라가 찍은 항공기를 점으로 찍어 연결하자 비행 궤적이 만들어졌다. ‘영상 측량’ 기법이다. 이렇게 복원된 경로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랐다.


<녹취> 오정현 / KBS기자
"이렇게 짧게 돌았던 걸로 처음에 보고가 됐거든요.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지금 우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훨씬 더, 훨씬 더 높이까지 올라가서 돌았던 걸로..."

항적 복원은 항공사고 조사의 핵심이다. 사고 순간의 항공기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야, 기체 손상 정도와 조종사 대응 과정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제주항공 2216편이 알려진 경로보다 더 멀리 날았다면, 조사 결과도 달라지게 된다.

우리는 복원된 궤적이 가리키는 쪽으로 향했다. 무안공항에서 북쪽으로 5㎞ 떨어진 마을이다.


<녹취> 오정현 / KBS 기자
"여기서 비행기를 봤다는 분이 있어요. 자기 머리 위에서 비행기를 봤다는 분이 계신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 해요. 원래 밝혀진 선회 포인트라면 여기서 비행기를 볼 수가 없어요. 머리 위에서."

사고 당일 항공기를 목격했다는 마을 주민을 만났다.


<녹취> 조양순 / 전남 무안군 주민
"내가 놀러 가면서 봤다니까. 겁나게 가깝게 떴다니까. 그래서 무서워서 도망가려고 했다니까. 여기가 바다지? 그럼 저기서 그러니까 공항 그쪽이야 바다에서 오더라니까 여기로 여기가 논이면 논에 막 가라앉게 생겼데. (여기 정말 낮게 날아왔다고요?) 응. 논에서 겁나게 낮게 떴더라고 우리 집이 여기 있는데 이렇게 돌아서 저 큰 동네로 돌아서 비행장 있는 데로 이렇게 갔어."

취재팀은 이 증언과 그대로 일치하는 CCTV 영상을 발견했다. 오전 9시 0분 52초, 항공기가 보이고, 주민 증언처럼 저공 비행하다 방향을 튼다.


최북단 선회 지점이 처음 확인됐다. 이 마을을 비롯해 취재팀이 참사 현장에서 확보한 영상은 모두 35개. 이 영상들을 시간순으로 정렬하고, ‘영상 측량’ 기법으로 궤적을 복원했다. 취재팀이 완성한 제주항공 2216편의 궤적은 이렇다.


새 떼 충돌 지점의 고도는 220 미터 가량. 메이데이 선언 직후, 조종사는 약 1500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3초 뒤 계획을 바꿨다. 엔진 출력이 이때부터 급격히 나빠졌다는 신호다.


이후 항공기는 활주로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남에서 북 방향인 제로원, 반대 방향인 원나인, 이렇게 양 방향으로 사용된다. 조종사는 왼쪽으로 크게 선회해 제로원 활주로로 복귀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초 뒤 다시 판단을 바꿨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기체를 틀었다.


이후 고도는 50여 미터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항공기는 낮은 고도에서 위태롭게 급선회 중이었다. 이 고도로 제로원 활주로까지 가기 쉽지 않은 상황, 조종사는 자연스럽게 원나인 활주로로 틀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우한울 / KBS 기자
"처음에는 이렇게 우선회해서 01 활주로로 가겠다? 이건 더 먼 길을 택한 거잖아요."

고승희 /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그렇게 할 수 있었겠죠. 왜냐하면 고도만 있었어도 (좌선회가) 더 짧을 수도 있는데 그사이에 비행기가 날아갔기 때문에 생각을 바꿔서 활주로를 보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우선회하며 19 활주로로 내린 걸로 생각이 듭니다."

잃어버린 4분 7초의 궤적이 마침내 밝혀졌다. 제주항공 2216편은 블랙박스가 끊기고도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멀리, 총 17km, 10마일을 비행했다.

제주항공 2216편 추적보고서 1부 ‘4분 7초’ [풀영상] 보러 가기
" target="_blank" title="(새창)">https://www.youtube.com/watch?v=ENs8MaN2LAQ&t=1543s

취재기자 : 우한울 오정현
촬영기자 : 김민준
작가 : 박혜숙
영상편집 : 안영아
자료조사 : 이혜담 원준식
조연출 : 최명호 김세빈
방송일시 : 2025년 4월 29일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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