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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바삭(VASAK) 대표 인터뷰
파리 퐁피두센터 외 국내 유명 백화점 팝업 진행
“김부각 속 전통과 현대의 감각 담는다”

정리나 바삭(VASAK) 대표가 여러 맛의 김부각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박성원 기자

가장 한국적인 음식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김치를 떠올릴 것이다. 한식의 근간이 되는 장, 발효 등이 모두 집합적으로 모였으니 그리 큰 무리도 아니다. 그렇지만 해외에서 주목하는 음식은 하나 더 있다. 바로 ‘김’이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때문일까. 김은 단순히 반찬을 넘어 한국인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든 식재료 중 하나다. 사실 김을 빼놓고 한국인의 정서를 말하기엔 아쉽다. 누구나 김과 얽힌 추억쯤은 하나씩 있다.

부엌에서 김을 구울 때 코 끝을 솔솔 간지럽히던 김 내음. 소풍 가기 전 정성스레 만 김밥과 어우러지는 참기름 향. 급하게 집을 나설 때 어머니가 입에 넣어주던 김과 밥으로만 이뤄진 단출한 김밥.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의 기억이 있다는 것은 그 음식이 단지 ‘맛’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뜻일 것이다.

김을 먹는 나라도 드물다. 굳이 꼽자면 한국, 일본 몇 곳 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의 김과 한국의 김은 다르다. 보다 질겅이는 식감 속에서 투박하게 묻어져 나오는 기장의 곱창김. 그리고 파래가 섞여 은은한 풍미와 함께 입안을 감도는 여운이 일품인 장흥 김. 한국의 알록달록한 풍경만큼이나, 김 역시 종류에 따라 그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다.

그 김의 감칠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부각(浮覺)’이다. 부각은 단순한 튀김이 아니다.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주재료에 찹쌀풀을 바르고, 충분히 말린 뒤,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야 비로소 완성된다. 전통 조리법의 한 갈래인 만큼,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재료를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즐기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바삭(VASAK)의 김부각 제품. 현재 연근 부각 외에도 아시안 향신료, 바질 토마토 등이 출시됐다. 이후 커피맛, 된장 쑥갓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박성원 기자

그 김부각의 매력을 세계에 전하고자 나선 이가 있다. 바로 바삭(VASAK)의 정리나 대표다.

푸드 디렉터로도 활동해온 그는 오래전부터 김부각이 세계인의 입맛에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김부각, 정성 속에 배어난 그 깊은 맛에서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래서 김부각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알리겠다는 뜻을 담아, 브랜드 이름을 ‘바삭’이라 지었다.

바삭의 김부각은 전통에 대한 존중과 현대적인 해석을 함께 담고 있다. 기본은 장흥에서 난 파래 김으로 전통 방식에 따라 찹쌀풀을 입히고 말린 후 튀겨낸다. 여기서 그 찹쌀풀을 한 번 더 곱게 갈아내는 것은 팁이다. 덕분에 반죽은 더 얇고 균일하며, 식감은 보다 바삭해진다.

또한 오늘날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해 아시안 향신료, 바질 토마토 등 이색 토핑을 얹어 감각적으로도 풀어냈다. 이 외에도 커피 맛, 들깨 깻잎 맛, 카레 맛 등 여러 옵션이 지속 출시 예정이다.

바삭의 목표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향하고 있다. 이미 외국 입맛을 사로잡은 김을 넘어 부각으로 한국의 맛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먼 꿈이지만 조그마한 희망도 봤다. 국내에서 공식 발매 전 서울 옥션 VIP 선물로 미리 500세트가 넘게 주문된 것이다. 찾는 곳들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3월 초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에서 런칭 행사를 가졌다. 이후 신세계 강남, 현대백화점 판교,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서 오프라인 팝업이 예정되어 있다. 해외 반응도 확인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앞 갤러리에서 프리뷰 팝업을 열고 김부각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김부각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대표는 이 전통 간식을 어떻게 세계에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간식, ‘바삭하게’ 세계로 알리고 싶은 게 정 대표의 맛있는 꿈이다.

바삭(VASAK)의 김부각 제품. /박성원 기자

―바삭(VASAK)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바삭은 전통 김부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다. 가장 한국적인 바삭함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내어 일상 속 미식 경험을 제안하고자 한다. 시작은 8~9년 전 시어머니에게 김부각을 배우면서였다. 당시 시어머니는 인공 감미료를 쓰지 않고 귀리 가루, 새우 가루, 표고 가루 등 천연 재료로 감칠맛을 냈다. 맛도 너무 좋아 이것을 틈틈이 지인들에게 맛 보이며 반응을 확인했다. 반응이 좋자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출시하게 됐다.”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은 어떤 것이 있나.

“연근 참깨, 아시안 향신료, 바질 토마토 맛이 있다. 5월 중으로는 커피, 된장 쑥갓, 들깨 깻잎 맛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바질, 커피 같은 재료는 김부각과는 낯선 조합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낯섦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주려고 했다. 해외 소비자에겐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 되도록 섬세하게 조율했다.”

바삭(VASAK)의 김부각 제품. 연근 부각(맨 위), 바질 토마토(왼쪽), 아시안 향신료(오른쪽) 등이 놓여 있다. /박성원 기자

―김부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먼저 사회생활은 LG상사에서 7년간 일했다. 이후 요리 업계로 넘어와 푸드 디렉터로 활동하며 주로 럭셔리 브랜드의 식음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회사들과 많이 일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자신들의 식문화를 소중히 계승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우리 전통과 유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또 많은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협업하면서 한식을 세련되게 풀어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시어머님이 만드신 김부각을 배우게 되었고, 이게 내가 찾던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삭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있나.

“시어머니가 만들던 전통 방식에서 살짝 변형했다. 자식에게 해준다는 그 애정은 고스란히 담으려 했다. 기본적으로 찹쌀풀을 쑤어 파래김에 바르고, 한번 말린 뒤 튀긴다. 찹쌀풀을 곱게 갈아 도포함으로써 김 위의 식감을 더욱 얇고 정교하게 한다. 한 입의 바삭함으로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쓰는 재료도 궁금하다.

“재료에 대한 고집은 꽤 강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친한 미슐랭 1스타의 정하완 기가스 셰프님의 말을 빌리고 싶다. 정 셰프님은 ‘좋은 채소는 조리하지 않아도 훌륭한 요리’라는 말을 언젠가 내게 해줬다. 그 말이 늘 가슴에 남아 있다. 바삭은 장흥 파래김, 남원 찹쌀, 지리산 표고버섯 등 국내산 재료를 우선으로 사용한다. 보다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삭과 잘 어울리는 궁합이 궁금하다. 더 맛있게 즐기는 팁이 있다면?

“연근 부각에는 명란 마요와 조합이 좋다. 아시안 향료는 아보카도를 으깬 과카몰리, 크림치즈도 추천할 만하다. 바질 토마토는 올리브 타프나드 등 올리브 계열 재료와 잘 맞는다. 더욱 건강하게 먹고 싶으면 그릭 요거트에 그래놀라 대신 김부각을 꿀과 함께 부숴 넣는 방식도 있다. 떡볶이 위에 토핑으로 얹거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참기름 등을 얹어 내는 것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퐁피두 센터 앞에서 현지인들이 바삭(VASAK) 김부각을 시식하고 있는 모습. /VASAK

―프랑스 팝업 당시 반응은 어땠나

“정식 출시 전, 바삭은 프랑스 파리에서 먼저 시장 반응을 점검했다. 현지 마트 바이어들과 미팅을 진행했고, 퐁피두 센터 앞 갤러리에서 팝업 행사를 열었다. 김 자체가 현지에선 생소한 식재료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어하는 반응도 많았다. 그러나 맛을 본 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와 안도했다. 가능성을 본 셈이다.”

―현재 판매처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자사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팝업 행사를 열었고, 5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광장시장처럼 전통적이고 이색적인 장소에서도 팝업을 해보고 싶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정식 출시 전부터 반응이 있었다. 서울옥션 VIP 대상 설 선물로 500세트 이상이 사전 주문됐고, 국내 유명 셰프들로부터 따뜻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손종원 셰프(이타닉 가든·라망 시크레), 조셉 리저우드 셰프(에빗) 등 여러 셰프들이 VASAK의 바삭한 식감에 대해 호평을 해줘서 뿌듯했다.

특히 에드워드 리 셰프는 ‘미국 시장에서도 잘 될 것 같다’는 평가를 해주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온라인 마켓을 비롯해 홍콩, 상하이 쪽에서도 VASAK을 판매해보고 싶다는 문의가 와서, 곧 미팅을 진행해 볼 예정이다.”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가.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맛과 멋을 담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 마카롱이나 쿠키처럼 보기에도 예쁘고, 건강과 의미까지 담긴 선물로 기억되면 좋겠다. 김의 질감을 형상화한 표지 디자인, 자체 제작한 보자기 포장 등 세세한 부분에서도 한국적인 미감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간식을 즐기고 싶은 분들께 바삭을 추천한다. 어르신부터 외국인 친구까지, 한 번 맛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바삭을 통해 김부각을 새롭게 발견하고 일상 속 미식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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