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공영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 84조)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한 차례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이 조항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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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지금 논란인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강원도 화천군 한 군장점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이 사준 병장 계급장이 달린 육군 모자를 써보고 있다. 연합뉴스
A :
헌법 84조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차지하고 이른바 ‘친명’ 의원들이 득세해 ‘이재명 독주’ 체제가 강해지며 처음 거론되기 시작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역대 최고 득표율인 85%를 기록하며 당 대표에 연임된 뒤 더욱 불붙었고,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이던 공직선거법 1심, 위증교사 1심 사건 모두 심리를 종결하고 11월로 선고기일을 잡으면서 ‘대통령을 재판할 수 있냐’는 질문이 정치권을 떠돌았다. 당시에도 이미 이 대표가 2027년 3월로 예상됐던 차기 대선의 사실상 유일한 유력 후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다만 그땐 법조계까지 질문이 번져오진 않았다. ‘거의 확실한 유력 후보’로 점쳐졌을 뿐, 대선은 멀었고 후보자도 아닌데다 대통령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논쟁이 파생되지 않았다. 또 유무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이 없는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유죄 취지’를 확실시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며 다시 재판을 받게 된 2025년 5월의 상황은 다르다. 이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됐고, ‘대통령’까지 될 가능성도 높은 반면 유죄 취지 파기환송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복잡한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
Q. 이재명 후보의 ‘피고인' 재판 몇 개인가
신재민 기자
A :
이 후보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형사 사건은 총 5개다. 항소심 단계의 사건이 2개, 아직 1심 단계인 사건이 3개다. 이중 공직선거법 사건이 2022년 9월 가장 먼저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 선고, 올해 3월 항소심 선고 및 5월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서울고등법원에 가 있다. 파기환송 즉시 대법원에서 사건 서류를 넘겨 2일 서울고법에 바로 접수됐고, 선거전담부인 형사7부에 배당돼 오는 15일 첫 기일을 이미 잡았다. 2023년 10월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은 지난해 11월 1심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을 시작해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두 차례 준비기일을 마쳤고 오는 20일 1차 공판이 예정돼있다. 1심 사건 중 1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2건은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2023년 기소된 대장동‧백현동 등 개발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배임, 제3자뇌물 등)은 중앙지법 형사33부에서 2년 넘게 심리 중이다. 지난해 6월 기소된 ‘쌍방울 대북송금’(제3자뇌물) 사건, 11월 기소 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업무상 배임) 사건은 모두 수원지법 형사 11부가 맡아 재판을 진행 중이다. ━
Q. 형사상 소추란 무엇인가
신재민 기자
A :
‘소추(訴追)’는 사전적으론 ‘소송 제기’ 즉 ‘기소’를 뜻한다. 그래서 헌법84조에 대한 여러 해석 모두, 가장 좁은 의미인 ‘기소는 불가능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기소는 필연적으로 그 전의 수사 및 이후의 재판‧선고를 동반하는데, ‘형사상의 소추’를 이 중 어느 단계까지 포함해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견이 갈린다. 명문 규정도 없고, 그간 전례도 없어 법조계에서도 중론이나 정설이 없다. 기소 전 단계인 ‘수사’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때 잠깐 논란이 된 적이 있으나 이 역시 중론이 모아진 바는 없다. “증거를 확보할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사는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봐주기 수사를 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막아둬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
Q. 재판은 ‘소추’인가
A :
이 후보의 사건에서 예상되는 ‘당선된 대통령의 재판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가 수반을 형사 법정에 세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헌법에 적은 취지를 감안하면 재판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과, “재판은 소추에 포함해 해석할 수 없고, 법원의 판단인 ‘선고’도 소추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2023년 과거 ‘검수완박’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재판관들끼리 5:4로 의견이 갈렸다. 다수의견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수사‧소추는 헌법상 본질적으로 행정사무이므로 행정부 소관”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사법기관인 법원이 여는 재판은 소추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소추기관은 공소제기‧유지 여부 결정, 법정에서 변론‧입증 활동, 법원 재판에 불복하는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이라며 재판까지도 소추기관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 재판까지도 소추에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
Q. 대법원은 왜 헌법 84조를 언급하지 않았나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A :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헌법 84조 해당 여부까지 미리 판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심리한 단계에선 아직 대통령이 아니고, 선관위 등록 후보자도 아닌 ‘형사 피고인 이재명’”이라며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으나 당선무효형이 나올지 아닐지도 알 수 없는 단계에서 한 가지 상황을 가정해 미리 판단하는 게 오히려 정치개입”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
Q.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논란 끝낼 수 있나
A :
더불어민주당은 2일 형사소송법 제306조(공판절차의 정지)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단독 상정했다. 개정안 공포일부터 바로 시행한다는 부칙과, ‘이 법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앞선 ‘헌법 84조 논란’은 사라지고, 절차적으로는 재판을 정지하는 데에 문제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