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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2020년 유행했던 ‘밈’ 다시 온라인서 재점화
진화학자 “힘으로는 고릴라가 이기겠지만…”
성체 고릴라는 몸무게 160~180㎏에 이르고, 키는 168~180㎝에 달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영장류’다. 다이앤포시 고릴라 재단 누리집 갈무리

“평범한 성인 남성 100명과 성체 고릴라 한 마리가 아무런 규칙 없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이런 ‘엉뚱한 질문’이 최근 영어권 소셜미디어를 휩쓸고 있다. 이 질문은 2020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처음 등장했는데, 지난달 말 한 엑스(X) 사용자가 다시금 이 ‘밈’(meme)을 소환하며 논쟁은 이제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 플랫폼에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인류는 과거 매머드를 사냥한 적도 있으니 당연히 인간이 이길 것”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고릴라는 거의 1톤을 들어 올릴 수 있고, 성인 남자를 걸레짝처럼 던져버릴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한 진화학자가 동참했다.

르노 조안느-보요 오스트레일리아 서던크로스대 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각) 과학 전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솔직히 말해, 이건 꼭 답이 필요한 질문은 아니지만, 이 ‘유치한 논쟁’이 인류의 진화를 되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의견을 밝혔다. 그의 글을 보면, 고릴라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 중 하나다.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과 함께 ‘사람과’(Hominidae)에 속하며, 인간과 디엔에이(DNA) 98.4%를 공유한다. 인간과 고릴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약 1000만년 전 존재했으며, 이는 침팬지의 조상이기도 하다.

야생 고릴라는 중부 아프리카의 열대우림과 산악 지역에만 서식하는데 모든 종이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다이앤포시 고릴라 재단 누리집 갈무리

이후에는 “각기 다른 진화의 길”을 걸었는데, 고릴라는 울창한 숲과 산악 지대에 적응했고 인간은 더 넓고 열린 환경·다양한 지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갔다고 한다. 현재 야생 고릴라의 서식지는 중부 우간다,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등 중부 아프리카의 열대 우림과 산악 지역에 국한돼 있다. 서식 형태는 꽤 달라졌지만, 공통점도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령 엄지손가락의 구조, 다양한 얼굴 표정, 복잡한 사회적 행동 등이 그렇다.

고릴라보전단체 ‘다이앤포시 고릴라 재단’은 성체 고릴라의 몸무게가 160~180㎏에 이르고, 키는 168~180㎝에 달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영장류’라고 설명한다. 고릴라는 최대 1톤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강인한 상체 힘을 지녔지만 “차분하고 관대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영장류들처럼 무리 내에서 다양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며, 울음소리·몸짓·가슴치기(Drumming) 등으로 다른 개체와 의사소통한다. 수화를 사용하거나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등 소통·공감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인간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신체적으로 그리 강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숲의 지배자’ 고릴라 1마리와 100명이 맞붙어도 패배하게 될까. 조안느-보요 교수는 “명확히 말하지만, 순수한 힘으로는 고릴리가 항상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대일 맨손 싸움이라면 고릴라는 한 손으로 인간을 죽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다른 ‘슈퍼 파워’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릴라는 지배력을 과시하고 영역을 알리기 위해 주먹을 쥐고 가슴 앞쪽을 빠르게 두드리는 가슴치기(Drumming) 행동을 하는데, 이 소리는 최대 1㎞ 밖까지 전달된다. 다이앤포시 고릴라 재단 누리집 갈무리

인간의 뇌는 고릴라보다 체중 대비 약 3배 정도 큰데, 이 놀라운 진화적 적응 덕분에 인간은 추상적 사고, 상징적 언어를 발달시켰고 무엇보다 복잡한 지식을 세대에 걸쳐 전수·축적할 수 있게 됐다. 그 때문에 고릴라가 최대 30명 정도의 ‘작은 사회단위’를 이룰 때, 인간은 더 광대한 집단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인류의 진화사는 거친 힘을 버리고 사회·문화·기술의 복잡성을 택한 역사”라며 “이것이 바로 인간의 최고 슈퍼 파워”라고 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진화에 비춰봤을 때, 인간은 처음엔 고릴라와의 전투에서 많이 질 수도 있지만 결국 이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1980년대 이후 고릴라들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도 결국 우리 책임이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누가 싸움에서 이길까’가 아니라, 둘 다 자연의 경이롭고 소중한 성취물이란 점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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