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건물|우리은행 제공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낮게 받으면서 자회사 편입 기준에 못 미쳤지만 우리금융이 내부통제 시스템 보완 등을 약속하면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우리금융은 이번 생보사 인수를 계기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제8차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금융이 제출한 내부통제 개선계획과 중장기 자본계획의 이행 실태를 2027년 말까지 반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금융위는 “만약 우리금융이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금융지주회사법 57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주식처분 명령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 1조5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인수 절차는 순탄치 않았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2000억원대 부당대출 사실이 드러나며 금융감독원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았다. 현행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상 지주사의 자회사 인수는 2등급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다만 2등급 이하이더라도 금융위가 내건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요건을 충족할 경우 예외적으로 인수가 가능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최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보완하고 보통주자본비율 관리에 나서며 금융당국의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이날 금융당국의 조건부 승인으로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의 숙원 사업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은 4대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은행 순이익 의존도가 약 90%로 가장 높은 편이라 증권사·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생보사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동양생명의 총자산은 약 34조원으로 업계 6위 수준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산을 합치면 약 51조원으로 업계 5위인 농협생명(약 53조원)과의 격차도 크게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