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결과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의 첫 공판이 오는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대법원 선고 하루 만에 재판부 배당부터 첫 공판기일 지정, 소환장 발송까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 이 후보의 상고심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처리된데 이어 파기환송심도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대선 국면에서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가 대선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2일 오전 10시50분께 대법원으로부터 사건 기록을 전달받고, 오후 4시50분께 사건을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에 배당했다. 형사7부는 곧바로 이 후보의 첫 공판기일을 5월15일 오후 2시로 잡았다. 법원은 이날 이 후보 쪽에 피고인 소환장도 보냈다.
이 후보가 소환장을 받고 15일 첫 공판에 출석하면, 이날 재판부가 바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하는 것(즉일선고)도 가능하다. 만약 이 후보가 소환장을 받고 공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다시 공판기일을 정해야 한다. 다시 정한 기일에도 송달을 받고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없이 공판 절차를 진행해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할 수 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공판을 한 번만 하고 선고할 수도 있다. 사건의 쟁점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대법원에서 결론을 다 내가지고 내려온 거라 더 다툴 것도 없고 재판부에선 형량만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후보가 소환장 송달을 받지 않으면 재판을 열 수 없다. 추가 송달을 통해 기일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어 파기환송심 선고도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향후 절차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달 중순께 이뤄진다고 해도, 이 후보 사건의 최종 결론이 6·3 대선일 전에 나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파기환송심 선고가 빨리 나오더라도 그 뒤 이 후보나 검찰의 상고에 7일의 기한이 주어지고, 양쪽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는데 20일의 기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재상고심에 본격 착수하는 데만 최소 27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서둘러 상고하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해도 이 후보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법원의 빠른 사건 처리 속도에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고법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형사사건 기록은 전자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기록을 정리해 다른 곳으로 보내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지금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라며 “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다른 사건들과 완전히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어차피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건 처리를 이렇게 무리해서 서두르는 건 법원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대선 내내 이 후보가 유죄라는 걸 법원이 보여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상고심 절차부터 콕 집어서 빠르게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력하게 드러났다”며 “통상의 사건처리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면 (선거 개입이라는)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지금은 그런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재권(사법연수원 23기) 부장판사와 박주영(33기)·송미경(35기) 고법판사로 구성됐다. 재판장은 이 부장판사가, 주심은 송 판사가 맡는다. 대선 전에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자격을 잃는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되기 때문이다. 징역형 이상의 경우에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