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2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헌을 통해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실시한 뒤 직(職)을 내려놓겠다”며 임기 단축 개헌을 화두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전날 대통령 권한대행과 총리직에서 사퇴한 지 하루 만이다. 6·3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한 전 총리가 무소속으로 본격 등판하면서 보수 진영의 ‘반(反)이재명 빅텐트’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견제와 균형을 통한 분권형 개헌 ▶통상 문제 해결 ▶국민통합과 약자 동행 등 3대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신속한 개헌에 가장 큰 방법을 뒀다. 한 후보는 “새로운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다음 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되겠다”며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뜻으로 반드시 개헌을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날 총 5088자에 이르는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25차례) 다음으로 ‘개헌’(14번)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후보는 현행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2년 이상 줄이는 분권형 개헌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임기 첫날 대통령 직속 개헌 지원 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취임 1년 차에 개헌안을 만들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해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2028년 (4월) 사직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국회와 국민이 치열하게 토론해 결정하시되 저는 견제와 균형, 즉 분권이라는 핵심 방향만 제시하겠다”며 구체적 개헌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4년 중임제’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임기) 3년 안에 제가 말한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기꺼이 하야(下野)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여러 정부와 많은 정치인이 개헌을 약속했지만,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그때 그때의 판세와 이해관계에 따라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며 “권력을 목표로 살아온 정치인은 개헌에 착수할 수도, 개헌을 완수할 수도 없다”고 했다.

한 후보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각에 등용하는 ‘거국 통합 내각’도 공언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삼고초려해 내각에 모시겠다”며 “차관급 이하의 인사는 함께 일할 부총리와 장관이 책임지고 발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보수 혼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고, 진보 혼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다”며 임기 중 정치 갈등을 해결해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약속'을 주제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한 후보는 미국과의 통상 현안에 대해선 “지난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 동맹의 굳건한 기반 위에 통상 해법을 적극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며 “(내가)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이고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했다.

반명 빅텐트 추진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과는 누구와도 협력할 것이고, 필요하면 통합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뿐 아니라 진보 진영 인사까지 함께하는 빅텐트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한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직접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임기 중) 한번도 제 철학을 꺾으면서 대통령 생각에 따라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국무총리로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계엄 직후부터 일관되게 (절차의) 흠결이 있었다고 증언했고, 헌법재판소에선 (저에 대한)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고 강조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덕수 전 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민공동시설 '새뜰집' 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한 후보는 전날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처리 직전 사퇴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 아니었고, 국가 안정성과 대외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조치였다”며 “정치의 비참함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출마 선언 장소인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김기현 전 대표와 추경호 전 원내대표, 성일종·송언석·구자근 의원 등 1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당내 경선이 진행 중이어서 참석을 자제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있었지만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참석이 이뤄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출마 선언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한 후보에 대한 현역 의원들의 물밑 지원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 곧바로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대한민국이 갈등과 혼란을 넘어 앞으로,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진력을 다하겠다”고 썼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돈의동 쪽방촌을 둘러본 뒤 순댓국 오찬을 했다. 해당 식당은 쪽방촌 주민이라면 하루 한 끼 원하는 음식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동행 식당’이었다. 한 후보는 “시장님께서 내세웠던 약자와의 동행, 다시 성장 등 대책을 허락을 맡아서 (공약에) 포함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오 시장은 “제가 출마는 못 하지만 제가 준비한 정책은 출마시키겠다”고 화답했다.

한 후보는 오후에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후보는 “사회가 분열되고 확증 편향과 반지성주의가 만연한 상황에서 조화·상생·협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봤다”며 광주 방문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참배는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묘지로 들어가는입구인 ‘민주의 문’ 앞에서 광주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길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10여분간 민주묘지로 들어가지 못한 한 후보는 헌화·분향 대신 민주의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참배를 대신했다. 한 후보는 “저도 호남 사람이다. 우리는 통합돼야 하며,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 뒤 발길을 돌렸다.

한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통화했다. 손 전 대표는 한 후보에게 “주변 사람들과 힘을 모아 적극 돕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손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개헌 의지 등 어떤 대선 후보자의 공약보다 훌륭한 출마 선언이었다”며 “한 후보와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3일엔 정대철 헌정회장을 예방한다. 개헌을 추진해온 정 회장은 한 후보에게 대선과 관련한 조언을 하고, 한 후보는 개헌과 빅텐트 구축을 위한 도움을 요청할 전망이다.

한 후보의 출마는 6·3 대선 초기 판세의 최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한 후보 지지율이 보수층에서 지속적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4월 28일~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42%, 한덕수 후보 13%, 국민의힘 한동훈 경선 후보 9%, 김문수 경선 후보 6%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한덕수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선 출마 선언을 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에서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덕수 후보가 임기 단축 개헌을 화두로 던진 만큼 개헌을 고리로 한 반명 빅텐트 세력 규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빅텐트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정지 작업이 시작됐다. 2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성상납 의혹으로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고 대표직을 박탈당한 뒤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에게 사과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간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이 후보에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선 ‘정치 초보’ 한 후보가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만큼 정치 경험 부재 등 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가 조직의 보조를 받는 국무총리와 달리 무소속 대선 후보는 허허벌판에 선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제 여기저기서 쏟아질 정치 공세를 견딜 수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공세를 한 층 강화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파괴한 세력에 대해 단죄를 준비하는데, (출마가) 그에 합당한 행동인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제2의 내란 시도이자 한덕수의 가면을 쓴 윤석열이 다시 대선에 나온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경제를 파탄낸 내란 정권 2인자가 대선에 뛰어든 자체가 국민 모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510 머스크의 스페이스X, 텍사스 발사 기지에 자체 도시정부 구축 랭크뉴스 2025.05.03
47509 한미 이지스함 자존심…韓 ‘정조대왕급’ vs 美 ‘알레이 버크급’ 누가 셀까[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5.03
47508 우리금융, 동양생명·ABL생명 품는다…비은행 성장 드라이브 랭크뉴스 2025.05.03
47507 새벽 양재시민의숲역서 소방용 가스 누출…작업자 2명 병원 이송 랭크뉴스 2025.05.03
47506 유심 바꿔봤자? 계좌·연락처도 털린다? SKT 해킹 진실과 오해 [팩플] 랭크뉴스 2025.05.03
47505 주유소 기름값 하락세 주춤 …“다음주 상승 전환” 랭크뉴스 2025.05.03
47504 남은 재판 여전히 5개…헌법 84조 ‘재판 중지’ 논란 재점화 랭크뉴스 2025.05.03
47503 동반출근하던 온순한 냥이가 갑자기 예민해요… 혹시 ‘금쪽이’일까요? 랭크뉴스 2025.05.03
47502 대권 청사진 꺼낸 한덕수…‘개헌·거국 내각·통상 해결’ 실현성은 랭크뉴스 2025.05.03
47501 "약만 잘 먹었어도"…부모 살해한 30대 비극 막을 수 있었다 랭크뉴스 2025.05.03
47500 투표까지 한 달…오늘 오후 3시,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 선출 랭크뉴스 2025.05.03
47499 [길따라 멋따라] 한국행 동남아 관광객 관심 저조…K-뷰티로 될까? 랭크뉴스 2025.05.03
47498 "내가 이런 데서 일해야 하나"... 백화점 지하 3층 노동자의 울분 랭크뉴스 2025.05.03
47497 中부자들, 그렇게 좋아하더니…한 달간 70t 샀다 [김민경의 글로벌 재테크] 랭크뉴스 2025.05.03
47496 연휴 첫날 전국에 비…전라·경남엔 돌풍에 천둥·번개 랭크뉴스 2025.05.03
47495 '건진법사 비리' 사건에 등장하는 통일교… 尹 정부와 얽힌 5가지 의혹들 랭크뉴스 2025.05.03
47494 5개월 만에 1300원대…환율 급락 배경은 [긴급 전문가 진단] 랭크뉴스 2025.05.03
47493 기억을 잃은 자리···존재가 남다[오마주] 랭크뉴스 2025.05.03
47492 총리의 대권 도전 잔혹사…한덕수는 다를까 랭크뉴스 2025.05.03
47491 후보 선출 오늘인데‥정작 관심은 '다른 곳'에 랭크뉴스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