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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종로구 소재 혜화동성당의 종탑 위 십자가에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깃발이 걸려 있다. 사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1일 오전 9시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자 서울 종로구 소재 혜화동성당의 종탑 위에 있는 3명이 1평 남짓한 텐트 안으로 몸을 숨겼다. 이들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소속 민푸름·박초현·이학인 활동가다. 이들은 텐트 안에서 빗방울은 피할 수 있었지만 옷을 2~3겹 껴입고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혜화동성당 종탑을 점거하고 있다. 천주교 교단이 ‘장애인 탈(脫)시설 정책’을 공개 비판했다는 점과 100곳 이상의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을 중지하지 않는 데 대해 항의 차원이다. 탈시설이란 장애인들이 시설 밖에서 비(非)장애인들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전국의 장애인거주시설들을 단계적으로 폐쇄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전장연이 숙원으로 여기는 정책이다.



전장연 "장애인거주시설 감옥과 같아"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을 두고 “감옥과 같다”고 비판한다. 장애인거주시설이 감옥처럼 장애인을 일반 사회에서 격리한다는 이유에서다. 박초현 활동가는 시설에 머물렀던 20여년가량 외출과 기상, 식사 등이 통제된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활동가는 “먹고 싶은 것은 못 먹고 씻고 싶을 때는 못 씻는 마치 군대나 감옥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장연은 시설에서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학대 사례는 187건 발생했다. 가장 빈번히 일어난 건 경제적 착취(79건·42.2%) 사례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시설 종사자들이 장애인들의 계좌를 관리한다면서 장애인 재산을 빼가거나 시설의 농장, 공장 등에서 억지로 일을 시킨 사례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김경진 기자

그러나 탈시설은 ‘선택의 문제’라는 반론도 크다. 장애인들이 적절한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면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장애인 돌봄 시설 필요" 의견도
신준옥 성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탈시설한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거주시설 및 원가정 복귀 경험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적·뇌병변 장애인 A씨(40)는 탈시설 이후 5개월 만에 시설로 복귀했다. 스스로 음식의 양을 조절하지 못해 활동지원사가 만든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 등 식이조절을 하지 못 한 게 문제가 됐다. 늦은 시간 집 밖을 돌아다니다가 강도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 해 건강이 악화돼서 숨진 사례도 있다. 척수 마비 장애인 B씨(사망 당시 68세)는 경기 김포 소재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탈시설한 지 한 달 만에 욕창에 걸렸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개월 만에 숨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지원사는 “만약 시설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다면 B씨가 숨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지난달 24일 활동가들이 종탑을 점거하고 있는 혜화동성당 앞에서 “만행을 중단하라”며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김현아(61) 부모회 회장은 “노인 요양도 방문이나 요양원 등 여러 선택지가 있듯 장애인의 경우에도 시설에 입소하는 게 선택이 돼야 한다. 탈시설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소재 혜화동 성당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진 기자

장애인이 안심하고 자립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탈시설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인 정진옥 전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장은 “지체장애인은 자립이 비교적 수월하겠으나 발달·지적장애인 등은 탈시설하기에 지역사회의 돌봄 시스템이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며 “수치적 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어떤 장애인도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체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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