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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임명 대법관 10명의 대선 개입 사법쿠데타”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판결을 파기 환송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은 △전합 회부 결정 △심리와 선고에 걸린 속도 △대법원 판례 역주행 △파기자판 수준의 단정적 표현 △낙선자에 대한 ‘6·3·3 원칙’ 적용까지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지귀연 재판부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만 최초로 구속기간 계산법을 바꿔 풀어준 것과는 반대로,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에게만 전례 없는 방식으로 ‘파기환송을 빙자한 유죄 파기자판’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10명의 사법쿠데타”라는 맹비난이 쏟아진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것은 3월28일이다. 그 이틀 전인 3월26일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의 상고이유서는 4월10일 대법원에 제출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4월22일 오전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사건을, 오후에 곧바로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결정을 했다. 재판장인 조 대법원장은 전합 회부 당일 심리를 한 데 이어, 이틀 만인 4월24일에도 심리를 이어갔다. 전례 없는 속도전 심리였는데, 이런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다. 전합 회부 9일 만에 선고를 결정했고, 공중파 생중계까지 허용했다. 모두 전례 없는 일이다.

6개월 만에 판례 바꿔

그간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조금씩 넓히는 판례를 쌓아오고 있었다. 지난해 10월31일에는 이재명 후보와 유사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따로 보도자료를 내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을 따른 판결”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는 달랐다. 대법원은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그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불과 6개월 전 내놓았던 판례를 역주행했다. 표현의 주체, 즉 발언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은 다르게 봐야한다는 것이다.

1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중계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당선자 처벌 위한 6·3·3 원칙을 낙선자에 적용

대법원은 그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례에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단정하기 어렵다” “∼로 보인다” “∼로 보기 어렵다” 등 유보적 표현을 써왔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도 사실심 성격의 판단이 일부 이뤄지긴 하지만, 파기환송 사건을 맡게 될 하급심을 고려해 판결 범위와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는 검사의 공소사실을 근거로 “허위사실 공표임을 분명히 적시했다” 등 단정적 표현을 자주 썼다. 고법부장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을 맡을 서울고법에서 따로 심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사실관계 판단을 했다. 그 표현도 이상하게 단정적이다. 마치 6·3 대선 전에 유죄 선고를 하라는 신호를 서울고법에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위반 사건은 통상 낙선자보다는 당선자를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낙선자의 경우 이미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도 처벌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낙선한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수사에 10여명의 검사를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당선자에게 적용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대법원 3개월 내 선고)을 엉뚱하게 낙선자에게 무리하게 적용했다. 선출된 공직자의 법 위반 여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해 선거 결과를 바로잡으려는 6·3·3 원칙의 취지와 달리, 대선에서 낙선한 사람을 본보기 삼은 것이다. 게다가 대선의 경우 당선자(대통령)는 내란·외환죄로만 소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짓말로 당선돼도 6·3·3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집요한 수사가 정치보복 비판을 받은 이유다.

대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합리화하기 위해 2000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선 재검표 사건(조지 부시 대 앨 고어)을 예로 들었다. 대법원은 “대선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이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 사례와 달리 ‘당해 선거’가 아닌 이미 3년 전 윤석열 당선으로 끝난 대선 관련 사건이다. 결국 재판 대상과 무관한 2025년 대통령 선거에 대법원이 개입하는 판결을 전례 없는 속도로 내놓으면서 ‘대법원이 혼란을 종식시켰다’는 엉뚱한 주장을 편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6·3·3 원칙은 낙선자가 아닌 당선자 사건 처리에 적용되는 것인데 대법원이 황당하게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첫 사례로 삼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번에 내놓은 판례를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김건희 주가조작 등과 관련한 거짓말을 하고 당선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무효형이 확실하다”고 했다. 윤석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수사는 대통령 당선 뒤 중지됐다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인 최근에야 고발인 조사를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한 1일 이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민심을 듣는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시작하며 경기도 포천 중앙로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10명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 등 10명이 주도했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다.(마용주는 한덕수 권한대행 임명)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부터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내란 사태 이후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똘똘 뭉친 결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사법부 장악이 결정적 순간에 효과를 본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6·3 대선 출마를 막거나, 당선되더라도 임기 내내 정당성을 흔들겠다는 대법관들의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상고 기각(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이었다. 두 대법관은 “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결례의 확고한 흐름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했다.

두 대법관은 또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인용하며 “재판의 신속이 절대적 가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설득의 승자인 해님의 무기는 온기와 시간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의 요체인 설득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근 대법원 판례까지 거스르면서, 그렇게 서둘러 선고를 해야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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