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 사퇴 및 대권 도전 공식화]
韓 "더 큰 책임지기 위해 중책 내려놓기로"
같은 날 대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복잡해진 단일화 셈법?... '韓 출마 만류' 목소리도
韓 "더 큰 책임지기 위해 중책 내려놓기로"
같은 날 대법원 '이재명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복잡해진 단일화 셈법?... '韓 출마 만류' 목소리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대국민담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오랫동안 고뇌하고 숙고한 끝에,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1일 대국민담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전격 사퇴했다. '대선 출마'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원고지 10장 분량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고심의 과정과 선택의 배경을 설명하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날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와 대선 출마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데다 한 대행이 가세하면서 범보수 진영의 '반이재명 빅텐트'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이번 판결이 이 후보의 대권 가도에 미칠 영향에 따라 향후 단일화를 둘러싼 보수주자 간 수싸움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책임지기 위해 중책 내려놓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대국민담화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 대행은 "깊이 고민해온 문제"라고 입을 열었다. 그간 출마설에 '노코멘트'로 침묵해온 그가 처음 입장을 밝혔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된 지 1,077일 만이다.
6분여의 담화에 '대선'이나 '출마'라는 표현은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선 출마의 변'이나 다름없었다. 통상질서 급변, 지정학적 위기, 진영의 수렁에 빠진 사회를 대한민국의 도전으로 지목하며 자신의 '고심'을 강조했다. 이어 "제 앞에는 두 갈래 길이 놓여 있는데 하나는 당장 제가 맡고 있는 중책을 완수하는 길, 다른 하나는 그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대행직을 유지하며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수위가 높아지는 '관세 압박'을 비롯해 대내외 현안을 처리하거나, 자리를 내려놓고 차기 대권을 노리며 더 긴 호흡으로 위기 극복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다. 이 중 후자를 선택한 셈이다.
한 대행은 2일 국회에서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캠프'에는 최측근으로 통하는 손영택 전 총리비서실장과 김수혜 총리실 공보실장, 실무급에서는 김철휘 소통메시지비서관과 신정인 시민사회비서관, 이충현 정무협력비서관 등이 합류한다.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 박경은 총리실 정무실장은 정부와 국회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셈법 복잡해질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뉴스1
사퇴 발표 직전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한 대행은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민주적 정통성은 절차와 자격 양 측면에서 확보되는데,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이 후보의 '자격'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반대세력에는 '정통성 시비'를 제기할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던 이 후보의 자격 논란이 또렷해진 만큼, 반이재명을 기치로 내건 범보수 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키맨'은 한 대행이다. 한 대행은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 처음 이름을 올리자마자 13%로 보수진영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대행을 포함한 단일화 작업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화학적 결합까지 성공한다고 가정하면 반이재명 연합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셈법이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 후보의 경쟁력에 흠이 갔다고 판단한 보수진영 후보가 단일화에 뜸을 들이며 '자강의 길'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종 결정될 대선 후보와 한 대행의 단일화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도 속단하기 어렵다. 최종 결선에 오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측에서 먼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캠프 전략총괄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파기환송으로 '이재명을 막기 위해 한덕수라도 차출하자'는 주장이 무색해졌다"며 "한 대행의 공직자로서의 역사가 잠시의 흐린 눈으로 추하게 망쳐지지 않길 바란다"고 올렸다. 한 대행의 불출마를 공개 촉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