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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한 달 만에 뇌출혈
엄마 인스타 투병기에
응원 쏟아져
“함께 기도해주시는 분 덕분”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윤솔(0)군의 백일을 기념한 모습. 오른쪽은 안지은씨와 남편 윤석현씨가 아기 윤 군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안지은씨 인스타그램 캡처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이유 없이 찾아온 뇌출혈로 생사도 분명하지 않던 아기. 의사는 ‘뇌사이니 포기하라’고 했지만, 엄마는 아기의 매일을 기적이라고 부르며 매일 두 손을 모은다. 백일잔치 준비를 위해 시작한 엄마의 SNS에는 일상의 기적이 적히고, 그런 기록엔 수많은 네티즌들의 응원이 넘쳐난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 ‘미라클보이 또리의 성장일기’를 운영하는 솔이의 엄마 안지은(32)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쌓여가는 기록을 돌아볼 때마다 솔이의 삶에 깃든 셀 수 없는 기적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며 “기록이 없었다면 감사도 기쁨도 잃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생후 27일만 뇌출혈 진단
“지은아,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 이제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자.”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윤솔(0)군의 모습. 안지은씨 제공

교회 사모님의 전화 한 통에 안씨는 무너진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무릎을 꿇었다. 안씨는 아픈 아기를 살리기 위해 국내 유수 대학병원을 다 찾아다녔지만 의료진들은 하나같이 “현대 의학으로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끝내 살길이 막힌 절망 앞에서 안 씨는 감히 '살려달라' 기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다만 “솔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있을 것을 믿는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기적은 시작됐다.

솔이는 2024년 10월 29일 태어났다. 안씨와 남편 윤석현(34)씨가 연애 5년, 결혼 3년 만에 찾아온 첫 아이였다. 그러나 생후 27일 갑작스러운 분수토와 경련을 일으킨 솔이는 응급실로 실려 갔고 심각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성인이었다면 구급차에 타기도 전에 사망했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선고, 1~2주 내 사망 가능성, 뇌사 추정이라는 무거운 말들이 쏟아졌다.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윤솔(0)군의 볼을 만지고 있는 엄마의 손가락. 안지은씨 제공


끝없는 절망 속에서 안씨가 붙든 것은 오직 믿음이었다. 결혼 전부터 아이를 위해 기도해왔던 시간, 한나처럼 드렸던 서원 기도는 아이의 생명을 걸고 다시 이어졌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가 놀이터이자 안식처였던 안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인생의 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따뜻한 포옹을 경험했던 그 날이 없었다면 지금의 사랑하는 가정도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신앙생활만 32년째인 그는 이제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인 아들 솔이를 통해 새로운 믿음의 차원을 배우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임종 면회
솔이는 경기도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입원 초기 3일 동안 부모가 아이 곁을 지킬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임종 면회’였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부모는 솔이에게 새 옷 하나 입히지 못했다는 마음의 짐을 안고, 병원에 인형과 함께 옷을 들고 들어갔다. 안씨는 “인형처럼 고요히 누워 있는 솔이의 손과 발 위에 손을 얹고 ‘사랑한다’고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속삭였다”며 “그 순간 불안정했던 맥박이 안정되고 생명을 위협하던 지표들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윤솔(0)군이 뇌출혈 후 3일째 되던 날 '임종면회' 당시 찍은 사진. 안지은씨 제공


입원 4일째부터는 부모가 동시에 면회할 수 없게 됐다. 아이의 상태가 조금 안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료진은 여전히 “비외상성 뇌내출혈, 뇌실내출혈 4기, 뇌경색으로 인한 뇌사 추정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솔이는 자가 호흡도, 신체 반응도, 뇌파도 없었다. 법적으로 신생아에게 뇌사 판정을 내릴 수 없지만 사실상 뇌사 상태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들은 “이 아이는 식물인간이 되는 것도 힘들 것이다. 안아서 괜히 정 붙이지 마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원 일주일째, 기적이 일어났다. 솔이의 콧방울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이어 눈동자와 입술, 턱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눈을 떴다. 통증 반사와 동공 반사도 돌아왔다. 두 팔과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소변줄도 떼고 몸에 붙어 있던 기계들도 하나둘 제거했다. 느리지만 분명하게 하나씩 기능이 되살아났다.

의료진은 여전히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솔이는 하루하루 작은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미 근이완성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지만, 4개월간 전신의 움직임이 작게나마 모두 살아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안 씨는 “솔이의 회복은 단 한 번의 변화가 아닌, 날마다 일어나는 작은 기적의 연속이었다”며 “하나님께서 모든 과정을 함께하셨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임종 면회가 있던 날 안 씨는 남편과 아이를 보내야 할 때가 왔다며 슬픈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약속했다. “하나님께서 솔이를 살려주신다면 그 기적을 세상에 알리는 책을 쓰겠다”고. 그렇게 솔이가 태어난 지 정확히 한 달째 되던 날 안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솔이의 소식을 세상에 알렸다. “제가 주님의 확성기가 될 테니 부디 우리 아이를 사용하시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복시켜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담겨 있었다.

인스타에 기록된 아이의 기적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이들이 솔이를 위해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다. 믿음이 없던 남편에게도 지인들이 솔이를 위한 기도를 보내왔다. 부부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지쳐 쓰러질 때면 누군가 대신 솔이를 위해 기도해주었다. 안 씨는 “어쩌면 그 기록은 우리가 솔이를 포기하지 않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윤솔(0)군의 모습. 오른쪽은 지난달 18일의 모습. 안지은씨 제공


그때부터 SNS ‘미라클보이 또리의 성장일기’가 시작됐다. 백일잔치를 준비하며 쓴 블로그 글은 단순한 육아일지를 넘어 하나님이 솔이를 통해 보여주신 기적을 세상에 전하는 약속의 실천이 됐다. 의료진은 여전히 조심스러웠지만 솔이는 매일 새로운 기적을 보여주었다. 면회 때마다 놀라운 개인기를 선보이며 조금씩 회복했다. 안 씨는 “쌓여가는 기록을 돌아볼 때마다 솔이의 삶에 깃든 셀 수 없는 기적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며 “기록이 없었다면 감사도 기쁨도 잃었을 것 같다. 매일 기록을 통해 오늘 부어진 은혜와 사랑을 체험한다”고 고백했다.

그중에서도 솔이의 MRI 사진을 담은 인스타그램 릴스 영상은 168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엄마의 기도문이 담긴 영상에는 아이의 건강과 곁에서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부모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깊은 좌절 속에서 나는 다시 또 하나님을 구한다. 그 좌절 속에서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너를 바라본다. 움직이는 너의 두 팔과 점점 좋아지는 호르몬 수치, 뇌파, 너의 표정까지. 4개월의 시간이 흐른 만큼 너는 성장하고 나아지고 있음이 분명하기에 아직 찾아오지 않은 미래에 절망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 사랑해야지. 솔이가 나에게 보여주는 그 모든 기적을 믿으며 오늘도 널 위해 기도한다. 네가 살아갈 모든 날이 평안하기를.” (엄마의 기도 中)

백일을 기념해 돌반지를 낀 솔이의 손이 솔이 엄마 아빠의 손에 포개진 모습. 안지은씨 제공


회복 과정은 수많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출혈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케이스였던 솔이는 회복을 앞둔 시점에 다시 MRI 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혈전이라 예상했지만 병변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커졌다.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고, 악성종양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남편이 출장 중일 때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할 때도 있었다.

기적의 정의를 다시 쓰다
그러나 안 씨는 그때마다 믿음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는 “처음 병원에 실려 갔을 때도 살 수 없다고 했지만 주님은 솔이를 다시 일으키신 것을 기억하며 이번에도 건져내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 믿음 안에서 의료진을 신뢰하고 가족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함께 기도해주시는 많은 분 덕분에 오늘도 주님 안에 거하고 있습니다.”

‘기적’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도 달라졌다. 안씨는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솔이에게 일어난 기적도 많은 인내의 시간 속에서 꽃피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윤솔(0)군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부모의 모습. 안지은씨 제공


안씨는 하나의 제목만 간절히 품고 있다. 최근 솔이는 인공호흡기와 싸우며 작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솔이가 아무런 기계의 도움 없이 주일에 예배드릴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저는 진심으로 춤추며 노래할 것입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 가정의 아름다움에 집중하면 그 안에서도 충분한 기쁨과 사랑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기쁨에 매몰되다 보면 불안은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긴 시간 어른도 견디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고 있는 이 작은 아이 역시 하나님이 눈동자처럼 지켜주고 계심을 믿습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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