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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문화부장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 싸움이
멤버와 어도어 다툼으로 변질
뉴진스는 법원 판단 존중하고
하이브도 변함없이 지원해야
뉴진스 멤버들이 3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 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외 K팝 팬은 물론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 걸그룹 뉴진스 사태가 어느덧 1년을 넘겼다. 연이은 폭로와 반박, 기자회견, 검찰 고발 등으로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고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뉴진스 사태는 지난해 4월 K팝 최대 기획사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개저씨들” “맞다이로 들어와” 등 과격한 표현을 쏟아내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후 민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 하이브가 민 대표를 해임하자 뉴진스가 직접 전면에 나섰다. 뉴진스 맴버들은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며 하이브를 비판했다. 결국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어도어와의 전속 계약을 해지하고 독자 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기획사의 경영전략과 아티스트 권익의 충돌이다. K팝 기획사는 아이돌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전속 계약으로 아이돌을 최대한 붙잡아둬야 한다. 과거 15년 ‘노예 계약’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 계약서에 따라 보통 7년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이번 사태에서도 하이브는 뉴진스에게 총 21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뉴진스 측은 회사가 자신들을 차별하고 배척하며 신뢰가 파탄돼 전속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원의 첫 판단은 3월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뉴진스 측은 ‘전속 계약의 토대가 되는 신뢰 관계를 어도어 측이 깨버렸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신뢰 관계가 파탄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뉴진스는 본안 소송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도어의 승인 없이 독자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양측이 한발씩 물러설 때다. 먼저 뉴진스는 앞으로 나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앞서 뉴진스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정이 나왔을 때 어도어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조계에서는 본안 소송에서도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가처분에서 뉴진스가 주장한 총 11가지의 계약 해지 사유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결과에 불복해 재판이 3심까지 이어질 경우 2~3년이 걸릴 수 있다. 최종 확정판결 때까지 사태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활동 공백이 길어지면 걸그룹인 뉴진스에 치명적이다. 게다가 중국이 9월 하이난성에서 4만 석 규모의 K팝 공연을 허가하며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뉴진스의 복귀는 빠를수록 좋다. 2022년 7월 어도어 소속으로 데뷔한 뉴진스는 아직 4년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 법원이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이상 뉴진스는 기존 계약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당사자 간의 계약을 지키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하이브와 어도어도 뉴진스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어도어는 “향후 뉴진스 지원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멘트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진스가 하이브에 미운털이 박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한 공연장에서 소속 걸그룹들과 단체 사진을 찍으며 ‘원팀’을 강조했지만 그 자리에 뉴진스는 없었다.

당초 이번 사태는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싸움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민 전 대표는 보이지 않고 뉴진스와 어도어의 다툼으로 변질됐다. 사태 초반 기자회견을 자초하며 열변을 토하던 민 전 대표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어른들의 경영권 싸움에 휘말려 젊은 K팝 아티스트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시 대중 앞에서 춤추며 노래 부르는 뉴진스의 모습을 보고 싶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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