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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혜정|논설위원

1일 사퇴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지난 한달 남짓한 시간은 50여년 공직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알 듯 모를 듯 한 발언으로 단숨에 뉴스 인물로 떠올랐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그의 앞에 보수정당은 단일화라는 ‘대선 직행 꽃가마’를 대령해 놓았다. 이에 정권을 넘나들며 핵심 요직을 거친 처세의 달인은 무대 뒤로 퇴장할 시점에 권력의 최정점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다만 화려한 경력의 끝에 ‘내란 동조자’라는 오점이 찍힌 ‘늘공’ 한덕수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대선 출마라는 파격적 결정은 ‘이대로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주류, 한 전 대행 자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 전 대행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권한대행으로서 마지막 일정은 안보관계장관회의였다. 과도정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책임을 스스로 내던지면서, 남은 이들에게 “든든한 안보”를 당부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다. 그는 2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한 뒤 3일 선출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친윤석열계) 주류는 한 전 대행을 대선 프레임 전환의 적임자로 판단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한 채 ‘탄핵의 늪’에 빠져 있는 이들은 한 전 대행이 가진 ‘스펙’이 필요하다. 국정 운영 경험과 미국발 통상 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 등을 강조해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또한 ‘반이재명 빅텐트’로 국민의 이목을 끌고, 몸집을 최대한 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겠다는 심산이기도 하다. 다만 여기엔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염두에 두고 있는 한 전 대행이 윤석열 정권 실패의 공동 책임자이자 비상계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그래서 오히려 윤 전 대통령이 부각된다는 사실은 무시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전 대행의 지지율이 저조한 반면, 출마 부적절 의견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사실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세차례에 걸친 치열한 경선을 거쳐 당원과 지지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 대선 후보 역시 한 전 대행의 페이스메이커에 불과할 뿐이다.

사실 현재 국민의힘 경선을 가로지르는 주요 열쇳말은 ‘한덕수 대망론’이 아니라 ‘한동훈 불가론’과 ‘윤심’으로 봐야 한다. 상식적인 정당이라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룰을 마련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일반여론조사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 지지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고, 경선에는 당심 50%를 반영했다. ‘배신자 한동훈’은 배제한 뒤, 단일화에 호의적인 후보를 뽑아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당 안팎에선 이런 계획의 배후에 윤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과 2년 반 동안 호흡을 맞춰온 한 전 대행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고 한다. 자신과 김 여사를 보호하고 정권을 계승할 적임자가 한 전 총리라고 보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복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미 한 전 대행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친윤 주류는 대선보다는 당권 확보에 관심이 더 많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을 무시할 수 없고, 대선 이후 당내 기득권을 지키려면 당에 세력이 없는 한 전 대행이 누구보다 적임자다. 한 전 대행 역시 정권이 바뀌면 자신이 윤석열 정권의 각종 실정 및 내란 사태와 관련해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지켜줄 세력으로서 국민의힘이 필요하다.

다만 이들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무 우선권을 갖게 되는데, 그가 단일화 협상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한동훈 후보는 물론, 단일화에 호의적인 것으로 알려진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도 이미 단일화에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손해 볼 생각이 전혀 없는 한 전 대행은 후보 등록일인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포기할 것이다. 공정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내란 우두머리와 절연하지 못한 ‘원죄’가 족쇄가 되어 국민의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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