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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억 원대 강남 아파트를 가진 그녀…알고 보니 딥페이크 가상 인물

한 장애인 남성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여성을 만났습니다. 이 여성은 자신을 유명 대학을 나와 강남 아파트에 사는 34살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매일 다정하게 대화하면서 남성은 여성에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여성은 군 고위직이었던 아버지 소개로 유능한 펀드매니저를 알고 있다며 친절하게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여성이 알려 준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보니, 남성은 그 말이 사실 같았습니다. 시청자만 수천 명이 넘고, 금융 지식도 해박했습니다. 믿고 보낸 투자금은 500만 원, 여성이 말한 대로 수익금을 냈을까요?

알고 보니 모두 가짜였습니다. 마음을 준 여성도, 유능해 보이던 금융 전문가도 모두 가짜였습니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상 인물이었던 겁니다. 기존의 연애 빙자 사기, 이른바 로맨스 스캠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사기였습니다. 기존 사기 수법은 생활비나 만남을 위한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면, 이번에는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를 접목한 고도화된 사기였습니다. 둘의 미래를 위해서는 투자 수익이 필요하다는 설득이 더해졌죠.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8억여 원을 송금했습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100여 명이 넘고 피해 금액은 120억 원대에 이릅니다. 지금도 수사를 통해 피해 규모는 확대되고 있습니다.

■ 열흘 치 시나리오에 영상통화까지…정교해진 사기 수법

일당의 수법은 정교했습니다. 캄보디아에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운영 사무실을 차린 사기 일당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있는 일반인 사진 등을 모은 뒤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가상 인물인 34살 여성 박OO을 만들었습니다. 가상 인물이 실존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부모 직업과 가정환경, 자산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했습니다. 심지어 입학했다고 속인 대학의 해당 연도 등록금 액수까지 조사했습니다.

가상 여성 역할을 맡은 채팅 담당 직원은 100여 명이 넘었습니다. 미리 준비한 열흘 분량의 시나리오에 따라 채팅 앱이나 SNS 등에서 물색한 피해자들과 매일 채팅하며, 교제하는 사이가 된 것처럼 신뢰를 쌓았습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을 써서 영상통화도 여러 번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만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돈을 건넸습니다.

금융 전문가도 세심하게 ‘창조’ 했습니다.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보이게끔 이른바 ‘화력팀’을 만들어 조회수를 조작했습니다. 수천 명의 시청자도 화력팀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유명 투자회사를 도용하기도 했습니다. 사기 일당이 내세운 금융전문가는 유명 회사의 임원을 사칭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회사의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들이 이곳에서 계좌도 개설하고 수익률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정상적인 업체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피해자들이 가짜 사이트에서 자신의 투자금이 수익을 나는 것을 보고 안심했지만, 수익금을 찾겠다고 하면 가상 인물은 “세금이 많이 나와서 지금 팔면 손해다”라거나 “아파서 입원했다”는 핑계를 대며 환급 요청을 피했습니다.

사기 일당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투자금 120억 원을 챙겼고 가상화폐나 상품권 매매 등을 통해 현금화했습니다.

■ 성인 남녀, 장애인, 노인까지…“대상을 가리지 않은 사기”

피해자는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여성도 있었습니다. 남성 가상 인물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 있는 사진을 갖다 쓰면 누구라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범죄 조직 상위층이 어딘가로부터 ‘딥페이크 기술’을 사들여 범죄에 이용했다고 합니다. 예전의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자가 대부분 남성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다양한 이유입니다.

울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연애 빙자 사기인 로맨스 스캠 일당 45명을 검거해 인사팀장 등 30대 남성 신 모 씨 등 10명을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채팅 담당 직원 등 나머지 35명을 입건했습니다.

피해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를 통해 대포통장과 대포폰 등을 확인했고, 캄보디아 현지의 피의자들에 대해 인터폴을 통해 수배 조치했습니다. 현재 총책인 30대 부부 2명은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상태로 경찰은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해외 도피 중인 피의자들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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