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나흘째 산불 걱정에 못 쉬어"…굳은 표정으로 진화 작업 지켜봐
"주불진화 선언에 안심했다 다시 불안에 떨어"…"얼른 집 가고 싶다"


대피소서 대구산불 진화작업 지켜보는 어르신들
[촬영 황수빈]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빨리 비가 왔으면 하네요. 빗소리를 들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일 오전 6시께, 대구 북구 동변중 대피소.

대피소 앞 운동장에서 만난 김옥남(81)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흘째 산불 걱정에 제대로 쉬질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른 시간임에도 잠을 청하지 않고 연기가 나는 먼 산을 바라봤다.

먼 산에는 헬기 여러 대가 굉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물을 퍼 날라 불을 끄고 있었다.

김씨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능선을 가리키며 "저쯤에 우리 집이 있는데"라며 걱정스러운 듯 입을 뗐다.

그는 "어제 집에서 좀 쉬려고 집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창문 너머 산에서 불이 선명히 보였다"며 "대피소에 두 번째 왔는데 너무 춥고 몸도 안 좋아서 제대로 자질 못했다"고 했다.

김씨와 같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은 강당에서 잠을 청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강당 바닥이 딱딱하고 내부 체감 온도가 낮은 탓에 건강이 나빠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진명순(76)씨는 "잘 때는 몰랐는데 여기서 두 밤을 지내니까 몸이 안 좋아지는 게 체감된다"며 "얼른 집에 가고 싶어서 창문 앞에서 불이 언제쯤 꺼지나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피소 임시텐트
[촬영 황수빈]


이날 대피소 풍경은 산불이 발생했던 첫날과는 다르게 다소 차분했다.

대피소에서 지내는 게 나름 익숙해진 듯 미리 가져온 잠옷으로 갈아입어 편하게 지내는 이도 보였다.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거나 자원봉사단체에서 준비한 커피 믹스를 손에 든 채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 주민은 "대피 첫날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대피소에서 잘 걸 예상하고 옷을 좀 챙겨왔다"고 했다.

대구 산불 재발화 진화작업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대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틀 만에 진화됐다가 일부에서 재발화한 가운데 30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소방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5.4.30 [email protected]


이날 대피소에 모인 주민들 사이에서 화두는 비 소식이었다.

주불 진화 선언 6시간 만에 불길이 다시 살아난 탓에 비가 와야 안심할 것 같다는 분위기였다.

강모(50)씨는 "주불 진화 선언에 안심했다가 다시 불길이 붙고 대피 명령까지 떨어지니 모두 너무 불안해했다"며 "어제는 바람이 민가 방향으로 불어서 연기도 동네에 자욱하게 깔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후에 비 소식이 있는데 무조건 비가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7975 오피스텔서 전 여친과 연인 살해한 30대 자수 랭크뉴스 2025.05.04
47974 요즘 미국 가는 사람 없다더니…美 GDP 100조 증발 경고 랭크뉴스 2025.05.04
47973 트럼프, 외국 표심도 좌우…주요국 선거에 줄줄이 중대변수 랭크뉴스 2025.05.04
47972 [속보] 국힘 단일화 추진기구 설치…"李 이기겠단 대전제 공감" 랭크뉴스 2025.05.04
47971 SKT "유심보호서비스 1991만명 가입…유심 교체 95만여명" 랭크뉴스 2025.05.04
47970 李, TK 찾아 “먼지 이상으로 털려도 악감정 많아… 가짜뉴스 때문” 랭크뉴스 2025.05.04
47969 “호남사람” 한덕수, 광주 “사태” 폄하…5·18 참배 막힌 이유 아시겠죠 랭크뉴스 2025.05.04
47968 전주의 제지공장 맨홀서 직원들 쓰러져 … 2명 사망 랭크뉴스 2025.05.04
47967 “세금 환급, 실제 낸 쪽 몫”…대법, 론스타 손 들어줬던 판결 뒤집었다 [허란의 판례 읽기] 랭크뉴스 2025.05.04
47966 SK텔레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1991만명, 유심 교체 95만명” 랭크뉴스 2025.05.04
47965 전주 제지공장 맨홀서 작업하던 5명 쓰러져…2명 심정지 랭크뉴스 2025.05.04
47964 민주 "조희대 3차내란, 청문회·특검필요…대법관 증원도 논의"(종합) 랭크뉴스 2025.05.04
47963 전주 종이제조 공장 맨홀서 작업하던 5명 쓰러져…2명 사망 랭크뉴스 2025.05.04
47962 영주 찾은 이재명 “제가 뭘 그리 잘못했나… 왜곡된 정보” 랭크뉴스 2025.05.04
47961 이재명 “난 매우 보수적인 사람…지금 보수는 ‘가짜’” 랭크뉴스 2025.05.04
47960 경기 이천서 30대 남성이 남녀 살해…“전 여친 살해했다” 자수 랭크뉴스 2025.05.04
47959 “SKT 해킹 피해자 위약금 면제 가능”…국회 입법조사처 예시 든 사례 보니 랭크뉴스 2025.05.04
47958 한덕수, 국힘 경선 패배한 한동훈에 메시지‥"고생했다, 만나자" 랭크뉴스 2025.05.04
47957 “북한군, 우크라 전선 투입 임박”…러, 동부지역에 파병 확대 움직임 랭크뉴스 2025.05.04
47956 김민석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국정조사 필요” 랭크뉴스 202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