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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지며 염증 수치는 제자리로, 체중은 20㎏ 감량한 정성희 소장은 아픈 후에야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하죠. 건강관리에 진심인 영양사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어떤 것들일까요.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이 치열하게 겪은 경험담입니다.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COOKING〈나를 바꾸는 음식〉에서 확인해보세요.

나를 바꾸는 음식 ⑩ 소고기
몸의 대사 방향이 한쪽으로 기울면 살이 찌기 쉽다. 사진 픽사베이
“물만 먹어도 살찌는 것 같아.” 나는 이 심정을 몹시 이해한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들은 그대론데, 나만 살이 찌는 신비로운(?) 상황에 관한 심정 말이다. 억울하겠지만 원인은 있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진 것도 이유겠지만, 몸의 대사의 방향이 한쪽으로 기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우리 몸의 대사 방향은 두 단계다. 첫 번째가 ‘저장’이고 두 번째가 ‘분해’다. 몸 안에 영양을 쌓고(저장), 저장한 것을 꺼내 쓴다(분해). 실제로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먹을 것을 ‘저장’한다. 먹은 음식은 체지방, 내장지방, 또는 간이나 근육(글리코겐)으로 저장한 후 필요에 따라 다시 분해해 사용한다.

그런데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느낄 정도면, 내 몸의 대사의 방향이 ‘저장’으로 기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충분히 먹었는데 꺼내 쓰질 않기 때문이다. 꺼내 쓰긴커녕 계속해서 저장만 하는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살을 뺀다는 것은 내 몸의 전체 대사의 방향을 ‘반대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저장’에 쏠린 대사 방향을 ‘분해’로 바꾸는 일
짐작하겠지만 단번에 이뤄지는 일이 결코 아니다. 어느 정도 반대의 방향으로 변화를 준 다음, 그 지점에서 적응하고 다시 반대의 변화를 주는 반복의 과정이 필요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체지방이 떨어졌다가 증가하고 다시 떨어졌다 증가하는 몇 번의 과정을 오르락내리락하게 된다.

내 경우 초반에는 살이 꽤 잘 빠져 성취감이 있었지만, 후반부는 힘에 겨웠다. 조금씩 다시 오르는 체지방을 낮추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는 기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것은, 전체를 보면 몸무게가 하향 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체중을 감량할 때는, 근육이나 수분이 먼저 감소한 이후 체지방이 빠진다. 이때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기운이 없고 갑자기 달콤한 간식이 당긴다.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항상 이 지점이 고비다. 꾸준히 관리하다 보면 감량 신호가 한 번씩 찾아오는데, 동시에 체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얼굴색은 어둡고 만사가 귀찮으며 에너지가 부족하다. 업무를 할 때도 외부 자극에 더 섬세해진다.

희한한 건 평소와 비슷한 외부 자극임에도 내 마음에서는 다양한 감정이 일어난다. 생각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할까, 예민하다고 해야 할까. 부정적인 자극에 대한 타격감도 훨씬 크다.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하는 모드로 바뀐다. 밖으로 뿜어내던 에너지를 거두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하게 된다.

아유르베다에서 말하는 ‘살 빼기’란
쌓고 보관하며 묵직해지는 성질(카파)의 몸에, 공간을 만들고 가볍게 해서(바타) 타고난 몸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바타’는 가볍고 시원하며 건조하고 움직임을 주는 성질이다. 몸의 생리 기능과 연결해보면 호흡이 일어나는 일, 신경을 전달하는 일, 그리고 호르몬의 작용과 소화 과정 중의 배출,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 ‘바타 도샤’와 관련이 있다.

내 체질은 살이 찌기 쉬운 ‘카파’지만,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며 살을 빼자 일시적으로 ‘바타’가 크게 증가했다. ‘바타 도샤’가 균형적이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사려가 깊어 상대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반면 불균형하면, 신경이나 호르몬 작용이 많아져 불안해지기 쉬우며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장에 탈(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변비)이 날 수 있다.

양질의 단백질 급원 식품인 소고기. 사진 픽사베이
인도의 전통의학 체계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소고기의 성질은 축적하고 묵직하며 따뜻하다. 이른바 ‘카파’의 성질이다. 또 신체 구조와 조직을 구성하며, 면역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일시적으로 바타가 증가한 감량의 시기에 챙겨 먹기 제격인 식재료다. 나의 경우 체중의 5%(약 3㎏) 정도 감량하면 몸과 마음에 변화의 지점이 찾아오곤 했다. 신호를 알아차리면, 나는 늘 소고기를 사러 갔다.

소고기 섭취로 근육 생성과 회복 돕기
소고기는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한 양질의 단백질 급원 식품이다. 단백질은 체조직을 구성하고, 호르몬이나 효소의 재료로 사용된다. 또, 근육 생성 및 회복에도 꼭 필요한 영양소다. 그중 소고기가 함유한 필수아미노산 중 트립토판은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소고기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2와 철분도 중요하다. 비타민 B12는 단백질 대사에 도움을 주고, 철분은 체내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고기의 철분은 체내 흡수가 쉬운 형태로 존재한다. 또 소고기의 비타민 B12는 적혈구를 생성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해 세포 성장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소고기에 포함된 아연은 면역 기능과 성장 발육, 상처 치유를 돕는다.

앞서 말했듯, 살을 뺄 때 몸에서 가장 먼저 빠지는 건 수분이다. 그다음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순서대로 빠진다. 따라서 감량 신호가 와서 유난히 기운이 없고 예민할 때 소고기를 먹어주면 체성분을 유지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효율성 높은 철분을 신체 곳곳으로 전달해 일상의 활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소고기구이와 초록색 스무디의 조화
소고기를 구워서 먹을 때는 고수 씨와 생강, 로즈메리, 강황 등의 향신료를 사용해 소화하기 쉽도록 조리한다. 소고기구이를 먹고 난 후엔 꼭 시금치나 미나리·키위나 베리류를 넣은 스무디로 마무리했다. 아미노산이 풍부한 소고기 맛의 본질은 단맛이다. 그런데 고기만 먹으면 달콤한 게 계속 먹고 싶어진다. 이때 녹색 채소의 씁쓸한 맛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식욕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된다.

소고기와 녹색 채소로 마무리하면 식욕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 사진은 소고기 전골. 사진 정성희
미나리·알배추·깻잎 등을 충분히 넣은 소고기 전골도 체중 감량 신호가 왔을 때 자주 해 먹은 메뉴다. 생강·마늘·대파·월계수 잎·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아롱사태를 삶아 부추나 버섯과 함께 곁들여 연겨자와 레몬을 넣은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푹 익혀 야들야들해진 사태 찜과 채소를 듬뿍 먹고 나면 뾰족했던 감각들도 어느새 느긋해지는 느낌이다. 단맛을 가진 소고기에 여러 가지 채소를 다채롭게 차려 먹고 나면 달콤한 간식으로 기울었던 마음이 어느새 쑥 들어간다.

계절에 따라, 나이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몸과 마음은 늘 변화를 겪는다. 변화로 인해 흔들리는 몸과 마음의 신호를 눈치채고 다정하게 보듬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보통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부터 시작한다. 따뜻한 음식이 뱃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허기가 사라지고, 허약했던 몸과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산책길이 어느새 푸르러졌다. 오후 햇빛을 받으며 걸으면 땀이 송골송골 나기 시작하다가도, 해가 질 무렵에 불어오는 바람은 서늘해 겉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게 된다. 감량의 신호가 찾아온 걸까. 본능적으로 소고기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오늘 저녁은 따뜻한 소고기 전골을 준비해 볼까 하며.

정성희 영양사 [email protected]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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