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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교회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재명

수락연설 “기도실서 눈물” 언급
“천진난만함 아래 냉철한 비판의식
신앙 앞에 겸손할 때 진정한 지도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 1월 26일 경기도 성남 주민교회에서 열린 이훈삼 목사 취임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이 후보는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정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천진난만한 구석이 있던 사람이었죠.”

경기도 성남 주민교회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를 이렇게 기억했다. 주민교회는 지역 시민사회계에서 ‘이변’(이 변호사)으로 불렸던 이 후보가 정치를 결심하게 된 장소로 지목한 곳이다. 이 후보는 지난 27일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2004년 3월 28일 오후 5시, 성남시청 앞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결심했다. 성남시민들이 그토록 바랐지만 부정한 기득권자들이 좌절시킨 시립 공공병원의 꿈을 성남시장이 돼서라도 반드시 이뤄보겠다고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외쳤다.

이 후보가 지하 기도실에 숨어 들어간 2004년 3월 25일 성남시의회는 주민 1만8595명의 발의로 제출한 성남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의 심의를 보류했다. 주민 발의 조례 청구인 대표였던 이 후보는 거세게 항의했다. 이 후보는 후일 언론 인터뷰에서 “같이 참여했던 사람들이 들어가서 명패도 걷어차고, 뛰어다니면서 멱살도 잡고 이런 일이 있었고, 저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술회했다.

지난해까지 주민교회를 섬겼던 이훈삼 목사(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종합병원인 인하병원이 폐업하니까 구시가지엔 병원다운 병원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건강에 위협을 받게 됐다”며 “그래서 이 후보와 이해학 원로목사님, 김태년 의원, 보건의료노조, 지역 시민사회 등이 공공 시립의료원을 만들려고 운동을 펼쳤다”고 말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배된 이 후보가 숨었던 곳이 시의회 건물 맞은편 주민교회였다. 지역 시민운동계의 핵심 인물이자 이 후보와도 면식이 있던 이해학 원로목사가 부목사를 통해 사정을 전해 듣고 지하 기도실에 피신해 있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교회에서의 도피 생활은 일주일가량 이어졌다. 식량은 이 후보 쪽이 자체 조달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주민교회 관계자는 “우리 교회는 일종의 소도였다”고 회상했다.

이 목사는 “이 후보는 교회 지하실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그걸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더라”며 “성남시장 선거 때도 홍보 전단지 맨 앞에 그걸 밝혔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 당선인 신분으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시립병원은 제 정치 인생이 시작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2013년 주민교회에서 열린 6·10 항쟁 기념비 제막식 참석 사진. 주민교회 제공

이 후보와 주민교회의 인연은 시민사회단체 활동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이 후보는 1995년 설립된 ‘성남시민 모임’(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2001년 만들어진 ‘성남 사회단체 연대회의’, 2005년 출범한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 등 단체에서 일했다.

주민교회의 장로와 성도 중에는 이 후보와 함께 일한 활동가들이 많았다. 성남시민모임 등에서 함께 일했다는 한 성도는 “(이 후보는) 시민운동 일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실무적인 일도 도맡다시피 했고, 사무실도 이 후보가 얻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있는 집에서 자랐겠구나’ 착각할 법했지만, 사회에 대해 아주 냉철한 비판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로도 주민교회와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4년 이 목사 취임식 때도 찾아와 성경을 들고 “앞으로도 성남시의 횃불 같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이 후보는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기초연금제도, 기초생활보장 개별급여 개편 등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하는 단식투쟁을 벌였는데, 주민교회 성도들이 이 후보를 찾아 위문하기도 했다.

주민교회 성도들은 이 후보를 “쾌활한 성격으로 시민들과 격의 없이 친밀하게 지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 목사는 “시민들과 친밀하게 지내려고 농담도 잘하고, 깔깔거리며 웃고 격의 없이 지냈다. 한편으로는 시장이 조금 무게가 있어야지 너무 가벼운 거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어렵게 자라서인지 서민들을 굉장히 소중히 여겼다”면서도 “성격이 ‘아쌀한’ 면이 있고 추진력이 있으니까 그만큼 적대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대권에 도전하는 이 후보에게 “본래의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 사회 약자를 바라보는 그런 마음은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했다. 또 “권력을 쥐었을 때 오만함에 빠질 수 있고 유혹도 많다”며 “그때 자기를 성찰하고 바른 정치인의 길을 가도록 기독교 신앙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을 때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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