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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높은 공공기관·방송사 등 사칭
5년새 피해구제 건수 4.7배 급증
금전 편취·화풀이 원인… 대책 시급
노쇼 피해를 입은 충남 서산의 한 족발집에 준비된 약 80만원어치 족발·보쌈 포장.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연락두절된 예약자 탓에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됐다. 독자 제공

예약만 해두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변심이 아니다. 군부대 회식이라고 속이거나 방송 제작진을 사칭하는 등 조직적 사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최근 5년 사이 노쇼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4.7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해 보상 청구 비중은 적어 실제 피해 규모는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민일보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노쇼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21년 45건에서 지난해 212건으로 3년새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누적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670건에 달한다.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75건에서 45건으로 일시 감소했지만, 2022년(130건) 이후 2023년 150건, 2024년 212건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도 1분기(1~3월)까지 58건이 접수돼 연말까지 200건 이상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피해구제 접수 사유를 살펴보면 10건 중 6건(62%)은 ‘계약 해지·위약금’ 관련 분쟁이었다. 예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 갈등이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이 유형은 2020년 54건에서 지난해 120건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청약 철회’(7.2%), ‘부당 행위’(6.7%) 등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전체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식자영업자 10명 중 8명(78.3%)가량이 최근 1년 내 노쇼를 겪었고, 피해 보상을 청구한 경우는 14.5%에 불과했다.

노쇼 수법은 최근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KBS 2TV ‘1박2일’ 제작진은 최근 공식 채널에서 “제작진을 사칭해 일부 지역 식당에 단체 예약을 한 뒤 노쇼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사칭 및 허위 예약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최근 한미연합군사령부를 사칭한 손님에게 족발과 보쌈 등 80만원어치 예약 주문을 받고 준비를 마쳤으나, 약속 당일 연락이 두절됐다. 김씨는 “군 공식 문서를 위조해 결제 요청까지 했다”며 “분한 마음에 근처 파출소에 신고했지만 워낙 이런 일이 많아 잡힐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부대뿐 아니라 소방대원, 교도소 직원 등을 사칭한 노쇼 피해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쇼 사칭은 어떤 사람들이 왜 하는 것일까. 업계에 따르면 노쇼 사칭 범행의 주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금전 편취다. 군부대, 방송국, 공공기관 등 신뢰도 높은 이름을 앞세워 “돈을 먼저 송금해 주면 음식을 가지러 가면서 송금한 금액을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주겠다”고 속여 선결제를 유도하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일종의 화풀이다. 업주에게 식자재비와 인건비를 낭비하도록 한 뒤 의도적으로 실질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다. 앙심을 품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골탕먹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쇼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정은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노쇼 사기가 집단적으로 증가하고 피해 규모가 커져가는 만큼 계약 체결 단계에서 법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에스크로 시스템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과 피해 보상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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