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바라카 이후 첫 해외 원전 수주
4기 건설시 총 52조 원···“사상 최대 규모”
주기기도 납품···원전 주요 수출국 발돋움
4기 건설시 총 52조 원···“사상 최대 규모”
주기기도 납품···원전 주요 수출국 발돋움
체코 비소치나주에 위치한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1~4호기 전경.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하는 ‘팀 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프로젝트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후 약 16년만의 해외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수주다. 체코 테멜린 원전 3·4호기 신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총 수주 규모는 약 5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한국 사상 최대 기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30일(현지 시간) 5월 7일 한수원과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10개월 만이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비소치나주에 위치한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인근에 설비용량 1000㎿ 규모 가압 경수로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프로젝트다. 한국이 보유한 표준 원자로는 설비용량 1400㎿의 APR-1400이지만 한수원은 체코 측 요구에 맞춰 설비용량을 낮춘 APR-1000을 개발해 공급하기로 했다. 공사는 2029년 착공해 2036년 시운전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계약의 특징은 체코 남보헤미아주 테멜린 원전 1~2호기 인근에 신규 원전 2기를 신설하는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함께 선정됐다는 점이다. 이변이 없으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사업을 수주하므로 한국은 체코에서만 대형 원전 4기를 건설하게 된다.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을 무사히 수주했다는 소식에 원전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원자로 1기당 사업비는 2000억 코루나(약 13조 원)이다. 테멜린 원전까지 포함하면 약 52조 원 어치의 먹거리가 2040년대까지 쏟아진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 1~4호기 모두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각자 해외 일감을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팀 코리아가 발주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원자로의 핵심 계통까지 한국 기업이 모두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앞서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는 핵연료로 증기를 데우는 1차 계통 설비의 41%는 웨스팅하우스 제품을 사용했다. 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2차 계통(터빈 발전기) 역시 당시 웨스팅하우스의 모기업인 도시바로부터 납품받았다. 기술적 한계와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를 고려한 결과였다. 반면 이번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주력 제품들의 납품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이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체코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나 베트남 등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나라들 대부분이 한국 원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건설 단가나 공사 기한 준수 역량 측면에서 한국이 미국이나 프랑스보다 경쟁력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바라카 원전 사업이 데뷔전이었다면 두코바니 사업은 한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서 주요한 입지를 차지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이후 최종사업자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에 밀린 웨스팅하우스와 EDF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에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UOHS는 지난해 11월 관련 진정을 기각했으나 이들 업체들은 즉각 항소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항소를 취하했다. EDF는 쟁송을 이어갔지만 체코 당국은 24일 항소를 최종 기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럽 지역에서의 원전 수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 종식하기 위해 유럽 시장은 미국에 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해 말 스웨덴, 올해는 슬로베니아와 네덜란드 원전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웨스팅하우스는 제조 역량이 없어 수주는 하더라도 결국 자재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아야 한다”며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새로 개발한 APR-1000 원자로는 EU가 요구하는 안전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이 입찰 과정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