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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 발생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전날 오후 6시 29분쯤 명일동의 한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뉴스1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손모(27) 씨는 운전 중 도로 균열로 인한 충격으로 블랙박스 알림이 울릴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전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명일동 싱크홀 사고 이후 관련 뉴스를 자주 접하면서 싱크홀에 관심이 커졌다”며 “서울 도심은 혼잡해 차를 세우고 도로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기도 어려운데 아스팔트 곳곳에 균열이 보여 불안하다”고 말했다.

‘싱크홀(땅꺼짐) 공포’로 인해 시민 오인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이 발생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싱크홀(땅 꺼짐) 관련 119 신고는 1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건) 대비 약 6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33건은 포트홀(도로 파임) 등을 싱크홀로 오인한 것이었다. 전체 싱크홀 신고 4건 중 1건은 오인 신고였던 셈이다.

박경민 기자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등으로 접수되는 신고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접수된 지반침하 관련 신고 건수는 713건에 달했으며, 이 중 실제 지반침하로 확인된 사례는 2건에 그쳤다. 나머지 711건은 오인 신고였다. 같은 기간 안전신문고에 ‘싱크홀’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신고 건수도 637건으로, 지난해(337건)보다 약 2배 증가했다.

대표적인 싱크홀 오인 신고 유형은 포트홀, 노후 아스팔트 파손, 맨홀 뚜껑 이탈, 보도블록 빠짐 등이 있었다. 포트홀은 지하에 빈 공간이 생겨 급작스럽게 땅이 무너지는 싱크홀과 달리, 도로 표면만 움푹 파인 작은 구멍을 말한다. 싱크홀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포트홀은 비교적 얕고 작아 차량 파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소방청 관계자는 “싱크홀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면 대부분 포트홀”이라며 “지난 4일엔 수원에서 도로 아스콘(아스팔트 포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시민이 싱크홀로 오인 신고해 구청 담당에게 인계한 바 있다”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싱크홀은 지반이 밑으로 꺼지는 것이고 포트홀은 아스팔트가 깨져 위로 올라오거나 옆으로 흩어지는, 역학적으로 정반대 현상”이라며 “싱크홀은 차가 지나갈 때 도로 출렁임을 육안으로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종시에 접수된 싱크홀 오인 신고된 포트홀(도로 파임) 사례. 세종시 관계자는 ″겨울철 제설제로 인해 도로 표면에 포트홀이 많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시민이 용어를 혼동해 싱크홀이 발생했다고 신고한다″고 말했다. 사진 세종시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땅속 지도’를 정밀하게 만들고, 싱크홀 발생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은 지하 공사 등으로 발생하는 명백한 인재(人災)”라면서 “서울시는 책임 회피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원인 규명과 타당한 대책을 마련해 시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토목이 공법을 써서 공사하는 외과 의사 같은 역할을 한다면, 지질은 엑스레이나 피검사를 하는 내과 의사에 비유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토목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지질 조사를 소홀히 하는 구조적 문제가 싱크홀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터널·지하철 등 개발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시 직속으로 공무원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연구 조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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