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경제 성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과 관련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협상의 윤곽이 잡혀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함께 지난 24일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한ㆍ미 2+2 통상 협의’를 가졌었다.
베센트 장관은 29일 오전 미 백악관에서 진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경제 성과 브리핑에서 한국과 인도ㆍ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상 타임라인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그들은 협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상은 윤곽이 잡혀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일본과도 상당한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
“韓, 문제 해결 뒤 선거운동 의지 강해”
베센트 장관은 한국의 6ㆍ3 대선과 일본의 7월 참의원 선거 등 국내 정치적 요인 때문에 선거 전까지는 포괄적 합의가 어려울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 “저는 사실 그 반대라고 본다”며 “이들 국가 정부는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는 그들이 실제로 협상 테이블로 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선거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이 2+2 협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이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당시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은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사실상 6월 대선 이후 들어서는 차기 정부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정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경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브리핑이었던 만큼 실제 진행 상황보다 긍정적으로 묘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며 첨예한 ‘관세전쟁’을 치르는 중국과의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누가 누구와 대화하는지는 얘기하지 않겠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관세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중국은 천만 개의 일자리를 순식간에 잃을 수 있고 관세가 인하되더라도 5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18개국과의 중요한 무역 관계를 다루며 일단 중국은 제쳐두고 17개국과 진행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첫 타결국 인도 될 가능성…“매우 근접”
일부 국가와의 관세 협상 중에선 인도가 첫 타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베센트 장관은 “인도와 관련해선 (협상 타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며 “그들(인도 정부)은 높고 많은 관세가 있어 (비관세 장벽보다) 협상이 더 용이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매콤 카운티에서 열리는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위해 워싱턴 DC 백악관을 떠나면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을 나서면서 인도와의 무역 협상에 대해 “인도는 잘 진행되고 있다”며 “난 우리가 인도와 합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합의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 국가와의 협상을 완료했으나 상대국 총리와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곧 (승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당 국가의 이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인도를 가리킨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
美상무부, 자동차 부품관세 2년간 완화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산 수입 부품으로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을 위해 부품 관세를 2년간 깎아주기로 했다. 미 상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동차 부품 관세 완화 정책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정책 변경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예정이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동차를 완성해 미국에서 판매한 업체가 그 기록을 상무부에 내면 자동차 가격 15%에 해당하는 금액의 ‘크레딧(credit)’을 받게 되는데, 업체는 향후 자동차 부품을 수입할 때 이 크레딧만큼 부품 관세를 ‘상쇄’(offset)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업체들이 (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15%는 관세 없이 외국에서 가져와 자동차에 넣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 정책은 향후 2년간 실시될 계획이다. 첫해에는 크레딧 인정 비율이 자동차 가격의 15%인데 이는 현행 25%인 부품 관세를 3.75%포인트(0.25x0.15=0.0375)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해에는 크레딧 인정 비율이 10%로 낮아진다.
고위 당국자는 그간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완전한 공급망 구축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이번 정책을 시행한다면서 “2년은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3일부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관세는 내달 3일부터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 적용된다.
미국은 지난 4월 3일부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 관세는 오는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으로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