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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할 때 나오는 ‘조리퓸’ 치명적
조리사들 암 판정에도 구제 못받아
근로복지공단 “의학적 기준 따라”
급식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약 8년간 학교 급식조리사로 일해온 강모(53)씨는 최근 폐암 수술을 받았지만 산업재해 승인을 받지 못했다. ‘통상 10년 정도인 폐암 잠복기가 충분하지 않고, 고농도 노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강씨는 29일 “환풍기도 작동하지 않는 반지하에서 근무하면서 폐암 진단까지 받았다”며 “근무 기간으로 산재 판정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나 병원 등 급식시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려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늘면서 ‘10년 근무 경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급식시설에서 유해 발암물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환기 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환경 등을 고려할 때 ‘10년 근무’라는 일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 따르면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산재 승인이 시작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폐암 산재 신청자는 214명에 달했다. 169명은 산재가 인정됐지만, 32명은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11건은 심의 진행 중이다. 2건은 산재 신청이 반려됐다. ‘폐암 산재 불승인 판정서’를 분석해 보니 불승인 31건(이유 미공개 판정 1건 제외) 중 근무 기간이 폐암 발병 잠복기인 10년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근무 기간은 10년이 넘었지만 발암물질인 ‘조리퓸’ 노출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정받은 사례, 폐암에 걸렸지만 영양사여서 음식을 직접 조리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급식 노동자에게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조리퓸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가리킨다. 튀김이나 볶음 요리 등 고온의 기름을 이용해 조리하는 과정에서 대량 배출되기 때문에 조리하는 음식이 많은 학교나 병원의 급식노동자들이 특히 취약하다.

이재진 학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학교마다 환기시설, 식수 인원이 다른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여전히 폐암 잠복기를 들어 산재를 승인하지 않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며 “10년 이하 근무 시 산재 승인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폐암은 암 인자가 생긴 뒤 발병하기까지 최소 10년 정도 걸린다는 의학적 결과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유해물질 노출 빈도와 강도 등을 종합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비정규직연대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10년을 기준으로 삼는 산재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열악한 조리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한다. 김지영 노무법인 폐의 노무사는 “조리퓸이 폐암 원인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게 2021년으로, 아직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노동자들도 많을 것”이라며 “산재 인정 여부를 폭넓게 검토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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