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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보기에도 먹을 수 없는 과일들.

건더기 없이 멀건 국물뿐인 곰탕.

'호텔식 요양원'이라 광고하는 한 요양원에서 제공된 음식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처가가 운영하는 곳인데, 노인학대 사례들이 무더기로 신고됐습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관련 당국이 일제히 조사에 착수한 걸로 M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조명아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오늘 오전, 경기 남양주의 한 노인요양원.

건강보험공단과 관할 지자체 관계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노인 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나온 겁니다.

[경기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조사관]
"자료나 진술이나 이런 것들 토대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전 직원 전체 다 (조사)하고 있어요."

2017년 문을 연 이 요양원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 일가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대표는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 씨, 주요 간부 자리에 친인척들을 앉히고, 실제 관리는 최 씨가 하고 있습니다.

노인 학대 등 불법 운영 실태를 최근 건보공단에 공익신고한 건 이곳에서 일했던 요양보호사였습니다.

입소자 한 명당 매달 37만 5천 원의 식대를 받고도 제공되는 음식은 끔찍했습니다.

간식으로 썩은 과일들이 제공됐고, 한 층의 입소자 16명이 먹는 주스에 바나나는 달랑 7개만 넣고 물을 탔습니다.

[제보자]
"바나나하고 야쿠르트 7개 하고 그러면 그거를 이제 믹서기에 물을 섞어서 갈아서 나눠드리는 거지."

1.5리터짜리 토마토주스도 한 층당 딱 한 병이 주어졌습니다.

1인당 간식비로 고작 100원 안팎이 들어간 셈입니다.

대파 같은 고명이나 고기 건더기는 찾기 힘든 곰탕, 미역 없는 미역국 등이 일상이었고, 식사 때 제공된 숟가락에 음식물이 그대로 묻어 있는 등 위생도 엉망이었습니다.

[제보자(지난 22일, 유튜브 '서울의 소리')]
"(건더기는) 낚시를 해서 건질 수 있을 만큼 양도 적게 그렇게 주고 소시지 엄청 싸구려…우리 강아지 줘도 안 먹을 것 같아."

작년 12월에는 한 80대 노인이 설사와 혈변 증상을 열흘 넘게 보였지만, 3주 가까이 방치된 끝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숨지기도 했습니다.

'요양병원'과 달리 의료진이 상주하지 않는 요양원인데도 병원 이송을 미루다 터진 사고였습니다.

제보자는 '돈 때문'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장기요양급여 대상인 입소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입원을 하면 요양원은 장기요양급여를 절반밖에 못 받는다는 겁니다.

일상적인 학대 정황도 폭로됐습니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어르신의 사지를 24시간 침대에 묶어 놓고 기록 의무조차 지키지 않았습니다.

MBC가 입수한 건보공단의 2021년 정기평가에 따르면, 학대와 신체적 구속을 평가하는 '노인인권보호'와 기저귀 교환 같은 '배설 관리' 항목 등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미흡'을 받았습니다.

2019년 남양주시의 지도점검에서도 식재료비를 용도 외로 지출하고 신체억제대 사용 시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적발됐습니다.

지난 2018년과 2021년에도 병원이송 기피 등 입소자에 대한 학대가 신고돼 조사에 나섰지만 두 번 다 별문제가 없다고 결론냈습니다.

[전진숙/국회 보건복지위원]
"문제의 시그널(정황)이 계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놓치고 있다가 지난 4월 9일 공익 신고가 이루어진 다음에서야 현지 조사를 했습니다. 늑장 조사한 거 맞고요."

MBC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요양원 측에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해당 요양원 관계자]
"저희 인터뷰 안 하니까 나가주세요."

남양주시와 건강보험공단 등은 모레까지 현장 조사를 마친 뒤, 업무정지 또는 지정 취소 등 행정처분과 함께, 요양급여 부당 지급금 환수 조치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조명아입니다.

영상취재: 이원석 / 영상편집: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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