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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의 승리를 이끈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9일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불과 석 달 만에 압도적 열세를 뒤집고 2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야당인 보수당에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제품에 무거운 관세를 물리고 캐나다 합병 의욕을 드러내면서 캐나다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한 결과다. 트럼프식 일방적 보수주의가 되레 우방국의 반트럼프 정치에 일조한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승리 선언에서 “미국은 우리의 땅, 우리의 자원, 우리의 물, 우리의 나라를 탐한다. 트럼프는 우리를 부수고, 가지려고 한다”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오랜 인연(old relationship)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몇 달 전만 해도 자유당의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며 “(자유당의 극적 승리는) 트럼프가 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불확실성 속에서 누가 캐나다를 가장 잘 이끌어갈 수 있는가로 (선거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임인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자유당 출신으로, 2015년 취임 후 이민 문턱을 낮춰 노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코카인과 필로폰 등 마약 합법화, 안락사 확대 등 진보 정책을 병행했다. 트뤼도가 ‘캐나다의 오바마’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는 사이 캐나다는 1% 후반의 초라한 평균 경제성장률과 이민 폭증에 따른 물가 및 주거비 상승, 악화일로의 범죄율에 시달렸다.

보수당은 진보 정책에 대한 피로감을 파고들었다.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트뤼도를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워크주의자”라 공격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연상시키는 “캐나다 퍼스트” 같은 구호를 내걸며 캐나다의 트럼프로 이미지화했다. 이 덕분에 대중적 인기를 얻은 보수당은 올해 1월 45%의 지지율을 기록해 자유당을 25% 포인트의 격차로 앞서기도 했다.
29일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가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보수당의 ‘미니 트럼프’ 전략은 트럼프가 취임 직후 돌연 캐나다산 자동차, 알루미늄, 강철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반전을 맞았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주나 돼라. 트뤼도는 캐나다 주지사”라고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에 트뤼도가 제대로 맞서지 못하자 자유당은 트뤼도를 내려 앉히고 카니를 총리로 바꿨다.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통 카니는 정치 초보에 불과했으나, “트럼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예상 외로 미국의 압박을 막아냈다. 캐나다 국민들도 카니의 모습을 보고 애국주의로 똘똘 뭉치고, 이 과정에서 자유당 지지율이 급등했다.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뒤늦게 트럼프와 선긋기에 나섰지만, “당신은 미니 트럼프냐, 미디엄 트럼프냐, 라지 트럼프냐”는 라디오 방송진행자의 비아냥만 들었다고 한다.

트럼프 역시 캐나다 총선 당일인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된다면 관세나 세금이 없다”, “힘과 지혜를 갖춘 사람을 선택하라”는 글을 올려 캐나다 민심을 기름을 끼얹었다. 포일리에브르는 “선거에 개입말라”고 트럼프에게 분통을 터뜨렸지만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외신들은 캐나다 총선을 두고 “자유당 승리엔 트럼프의 공헌이 지대하다”(BBC), “트럼프의 정치 브랜드가 다른 나라의 보수주의자들에겐 독이 될 수 있다”(NYT)며 ‘트럼프 충격’이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 미치는 효과를 가늠 중에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는 지난 2월 독일 총선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트럼프의 엄호 속에 사회민주당(SPD)을 누르고 제2당으로 약진한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카니의 개인적 자질에서 승리 원인을 찾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의 반트럼프 전선을 지휘한 카니에 대해 “매우 똑똑하다. 명확하고 단호하며 불도저 같은 인물”(NYT)이라는 평이 따른다고 한다. 또 자유당이 전체 343개 의석 가운데 과반 의석 달성에는 실패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인만큼 총선 이후 자유당의 일방 독주는 어렵다는 전망도 외신에선 보도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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