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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 1분쯤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인 조야동 민가까지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집이 불에 탈까 근심했어요.”

29일 대구 북구 팔달동의 산불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김재정(71·조야동)씨는 “밤새 잠을 설쳤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오후 2시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15m의 강풍을 타고 조야동ㆍ노곡동ㆍ서변동 근처로 확산했다. 민가가 몰린 곳까지 불길이 번진 탓에 대피자만 5600여 명에 달했다. 집 안에 머물던 김씨도 공무원의 안내를 따라 몸만 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구 함지산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대구 시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건 1989년 동래동 팔공산 산불 이후 36년 만이다. 산림청은 전날 밤 수리온 헬기를 투입해 통상 야간엔 하지 않는 헬기 진화를 이어갔다. 도심지로 번질 경우 자칫 큰 피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불길은 밤사이 잦아들었고, 당국은 이날 오후 1시에 주불을 진화했다고 선언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364개 크기의 산림 260㏊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숲세권’ 산림 인접지 개발…건축물 비화 산불↑
차준홍 기자
‘도시형 산불’의 위험은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다. ‘숲세권’, ‘숲복지’가 인기를 얻으며 산림 인접지가 개발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건조 현상이 전 국토에서 대형 산불을 일으키는 기상 조건을 만들면서다.

산림청은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도심지 산불이 빈발하고 있으며, 산불 다발 우려 지역으로 서울ㆍ인천ㆍ부산ㆍ대전ㆍ대구 등 대도시를 꼽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산불이 도심으로 번지거나, 건축물서 발생한 화재가 산림으로 옮겨 붙는 경우다. 2013년 3월 포항에선 산불 초기대응에 실패한 탓에 불이 초속 15m의 바람을 타고 도심의 4개 동을 휩쓸어 1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도 54억원에 달했다.

이지수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건물 등 도심 화재는 산불과 진화 방법이 달라, 함께 발생할 경우 진화 난도가 매우 높아진다”고 설명했다.특히 가연성·인화성 소재를 다루는 공장에서 난 화재와 산불이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위험하다. 이런 경우 공장에는 전문 포소화 약제와 장비를 갖춘 소방차 등이 진화하는 동시에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등 유독가스 방출도 대비해야 한다. 산림청 헬기와 산불진화대원이 ‘빠른 불’과 싸워야 하는 산불과는 대응법이 다르다.

차준홍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건축물 화재가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1990년대 연평균 1.1건에서 2020년대 36건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산불이 빈발하면 건축물 소실 피해도 커지고 있다. 2013년 포항 산불은 주택을 비롯한 건물 111동을 태웠고 2023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택을 비롯한 건물 406동을 파손시켰다. 경기도와 경남도에서는 공장 화재가 산불로 번지는 사례도 잦다.



이원화된 체계…산림ㆍ도시 복합 화재 대비해야
미국에서는 이런 화재를 ‘산림ㆍ도시 복합 화재’(WUI fire·Wildland and urban interface fire)라고 명명하고 따로 관리한다.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등이 이런 화재에 대한 연구를 맡고 있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이틀째인 29일 오후 산불 진화 작전에 투입된 군용 헬기가 함지산 상공에서 물을 뿌리고 있다. 뉴스1
반면 국내에서는 도시형 산불을 관리하는 체계가 없다. 산불은 산림청, 일반 화재는 소방청이 주관해 현장 대응에 혼선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지자체의 한 산불 담당자는 “최근 공장 화재에서 비롯된 산불이 발생했는데 주무 부처가 달라 초기 대응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꼈다”며 “이원화된 대응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시형 산불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과 건물이 인접할 경우 습기가 많은 굴참나무 등 방화수림대를 조성하고, 일본 사찰처럼 건물 지붕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산불이 건물로 번지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산불 주요 원인인 입산자 실화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산불 감시원을 충원하고 처우를 개선해 입산자를 관리하고 산림 인접 주민에 대한 대피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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