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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스스로 사법의정치화 자초”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법원이 29일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선고일을 지정했다. 6·3 대선에 앞서 이 후보 사건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건 접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원합의체 회부·두 차례 심리·선고일 지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대선 후보 등록일(5월10~11일) 전 스스로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려는 의도란 분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면서까지 속도를 낸 것을 놓고 ‘사법의 정치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상고심 선고일 지정을 놓고 법조계 안팎에선 ‘예상을 깬 결정’으로 평가한다. 대법원 통상적인 사건 처리 과정과 비교하면 절차와 속도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2일 이 후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한 뒤 당일 곧바로 심리하고 이틀만인 24일에도 두 번째 심리를 하는 등 ‘신속 심리’를 했다. 보통 전합 심리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점에 비춰보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의 이날 선고일 지정은 전원합의체 회부 및 첫 심리 이후 일주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평소 강조해온 ‘선거법 사건의 6·3·3 규정’을 지킨 것이라는 분석이 먼저 나왔다. 6·3·3 규정이란 ‘선거법 사건의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전심 후 3개월 내 선고’라는 대법원 내부규정이다.

대법원이 그동안 정치권 일정에 따라 이 규정의 기한을 넘긴 일이 많았던 것 등을 감안하면 사법기관으로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택한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2023년 기준 형사합의부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돼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평균 3개월이 걸렸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한 것 역시 대법원이 느낀 정치적 부담감을 시시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 사건의 소부 주심 재판관이 배당된 지 2시간여 만에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올렸다. 이후 과거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심리가 진행된 것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든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 사건의 피고인인 이 후보는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을 거쳐 지난 27일 대선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향후 대법원의 판결은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해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하는 경우’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거나 스스로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예상된다. 대법원 상고심은 하급심 판결에 적용된 법리에 잘못이 없는지 따지는 법률심으로, 징역 10년 이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별도로 사실 조사를 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이 후보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것 등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다. 앞서 1심과 2심에서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린 만큼 대법원은 이 쟁점을 살펴보고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있는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2차례에 걸친 합의기일에서도 이런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이 후보의 무죄를 확정하면 이 후보는 가장 큰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대선에 나선다. 반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 대선에 출마할 수는 있지만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사법 리스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헌법 84조’(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권한)를 놓고 논쟁이 불가피하다. 대법원이 스스로 양형까지 정하는 ‘파기자판’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전례가 드물어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법원의 이번 사건 처리 과정을 놓고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고 하다가 스스로 정치의 중심에 들어갔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판사는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리면서 어떤 방향으로든 정치적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맞다”면서도 “의견이 갈려 심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결론이 빠르게 나올 수 있는데도 선고하지 않으면 그것도 정치적인 판단 아니겠나”라고 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전례 없는 조 대법원장의 전원합의체 회부는 그 자체로 재판배당 행위로 볼 수 있어 부적절하다”며 “대법원이 정치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사법의정치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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