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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화도 안 돼... '긴급사태 선포'
다음날 아침에야 '전력수요 99% 복구'
유럽 서남부 이베리아 반도에서 28일(현지시간) 대규모 정전 사태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이 대혼란
에 빠졌다. 전국에서 동시에 전기가 끊긴 초유의 사태에 두 나라의 교통과 통신은 완전히 마비됐다. 시민들은 기차 선로 중간, 공항, 도로 위 등에 발이 묶였고 전화·인터넷도 먹통이 됐다. 스페인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29일 오전에야 전력 수요의 99%가 복구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정전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사이버 테러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아 시민 불안은 더 컸다.

28일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가족이 촛불에 의존한 채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29일 스페인 엘파이스, 포르투갈 디아리오드노티시아스(DN) 등에 따르면 이베리아 반도를 강타한 정전은 전날 스페인 기준 낮 12시 30분(포르투갈 오전 11시 30분)쯤 발생했다. 양국 전역이 타격을 받았고 스페인과 맞닿은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도 짧은 시간이지만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에 정전이 발생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스페인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국에서 116대의 열차가 선로 중간에 멈췄다.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던 빅터는 "기차에서 내려 가장 가까운 역을 향해 선로를 따라 5km를 걸어가야 했다. 사람들은 울고 발작을 일으켰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구조 작업 지연으로 밤새 열차에 갇힌 승객도 있었다. 신호등이 꺼지면서 차량들이 도로 한 가운데 멈추기도 했다. 마드리드주민 루이스 이바네즈 히메네스는 "(차량이 뒤엉켜) 마치 정글에 있는 듯했다"고 미국 CNN방송에 전했다. 항공편 취소도 잇따랐다.

28일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 아토차 기차역에 기차 운행 중단으로 발이 묶인 이들이 바닥에 눕거나 앉아 대기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정전에 놀라 뛰쳐나온 시민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휴대폰이 작동되지 않는다며 주변에 휴대폰을 빌리는 이들도 많았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유명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인터넷과 지도 앱을 사용할 수 없어 미아가 됐다. 엘리베이터 작동 중단으로 마드리드에서만 28일 174건의 소방 출동이 발생했다. 슈퍼마켓엔 물, 우유, 휴지 등 필수품을 비축하려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마드리드 주민 올리버 오르티스는 "통조림을 사려고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주유소는 연료를 구입하려는 이들로 들어찼다. 카드 결제도 되지 않았다. 현금이 없어 필수품 구비를 하지 못한 이들이 불안에 떨었다. 은행엔 현금 인출 대기 줄이 늘어섰다.

포르투갈 상황은 더 심각했다.
포르투갈은 그간 스페인에 전력 공급을 의존하고 있었던 터라 다른 국가로부터 전력을 긴급히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포르투갈 정부의 설명이다. 루이스 몬테네그로 포르투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포르투갈 전력망은 스페인과 거의 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스페인은 프랑스, 모로코 등 다른 국가들과 연결망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은 발전기 동원에 어려움을 겪어 군 부대가 대체 전력 공급을 위해 긴급 투입됐다. 대혼란을 틈탄 범죄, 소요 등에 대비해 경찰 야간 경계 근무도 강화됐다. DN은 정전 탓에 29일자 신문 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28일 이베리아 반도 전역에 정전이 발생해 포르투갈 리스본 거리가 어두워져 있다. 리스본=AP 연합뉴스


유례 없는 상황에 양국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8일 저녁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안보회의도 릴레이로 열렸다. 산체스 총리는 물론, 펠리페 6세 국왕까지 회의를 주재했다. 몬테레그로 총리도 "정부가 군대를 총동원했다" "몇 시간 내에 전력 공급이 완전 복구될 것" 등을 직접 알렸다. 양국 정부는 '허위 정보를 믿지 말라' '식료품 사재기에 열 올리지 말라' 등을 공지하며 혼란 최소화에도 주력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산체스 총리, 몬테네그로 총리와 각각 통화해 EU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에너지 안보는 EU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전 사태는 복구도 느렸다.
28일 한밤중 일부 지역부터 서서히 전기가 들어오며 불이 켜지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스페인 국영 전력기업 '레드 일렉트리카'에 따르면 29일 오전 6시가 되어서야 전력 수요의 약 99%가 회복됐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산체스 총리 기자회견은 정전 발생 6시간 뒤에야 이뤄졌는데 이때도 그는 "전력 체계상 심각한 기술적 변동으로 인해 정전이 발생했는데, 구체적 원인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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