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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도곡동 린스퀘어. 사진=우미건설

‘잡플래닛 평점 3.5’. 직장인들은 이 점수만으로 우미건설이 어떠한 회사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괜찮다”,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업력과 규모가 비슷한 다른 건설업체보다 눈에 띄게 높다. 1군 건설사 등 굴지의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건설사의 평점은 왜 이렇게 높은 걸까.

최근 몇 년 사이 ‘탈(脫)건’이라는 키워드가 건설사 직원들에게 화두가 될 만큼 건설업계는 ‘워라밸’이 지켜지기 어렵고 여전히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미건설은 중견 건설사로서 이 같은 건설업 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미건설은 휴가 사용과 자기개발 지원 등 직원 복지 면에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 재무적으로 안정적이고 도급사업보다 자체 사업, 프롭테크 투자에 적극적인 사업구조도 특징적인 부분이다. 현재 위태위태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많은 건설업체들과의 차별점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이석준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창업자인 이광래 회장의 장남이지만 기존 건설업 임원들이나 여느 기업의 2세와는 다르다는 평이다. 태생부터 기업의 후계자가 아니었던 성장 환경과 서울대 출신 수재 공학도로서 유학과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었던 경력 등을 바탕으로 그는 건설업의 위기 속에서 ‘남들과 다른 우미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교 1등’ 서울대 나온 수재
이석준 우미건설 부회장. 사진=우미건설

이석준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83학번’이다. 서울대 졸업 후에는 카이스트에서 같은 전공 석사를 마쳤다. 서울대 공대 후배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컴퓨터공학과 86학번),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산업공학과 86학번),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전자공학과 85학번) 등 1세대 ICT 창업주들과 결이 같은 인물이다.

1980년대 서울대 전자공학과는 서울대 의대보다 커트라인이 높았다. 이석준 부회장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수재로 이광래 회장의 자랑이었다. 이 부회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졸업 이후 LS일렉트릭의 전신인 LG산전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미국 유학과 창업을 꿈꿨다.

이 부회장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광래 회장은 직업군인으로 일하다 나와 사업 실패를 겪기도 했다. 이 회장이 우미건설의 전신인 삼진개발을 설립하고 처음 주택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이 부회장이 대학에 입학하기 1년 전인 1982년이었다. 그해 이광래 회장은 광주에서 삼진맨션 18가구를 처음 분양했다. 물려받을 가업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전공과 진로를 선택했다.

그러다 1993년 이 부회장이 기획실장으로 부친의 회사에 입사했다. 1989년 우미산업개발, 1991년 우미건설 설립 이후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시점이다. 부동산 시장도 활황이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이석준 부회장은) 당시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잠시 부친 회사에 입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친척들 사이에서는 아버지 일을 도와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실 있는 성장, 전국구 기업으로
유학과 창업을 꿈꿨던 전자공학도는 결국 꿈을 접었다. 2남 1녀 중 이석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 구도가 굳어지고 그가 상무와 부사장, 사장(대표이사)으로 승진하면서 지금의 분위기가 완성됐다. 이 부회장은 1세대 경영인은 물론 다른 건설업 임원들과 다르게 수평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대외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몰두하는 타입이라는 점에서도 ICT 창업주들과 성향이 비슷하다.

사업 측면에선 내실을 중시하는 전략을 지속해왔다. 우미건설은 특히 신도시 등 택지지구에 아파트를 공급하며 급성장했다. 전국에 2기 신도시, 혁신도시, 도시개발사업 등으로 아파트 용지 공급이 활발하던 때였다. 2001년 용인 ‘수진마을3단지우미이노스빌’ 분양을 계기로 수도권에 첫 진출한 뒤 2006년 주택 브랜드 ‘우미린’을 출시하는 등 주택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18가구 연립에서 출발한 우미가 공급한 주택 규모는 어느새 11만 가구를 넘겼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0위권 밖이었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상승을 거듭해 2010년대 들어 30위권에 안착했다. 사옥도 광주광역시 광산구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수원에서 분당으로 옮겼다. 2020년에는 강남구 도곡동 ‘린스퀘어’에 새 둥지를 틀었다.

부동산 호황기에도 무분별한 도급사업 수주로 실적을 부풀리기보다 자체 개발사업 및 재개발, 토목, 공모사업 위주로 수익성을 높였다. 건설업계에도 “조용히 현금을 쌓아둔 회사”라고 소문이 났다.

이 때문에 부동산 침체기에 일거리가 적을 수밖에 없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의 문제로 기업이 흔들리는 일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지어주고 공사비만 받으면 되는 도급사업과 달리 자체 사업은 토지 확보부터 시공까지 모든 비용과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면서도 “우미건설은 확보한 토지가 많으므로 자체 사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사의 딜레마’ 직면
이 과정에서 각종 데이터를 활용한 이석준 부회장의 사업분석 능력과 소통의 리더십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방 건설사에서 전국구 기업으로 성장한 우미건설이 외형만큼의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사내 문화와 임금, 복지의 개선이 지속됐다. 임직원 교육을 위해 부동산, 금융 전문가는 물론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을 초청해 비정기적 강의도 연다. 회사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내 교육이 많다”고 전했다.
2006년 설립된 우미희망재단(옛 금파재단)은 산업재해 피해 가정, 국가유공자 자손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인품 덕분에 장기근속하는 임직원도 많다는 후문이다. 올해 우미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영길 사장(전 우미토건 대표)도 40년간 근속한 ‘우미건설 1호 직원’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우미건설도 최근 불거진 ‘중견 건설사의 위기’를 피할 수는 없다. 우미건설은 물론 호반건설, 중흥건설, 대방건설 등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공공택지를 낙찰받아 수익을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을 확률을 높였다는 것이다. 일명 ‘벌떼입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우미건설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국세청,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됐다.

이미 2세 승계 작업을 마친 데다 ‘벌떼입찰’의 과거와 결별해야 하는 우미건설은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강한건설, 상아건설, 우미종합건설 등이 우미건설과 우미토건에 흡수합병됐다.
목표는 글로벌 기업
이제 중견 건설업계가 적극적으로 다음 먹거리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미건설은 이석준 부회장의 준비된 사업 다각화로 많은 대비가 된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2022년 40주년 기념식을 맞아 ‘종합부동산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프롭테크 투자다. ICT 스타트업에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온 이 부회장은 한국프롭테크포럼 창립 멤버이자 후원자로서 ‘직방’, ‘어반베이스’(3D 공간데이터 플랫폼), ‘카사코리아’(부동산 핀테크 서비스), ‘큐빅스’(3D 디지털 트윈 제작) 등 유망 프롭테크에 투자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직방 안성우 대표와 함께 100억원씩 출자해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인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대형 부동산 투자 및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미건설이 입주한 린스퀘어(옛 SEI타워)도 퍼시픽자산운용이 설립한 펀드에 앵커 출자자(LP)로 참여해 인수한 것이다. 인수금액은 총 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아들인 이승훈 씨가 현재 투자사업팀 부장으로 재직 중인 만큼 이 분야가 향후 우미건설의 핵심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우미건설은 비주택인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개발은 물론 서울아산컨소시엄의 일원으로서 사업비 2조원 규모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복합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실버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4월 17일 LH는 경기도 구리갈매 역세권에 짓는 실버스테이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미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굿네이버스 등과 시니어 주거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석준 부회장에게는 ‘생존’과 ‘수익창출’을 넘는 더 큰 꿈이 있다. 우미건설의 강점인 부동산과 ICT를 결합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창업가로서 못다 이룬 꿈을 우미건설을 성장시킴으로서 이루게 될지 주목된다.

이 부회장이나 우미건설이 이 같은 비전을 대외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매우 샤이한 성격으로 자신이나 회사에 관련된 것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며 “재단에서 좋은 일 한 것을 홍보했다고 관련 부서 사람을 혼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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