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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도 프리미엄도 아닌 그 사이…현대카드가 찾은 빈칸의 시장
[케이스 스터디]



4월 현재 신용카드 정보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등록된 카드 상품은 총 1026개. 이 가운데 연회비 5만원 이하 카드는 84.4%, 10만원 이상은 13.0%를 차지한다.

그 사이 연회비 5만~10만원 구간의 상품은 단 2.6%. 누구도 이 구간을 ‘시장’이라 부르지 않았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곤.
장기적인 브랜드 빌딩 지난 3월 현대카드가 출시한 ‘부티크(Boutique)’ 시리즈와 ‘Summit CE’는 그 틈을 정조준했다. 프리미엄과 매스의 경계선에서 ‘가볍지만 남다른 혜택’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설계된 이 카드들은 단순한 신상품이 아니다. 현대카드가 수년간 다듬어온 포트폴리오 전략의 결과물이다.

현대카드의 상품 포트폴리오는 크게 세 축이다. 범용 신용카드인 GPCC(General Purpose Credit Card), 제휴 브랜드 기반의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 그리고 아멕스 브랜드 카드다.
GPCC는 다시 프리미엄(컬러 시리즈, MX Black, Summit)과 대중형(M, X, Z, ZERO)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개별 상품 중심 전략에 머무는 동안 현대카드는 20년 넘게 상품 체계를 브랜드처럼 설계해 왔다. ‘M’, ‘X’, ‘Z’라는 단순한 알파벳 시리즈가 자동차 브랜드 시장의 ‘K시리즈’나 ‘GV 시리즈’처럼 기능과 위치를 설명하는 체계가 된 것이다.

실제로 수백 장의 카드 속에서 혜택을 비교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카드 비교 플랫폼, 후기 게시글, 유튜브 영상을 전전한다. 이때 카드사 홈페이지는 복잡한 메뉴 구조와 불분명한 기준으로 사용자 피로감을 높인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메뉴 한 페이지 안에 프리미엄·부티크·M·X·PLCC 등을 기능별로 명확히 분류했다. 소비자가 혜택과 목적에 따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예컨대 적립의 M, 할인의 X, 프리미엄의 Black이란 공식을 이용해 ‘MX Black’이란 상품도 출시했다. M의 포인트 적립 혜택과 X의 할인 혜택에 프리미엄 혜택을 결합한 상품으로 소비자도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상품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개수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 현대카드의 전체 상품 수는 주요 경쟁사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최다 PLCC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 수가 적다. 이는 단순한 상품 수 절감이 아니라 의도된 전략이다.

스탠퍼드대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24가지 잼을 제공한 부스에는 고객의 60%가 몰렸지만 구매율은 3%에 불과했다. 반면 6가지 잼을 제공한 부스에서는 40%의 고객이 머무른 대신 30%가 구매에 이르렀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은 혼란스럽고 적을수록 결정이 빨라진다. 현대카드는 이 심리를 포트폴리오 설계에 반영했다.

신상품을 빠르게 내고, 또 빠르게 단종시키는 카드 업계 특성상 유행과 마케팅에 체계가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형마트 소비가 늘면 대형마트 혜택을 강화하고 영화 관람 수요가 늘면 영화 할인 카드를 내놓는 식이다. 혜택은 겹치고, 상품은 쌓이고, 고객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단종과 신상품 출시를 반복하는 관행에서 탈피했다. 상품 하나를 만들어 오랫동안 브랜드처럼 키우기로 했다. 대표적인 전략이 ‘에디션(Edition)’ 방식이다.

마치 애플이 매번 아이폰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숫자 시리즈로 발전시키듯 현대카드 역시 상품 이름은 유지한 채 시대 변화와 고객 니즈를 반영해 리뉴얼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4년에도 ‘MX Black’, ‘현대 아멕스 카드’, ‘대한항공카드’ 등을 기존 브랜드 안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출시했다.

또 다른 특징은 브랜드 확장이다. 프리미엄 상품인 ‘the Red’를 업그레이드한 ‘the Red Stripe’처럼 새 이름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상품군 안에서 라인업의 폭을 넓히는 방식을 고수했다.
새 시장 발견한 ‘나침반’체계화된 상품 설계는 정리를 넘어서 새로운 시장을 발견하는 나침반 역할을 했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의 첫 단계인 시장 분석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카드 또한 카드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과 매스 상품군으로 명확히 구분하고 연회비·혜택·서비스를 기능별로 정리한 덕분에 시장 구조의 빈틈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업계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연회비 5만~10만원대, 이른바 ‘중간지대’를 선제적으로 공략했다.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회사 측의 기대 이상으로 발급이 늘었고 타깃으로 설정한 고객층의 실제 발급률은 현대카드 전체 평균 대비 약 2배에 달한다. 중간 가격대 상품 수요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던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중간 지대의 실험은 아직 초기다. 중간 가격대 수요가 일시적인 니치에 불과할 수 있어 장기적인 수요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수요를 발견하기 위한 구조를 갖춘 기업이 다음 시장도 설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과 매스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는 새로운 상품군의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현대카드가 그동안 분명히 존재했지만 숨겨져 있던 중간 지대의 시장을 포착한 만큼 그간 포화 상태였던 카드 업계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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