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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100일 엇갈린 민심
수전 더글러스(66)는 지난 석 달 동안 매주 세 차례씩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열리는 반트럼프 집회에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현장에서 만난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100일은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와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집회 정보를 알리기 위해 만든 쪽지를 기자에게 보여준 그는 “우리가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의 작당이 성공할 것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워싱턴에 인접한 민주당 강세 지역인 이곳에는 전·현직 연방정부 공무원 및 군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 때문에 시위 참여자들 대부분은 연방정부 개혁을 내걸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공무원 대량해고와 예산 감축에 비판적이었다.

연방 공무원으로 일하다 2년 전 퇴직한 마크는 “공직에 있었기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에 누구보다 공감하지만 트럼프와 머스크의 방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 관련 연구 예산까지 없애려 하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머스크는 정부 계약을 따내면서 결국 스스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서 “법원이 제동을 건다고 해도 이미 공무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CNN에 따르면 최소 12만1000명의 연방 공무원이 해고됐다. 자발적 사임·휴직 처리 인원을 합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선명하게 반영하는 이민정책과 관세정책에 대해서도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50대 여성 레이철 레이놀즈는 “30년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이민자들은 적법절차 없이 추방되고 있다”면서 “주변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월마트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들은 미국인들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한다”면서 “과연 (트럼프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라고 다를까”라고 반문했다.

40대 남성 로버트도 메릴랜드에 합법 체류 도중 엘살바도르로 강제 추방된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는 모든 이들이 재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헌법을 위반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도 되나”고 말했다.

연방법원과 연방대법원까지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강제 추방은 잘못이라며 송환을 명령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가 갱단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 행정명령이나 사문화된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동원해 강경 이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민정책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첫 100일 동안 175개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 이는 트럼프 1기 때 같은 기간 30건보다 약 6배나 많다.

로버트는 특히 관세에 대해 “트럼프는 먹고사는 문제(kitchen table issue)를 건드리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와 주변의 부패한 이들은 주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점점 더 사람들의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폴스처치의 한 마트에서 만난 한 퇴역 군인은 한숨을 쉬며 “트럼프 취임 이후 식료품 가격이 너무 올랐다”면서 “특히 관세를 가지고 장난치듯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문제다. 트럼프는 국정운영을 마치 비즈니스를 하듯 하는데 미국은 사업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테슬라 매장 앞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반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혐오는 국가를 위대하게 만든 적이 없다’ 등의 구호가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하지만 지지자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100일은 경제적 고통이 피부로 와닿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고, 국경 통제나 다양성 정책(DEI) 폐기, 경제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관세 정책은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폴스처치의 한 베트남 상권에서 일하는 자영업자 흐엉은 “트럼프는 엉망진창인 경제를 물려받았다. 약간의 혼란은 어쩔 수 없겠지만 트럼프가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베트남에 45% 상호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선 “모두가 서로를 속였지만, 특히 미국이 가장 많이 이용당한 것이 사실”이라며 “속임수를 막으려면 관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백인 남성은 “DEI를 없애고, 남성과 여성만을 유일한 성별로 인정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역대 최저 지지율…관세 불만 커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0일 동안 ‘속도전’ 방식으로 전개한 연방정부 개혁, 이민, 관세 정책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의 국정 지지율은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29일 취임 100일째가 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CNN과 SSRS의 조사(지난 17~24일, 미국 성인 1678명)에서도 트럼프 지지율은 41%에 그쳤는데 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이후 취임 100일차 신임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특히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이다. 27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와 입소스 여론조사(지난 18~22일, 미국 성인 2464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55%로 긍정 평가(39%)를 압도했다. 특히 응답자의 64%가 관세정책에 부정적이었다.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지난 21~24일 유권자 913명 대상)에서도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54%로 긍정 평가(42%)보다 높았는데, 관세 정책이 “도를 넘었다”는 응답이 56%,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은 61%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중국 등의 보복 관세로 고조되는 글로벌 무역전쟁이 미국 농가 등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도 가시화하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5%로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부터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라고 언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른들의 축’이 존재했던 1기 때와 달리 충성파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세력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루스소셜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많은 사람들의 소득세가 크게 줄어들거나, 심지어 완전히 면제될 수 있다”고 관세를 옹호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100일 동안의 특징적 현상으로 법무부 무기화, 독립기관의 독립성 침해, 공무원을 충성파로 대체, 연방 기금에 대한 의회 통제권 우회, 독립 언론과 취재 보도 약화, 3선 도전 시사를 통한 선거제도 위협 등을 꼽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CAP는 “트럼프의 전례 없는 권한 행사에 더 제동을 걸지 않으면 미국은 헝가리나 터키와 같은 현대 전제국가(autocracy)를 닮아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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