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0일 서울시청에서 금일 실시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입장을 밝힌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가 2021년 보궐선거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진행된 공표 여론조사를 실제 공표 전 미리 받아본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의 휴대전화에서 공표되기 전에 전송된 복수의 공표 여론조사를 확보했다. 오 시장 측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가 연관된 여론조사’ 결과는 활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가 처음으로 나왔다. 미래한국연국소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2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달 20일 강 전 부시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검찰은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웍스(PNR)가 조사한 다수의 공표 여론조사가 공표일 이전에 강 전 부시장에게 전송된 사실을 확인했다. 강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여론조사는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의뢰한 조사 중 일부다. 미한연이 의뢰한 조사는 총 7개로 이중 3개에서 다자대결 시 오 시장이 1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PNR 대표 서모씨를 열 차례 가까이 불러 조사하면서 공표 여론조사 결과의 전달 경위를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한국연구소 의뢰로 이뤄진 PNR의 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강 전 부시장이 어떻게 먼저 받아 봤는지를 들여다 본 것이다. 강 전 부시장에게 공표 조사를 전달한 이가 명씨라면, 2021년 1월30일 이후 명씨와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해 온 오 시장 측 진술과 배치된다. PNR의 공표조사가 진행된 시기는 같은 해 2월6일부터 3월31일까지다.
검찰은 명씨가 수차례 조작한 비공표 조사와 함께 강 전 부시장에게 먼저 넘겨진 공표조사를 오 시장 측이 이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명씨가 공표조사와 비공표조사를 활용해 오 시장의 지지율이 오르는 듯한 착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여론을 조작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한정씨는 지난달 기자와 통화하면서 “명씨가 비공표 여러 번, 공표 한 번을 섞어 정치적 ‘바람’이 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말했다. 공익제보자 강혜경씨 측 문건일 변호사는 지난달 10일 명씨가 비공표 여론조사를 돌려보고 일부 문항을 ‘컨닝’해 공표조사에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 캠프가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아본 자체만으로도 법 위반이 된다. 공직선거법상 공표용 여론조사는 공표 전에 공표·보도 일시를 포함한 관련 정보를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한다. 만약 사전등록 전 조사결과가 유출돼 공표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선거법 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선거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오 시장과 명씨가 여론조사를 활용해 공천이나 단일화 등에 영향을 미쳤다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명씨를 서울고검 청사로 불러 오 시장 관련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검찰은 명씨 측에 “지금까지 하던 수사를 마무리 짓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강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 대해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이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공표조사를 미리 받는 일은 흔하다”면서 “PNR의 조사가 미리 들어온 것도 의미 있게 해석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전 부시장은 명씨와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고 특별히 기억나는 일도 없다는 입장”이라면서 “공표 조사가 여론조작에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2월에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검찰에 출석해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