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싶은 선량한 투자자라면 당연히 공정한 질서가 됐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 이후 훨씬 더 많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4년 6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외국인 투자자가 3월 말 공매도 재개 이후 4월 한 달 동안 한국 증시에서 11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던 금융당국 전망이 현재까지는 엇나가는 분위기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급격히 커지자 국민연금을 필두로 한 연기금의 순매수 대응도 덩달아 확대됐다.
조선 DB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작년 8월부터 이달까지 9개월째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개월 순매도액만 보면 2024년 12월 2조3240억원, 2025년 1월 1조4440억원, 2월 4조1240억원, 3월 2조1640억원 등이다.
그런데 4월에 들어서자 순매도 규모가 10조7500억원(28일 종가 기준)으로 확 늘었다. 아직 30일까지 2거래일이 남긴 했으나, 순매도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외국인의 9개월 연속 순매도는 이미 확정적인 분위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갈등에 공매도 재개가 합쳐지며 외국인 이탈이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공매도 재개에도 외국인 순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매도와 무관하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외국인이) 많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했다.
돌아올 것이라던 외국인의 순매도 폭탄 투척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도 구원투수 역할을 다시 강화했다. 국내 증시에서 연기금은 작년 12월 2조5060억원, 올해 1월 1조8760억원, 2월 1조8010억원, 3월 2000억원 등으로 순매수 규모를 줄여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외국인이 4월 들어 11조원 가까이 팔아치우자, 연기금도 순매수 규모를 2조3780억원으로 다시 키웠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연기금 ‘바이 코리아(Buy Korea)’의 중심엔 큰형님 국민연금이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왔다. 당시 지수 추락으로 연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목표치(2024년 기준 15.4%)를 한참 밑도는 수준으로 벗어나자 실제 보유 비중과 목표 비중 사이 과도한 괴리를 메꾸기 위해 ‘사자’에 나섰던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13%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다. 이달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에 소방수 기간이 길어지긴 했으나, 국민연금의 비중 조정은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시장 평가다.
결국 한국 증시 반등은 외국인이 언제까지 팔자 기조를 이어가느냐에 달린 셈이다. 시장에선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희망적으로 본다. 이달 초·중순만 해도 외국인의 일일 순매도 규모가 1조~2조원대에 달했는데, 월말을 향하면서 1000억∼20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또 주식과 달리 원화 채권에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것일 뿐 한국 시장 자체를 떠난 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