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으로 다운로드하면 설치 가능한 ‘이심’
대리점 방문해야 바꿀 수 있도록 정책 바꾼 SKT
애플은 2018년, 삼성은 2019년부터 ‘이심’ 지원 폰 출시… 한국은 2022년 도입
통신사 이심 서비스 미지원 탓 한국만 뒤처져
유심 2500만개 만들 때 온실가스 5695t 배출
최근 해킹 공격을 받은 SK텔레콤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무상 교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고 부족에 전국적으로 ‘유심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신속한 유심 보호 대책인 이심(eSIM·내장형 유심) 교체를 적극 내세우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①저렴한 가격, ②신속한 교체, ③환경오염 물질 배출 제로 등 이심의 장점이 많지만 SK텔레콤이 유심 교체를 고집한다는 겁니다.
‘유심 대란’에 대안으로 부상한 ‘이심’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는 2300만명인데, 유심 재고 물량은 100만개에 불과합니다.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187만명)까지 포함하면 최대 2500만개의 유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리적 유심 교체 없이 다운로드만으로 바로 교체가 가능한 이심이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입니다. 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범위에는 기존 유심에서 이심으로의 교체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심보다 유심 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킹 사고 이후, 기존에 비대면으로 다운로드하면 설치할 수 있었던 이심을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해야 바꿀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습니다. 이심의 장점인 ‘신속한 교체’를 어렵게 만든 겁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심 공급난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신속하게 고객의 유심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인 ‘이심 교체’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SK텔레콤이 이심을 활용할 계획이었다면 대리점에 ‘유심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우선 이심으로 교체해도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붙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장을 찾았다가 유심 교체를 못하고 돌아간 고객들의 원성이 있어도 이심 교체를 적극 소개하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K텔레콤 측은 “스미싱이나 피싱 범죄 조직 등이 이번 해킹 사건을 계기로 고객들에게 이심 안내 설치 문자를 보내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대리점 방문을 한 경우에만 이심을 설치할 수 있게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심’ 활용 못하는 SKT의 복잡한 셈법
SK텔레콤이 이처럼 이심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으로는 유심 판매를 통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거론됩니다. 이심 사용자가 늘어나면 이 부분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유심 판매가는 7700원인데, 이심(2750원)과 4950원이나 가격 차이가 납니다. 유심 가입자 비중이 줄어들수록 ARPU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심으로 교체하면 대리점 방문 없이 가입·해지·번호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SK텔레콤이 이심 활용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힙니다. 가입자들이 더 이상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게 되면 오프라인 대리점을 기반으로 구축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온라인 판매 중심의 알뜰폰과 자급제폰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이심 가입자가 늘면 요금 경쟁이 격화될 수 있습니다. 이심을 설치한 단말기에는 유심도 설치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단말기에 2개의 심(SIM)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심을 활용한 맞춤형 저가 요금제 설계도 가능해집니다. 가령 월 24기가바이트(GB) 데이터와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5만9000원짜리 요금제 사용자가 한 회선은 통화가 무제한인 2만원대 저가요금제를, 다른 회선은 1만원대 20GB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심, 환경 문제로 세계적 확산… 한국은 뒷전
이심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유심 재료인 플라스틱이나 금속(금, 은, 구리, 니켈 등)이 필요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유심은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유심을 가입자들이 통신사나 재활용 업체에 반납하지 않고 자체 폐기하기 때문입니다.
알뜰폰을 포함한 SK텔레콤 가입자 전체(약 2500만명)가 무게 1g짜리 유심을 바꾼다고 가정하면 버려지는 유심 무게만 2만5000톤(t)에 달합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유심 2500만개를 생산·운송·사용·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5695t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유심 대신 이심을 사용하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50%에 이심이 탑재될 전망입니다.
이심 지원 스마트폰이 최초로 상용화된 건 지난 2017년이지만 국내에 도입된 건 2022년 9월부터입니다. 애플은 2018년부터 선제적으로 이심 지원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2019년부터 이심 지원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국내 판매 제품에는 이 기능을 탑재하지 못했습니다. 통신사가 이심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판매 단말기는 2022년 9월 출시한 ‘갤럭시Z 폴드4’ ‘갤럭시Z 플립4’ 이후 기종에서만 이심 기능이 지원됩니다.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XS 이후 모델에서 이심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계기로 친환경적이고 신속하게 교체가 가능한 이심 사용이 확대될 발판이 마련됐다”며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협의해 이심 미지원 구형 단말기에 임시 이심을 원격 탑재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중 이심 사용자는 전체의 1~3% 사이로 추정됩니다.
대리점 방문해야 바꿀 수 있도록 정책 바꾼 SKT
애플은 2018년, 삼성은 2019년부터 ‘이심’ 지원 폰 출시… 한국은 2022년 도입
통신사 이심 서비스 미지원 탓 한국만 뒤처져
유심 2500만개 만들 때 온실가스 5695t 배출
그래픽=정서희
최근 해킹 공격을 받은 SK텔레콤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무상 교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고 부족에 전국적으로 ‘유심 대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가장 신속한 유심 보호 대책인 이심(eSIM·내장형 유심) 교체를 적극 내세우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①저렴한 가격, ②신속한 교체, ③환경오염 물질 배출 제로 등 이심의 장점이 많지만 SK텔레콤이 유심 교체를 고집한다는 겁니다.
‘유심 대란’에 대안으로 부상한 ‘이심’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가입자는 2300만명인데, 유심 재고 물량은 100만개에 불과합니다.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187만명)까지 포함하면 최대 2500만개의 유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물리적 유심 교체 없이 다운로드만으로 바로 교체가 가능한 이심이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입니다. SK텔레콤의 유심 무상 교체 범위에는 기존 유심에서 이심으로의 교체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심보다 유심 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킹 사고 이후, 기존에 비대면으로 다운로드하면 설치할 수 있었던 이심을 SK텔레콤 대리점을 방문해야 바꿀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습니다. 이심의 장점인 ‘신속한 교체’를 어렵게 만든 겁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심 공급난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신속하게 고객의 유심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인 ‘이심 교체’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SK텔레콤이 이심을 활용할 계획이었다면 대리점에 ‘유심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우선 이심으로 교체해도 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붙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장을 찾았다가 유심 교체를 못하고 돌아간 고객들의 원성이 있어도 이심 교체를 적극 소개하진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SK텔레콤 측은 “스미싱이나 피싱 범죄 조직 등이 이번 해킹 사건을 계기로 고객들에게 이심 안내 설치 문자를 보내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대리점 방문을 한 경우에만 이심을 설치할 수 있게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심’ 활용 못하는 SKT의 복잡한 셈법
SK텔레콤이 이처럼 이심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으로는 유심 판매를 통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거론됩니다. 이심 사용자가 늘어나면 이 부분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유심 판매가는 7700원인데, 이심(2750원)과 4950원이나 가격 차이가 납니다. 유심 가입자 비중이 줄어들수록 ARPU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심으로 교체하면 대리점 방문 없이 가입·해지·번호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SK텔레콤이 이심 활용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힙니다. 가입자들이 더 이상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하지 않게 되면 오프라인 대리점을 기반으로 구축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온라인 판매 중심의 알뜰폰과 자급제폰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이심 가입자가 늘면 요금 경쟁이 격화될 수 있습니다. 이심을 설치한 단말기에는 유심도 설치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단말기에 2개의 심(SIM)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이심을 활용한 맞춤형 저가 요금제 설계도 가능해집니다. 가령 월 24기가바이트(GB) 데이터와 무제한 통화를 제공하는 5만9000원짜리 요금제 사용자가 한 회선은 통화가 무제한인 2만원대 저가요금제를, 다른 회선은 1만원대 20GB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심, 환경 문제로 세계적 확산… 한국은 뒷전
이심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유심 재료인 플라스틱이나 금속(금, 은, 구리, 니켈 등)이 필요 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유심은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게 대부분입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유심을 가입자들이 통신사나 재활용 업체에 반납하지 않고 자체 폐기하기 때문입니다.
알뜰폰을 포함한 SK텔레콤 가입자 전체(약 2500만명)가 무게 1g짜리 유심을 바꾼다고 가정하면 버려지는 유심 무게만 2만5000톤(t)에 달합니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 따르면 유심 2500만개를 생산·운송·사용·폐기하는 전 과정에서 5695t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유심 대신 이심을 사용하는 건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폰 50%에 이심이 탑재될 전망입니다.
이심 지원 스마트폰이 최초로 상용화된 건 지난 2017년이지만 국내에 도입된 건 2022년 9월부터입니다. 애플은 2018년부터 선제적으로 이심 지원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2019년부터 이심 지원 단말기를 출시했지만, 국내 판매 제품에는 이 기능을 탑재하지 못했습니다. 통신사가 이심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판매 단말기는 2022년 9월 출시한 ‘갤럭시Z 폴드4’ ‘갤럭시Z 플립4’ 이후 기종에서만 이심 기능이 지원됩니다.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XS 이후 모델에서 이심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고를 계기로 친환경적이고 신속하게 교체가 가능한 이심 사용이 확대될 발판이 마련됐다”며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협의해 이심 미지원 구형 단말기에 임시 이심을 원격 탑재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중 이심 사용자는 전체의 1~3% 사이로 추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