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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의 통상임금 판결 여파로 서울 등 전국의 시내버스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1
재직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토록 한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시내버스 업계에도 거세다. 대법 판결대로라면 당장 각종 수당 인상액만 전국적으로 매년 4600억이 넘을 거란 추정이다.

또 대법 판결 이전에 제기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결과에 따라 버스회사들이 지급해야 할 소급액도 최대 8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상당수 회사가 도산 위기를 맞을 거란 위기감까지 감돈다.

29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버스연합회)에 따르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면 올해를 포함해 매년 약 4621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전국 508개 업체에 운수종사자(운전직) 8만1200여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서울 1600억, 경기 890억 수당 추가
지역별로는 서울이 64개 업체(운전자 1만 7700여명)에 16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가 105개 업체(2만 4200여명)에 약 89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부산과 인천도 각각 500억원 넘게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19일 통상임금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해 재직조건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판결했다.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연차 수당 등이 이에 근거해 지급된다.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수당을 계산하는 기본금액이 높아져 수당도 올라가게 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통상임금 등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대법 판결 이전에 운수종사자들이 개별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소급액도 가히 ‘폭탄급’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판결에서 “변경된 새로운 법리는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되, 다만 이 사건 및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재판의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소송에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하라는 의미로 운수종사자들에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버스연합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회사는 전국적으로 모두 124개사(2만 8500여명)에 청구금액만 약 8600억원에 달한다.



소송 결과 따라 소급액 최대 8600억
서울이 청구금액 5500억원(64개사, 1만 7700여명)으로 최다이고, 이어 부산이 약 2400억원(33개사, 5900여명)이다. 둘을 합하면 전체의 91.3%나 된다. 규모가 큰 서울의 S 운수는 예상 소급액만 최대 14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신재민 기자
이 금액에는 당초 청구한 기간을 더 확대하는 ‘청구취지확장’이 받아들여져 소급기간이 더 늘어나는 경우까지 포함됐다. 울산과 창원도 소급예상액이 각각 3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부산 세진여객의 강효중 대표는 “그동안 정부지침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왔는데 이제 와서 소급분을 개별회사가 책임지라고 하면 살아날 방법이 딱히 없다”고 토로했다.

버스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버스연합회는 지난 3월 ‘통상임금 기준 변화 관련 노선버스 지원대책 촉구 탄원’을 대통령실과 총리실, 국회 그리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에 보냈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버스업계의 추가 부담이 막대한 만큼 국회 및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인건비 추가 부담에 대해 선제적인 재정지원 등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또 지역 버스운송사업조합별로 노사협상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반영하면서도 임금 증가율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 간에 견해차가 커 별다른 진전은 없다.



임금체계 개편 노사협상도 '난항'
서울은 9차례 노사교섭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사전조정회의까지 거쳤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버스노조는 30일 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김정환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대법원 판결은 향후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가 협의해서 합리적으로 정리해나가라는 취지”라며 “노사협상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적지 않은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정기 상여금의 통상 임금 여부는 여전히 법원과 노동부에서 심리 중인 사안으로 단체 교섭이나 노동위원회의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금체계 개편이 아닌 일반적인 임금인상 논의만 하자는 요구다.

부산 시내버스업계에도 통상임금 판결 여파가 거세다. 사진 부산시
부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철민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 노사협력팀장은 “우리도 벌써 10차례나 노사교섭을 하고 있지만, 대법원에서 이미 확정판결이 났기 때문에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신민용 부산버스노동조합 국장도 “우리가 무리하게 요구를 해서 된 게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며 “노조 입장에서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임금 증가분을 줄인다거나 하는 건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버스업계에서는 임금 증액분과 소급액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지역에선 해당 지자체의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선 “버스요금 인상 불가피”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자칫 막대한 돈을 세금으로 충당해줘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준공영제로 인한 누적적자(부채)가 9500억원에 달해 추가 투자가 쉽지 않은 처지다.

이자영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노사가 증액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정리했으면 한다”며 “소급분은 추후 해당 판결들이 날 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중 부산시 버스행정팀장도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는 건 맞지 않는다”며 “소송결과에 따라 버스조합이 적절한 대응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대책으로 버스요금 인상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뉴스1

일부에선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선 버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금 인상을 통해서 운수종사자의 임금 증가분을 어느 정도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버스업계 전체의 충격과 줄도산 우려를 최소화하고, 자칫 서민의 발이 묶이는 걸 막으려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노사 간에도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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