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산불 공포, 잠 못든 대구

랭크뉴스 2025.04.29 02:58 조회 수 : 0

28일 대구 북구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야간에도 꺼지지 않고 주택가 방향으로 번지고 있다. 이날 소방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뉴시스]
“경북에 산불이 났을 때 순식간에 안동에서 영덕까지 불길이 갔다고 해서 이번에도 간밤에 어떻게 될지 몰라 우선 대피소로 왔습니다.”

28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 강당에서 만난 이춘희(77·노곡동)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장이 문을 두들기며 대피하라고 했고, 급히 오느라 옷 두 벌만 챙겼다고 했다. 이씨는 “대구에서 이렇게 큰 산불이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1분쯤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평균 초속 3m, 순간 최대 풍속 초속 11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빠르게 퍼졌다. 대피소가 된 학교 강당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경자(83)씨는 “순식간에 집 앞까지 불씨가 왔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피하고 있는 주민들. [뉴스1]
대구 북구는 산불이 확산하자 인근 조야·노곡동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900세대 2216명이 팔달초·매천초·동변중학교로 대피했다. 갑작스럽게 대피소 지정이 이뤄지면서 텐트나 구호품도 제대로 준비가 안 됐다. 서변동에 있는 한 요양원 입소자 44명은 대피할 곳을 찾지 못해 대기하고 있다가 대구의료원과 요양사 집으로 급하게 옮기기도 했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3시10분 대응 1단계에 이어 30분 뒤 대응 2단계, 오후 6시 대응 3단계로 상향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강풍과 연무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자, 소방청이 오후 4시5분쯤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으로 동원된 소방차량은 경북소방 20대와 중앙119구조본부 8대 등 모두 28대다. 오후 10시 현재 사망이나 부상 등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재민 기자
대구경찰청도 주변 교통 관리·통제, 주민 대피를 위해 산불 현장에 교통 순찰차 등 9대, 기동대 5개 중대, 기동순찰대 8개 팀 등 500여 명을 배치했다. 도로 곳곳도 통제됐다. 검은 연기로 경부고속도로 북대구IC 양방향 진입·진출이 차단됐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진화율은 19%이며 산불 영향구역은 151㏊로 추정됐다. 전체 화선 10.6㎞ 가운데 2㎞를 진화 완료하고, 8.6㎞가 여전히 진화 중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간 진화작업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 2대를 현장에 투입해 주택을 방어할 계획”이라며 “야간 산불 확산에 대비해 서변동 2164세대 3414명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대피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리온 헬기는 과거 경북 울진·안동 산불에도 투입된 적은 있지만, 2대를 동시에 야간에 투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림 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이동식 저수조를 이용해 산불지연제를 뿌리고 산림청 18대, 임차헬기 10대, 소방 6대, 군부대 4대 등 헬기 38대를 투입해 조기 진화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시에서는 경북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이후 지난 1일부터 ‘입산 통제’ 긴급 행정명령을 시행해 왔다. 함지산도 출입 통제 대상이며, 산불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라”고 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963 김문수·한동훈 3일 결선, 한덕수가 변수 랭크뉴스 2025.04.30
45962 반등 노리는 韓 세포·유전자치료제…글로벌 진출 도전 랭크뉴스 2025.04.30
45961 미국인 10명 중 6명 “트럼프 정책으로 경제 상황 악화… 전망도 비관적” 랭크뉴스 2025.04.30
45960 관세 불확실성에 美 고용수요 둔화…3월 구인건수 710만개 랭크뉴스 2025.04.30
45959 美 "美서 만든 車는 가격의 15%만큼 부품관세 미부과" 랭크뉴스 2025.04.30
45958 '정계 은퇴' 홍준표 "정치 더 하다가는 추해지겠다 생각" 랭크뉴스 2025.04.30
45957 트럼프 관세·건설 침체·중국산 과잉·환율까지…철강산업 ‘신용 위험’ 랭크뉴스 2025.04.30
45956 “트럼프, 미 협상력 과대평가…관세 당장 철회해도 경기침체 위험” 랭크뉴스 2025.04.30
45955 트럼프 100일, ‘경제 지표 성적표’ 줄줄이 나온다 랭크뉴스 2025.04.30
45954 美상무부 “美서 만든 車, 車가격의 15%만큼 부품관세 내지 않아도 돼” 랭크뉴스 2025.04.30
45953 “학교생활 힘들어 남들 해코지하고 나도 죽으려…” 랭크뉴스 2025.04.30
45952 정부 “SKT, 전화번호·식별키 등 털려”…책 270만쪽 분량 랭크뉴스 2025.04.30
45951 번호 이동 위약금 면제, SKT 중대 책임 있는지가 관건 랭크뉴스 2025.04.30
45950 교황 "절대 연명의료 말라"…한국인 절반도 교황처럼 떠난다[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랭크뉴스 2025.04.30
45949 홍준표 “정치 인생 오늘 졸업”…탈당도 예고 랭크뉴스 2025.04.30
45948 뉴욕증시, 강보합 출발… 트럼프 2기 출범 100일 브리핑, 지표·실적 변수 랭크뉴스 2025.04.30
45947 과반 없었다…‘김문수·한동훈’ 결선 랭크뉴스 2025.04.30
45946 타이태닉호 침몰 직감?…'낙찰가 6억' 생존자 편지, 뭐라고 썼길래 랭크뉴스 2025.04.30
45945 “트럼프 주니어 웰컴!”…호텔 앞 모여든 윤석열 지지자들 랭크뉴스 2025.04.30
45944 '모든 게 멈췄다'‥정전에 비상사태 선포한 이베리아반도 랭크뉴스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