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앞으로 한·미 협상에서 구글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8일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관계 부처 간에 지도 반출 허가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지시가 있었는지 따지며 지도 반출이 국가 안보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2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해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한·미 협상에서 다뤄질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인한 구글 지도의 제약을 예시로 언급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리 데이터 수출 제한이 불공정 관행 중 하나로 지적된 만큼 이를 허가해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에서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은 구글의 숙원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1대 2만5000 축척 지도로 구글맵 서비스를 하는데, 상대적으로 정밀도가 낮아 대중교통 안내 등 주요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 구글은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축척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래야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해 골목길까지 세세히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갖게 되면 지도와 내비게이션, 모빌리티 등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이날 국회에선 구글의 1대 5000 축척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정부가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구글이 요청을 해서 관계부처 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일전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 문제를 논해서 범부처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한 후 구글 지도 반출과 관련해 지시를 했는지 따져 물었고, 박 장관은 “한 권한대행의 복귀와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장 의원은 “네이버 지도에서는 공항이나 주요 군사시설이 뿌옇게 나오지만, 구글 위성지도에서는 상당히 자세하게 나온다”며 “이 때문에 벨기에와 우크라이나에서도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이)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저희가 지금 어떤 결론도 내지 않고 성실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