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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오늘은 '산재노동자의 날'입니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지난 2003년부터 일터에서 죽거나 다친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지정하고 기려왔는데요.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10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산재노동자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일터로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산재 사망 노동자가 589명에 달합니다.

1년 365일 동안 매일 1.6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이렇게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산재 유가족들이 '산재 노동자의 날'을 맞아 거리로 나섰습니다.

■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안전한 일터 마련돼야"

오늘(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산재 노동자의날 국가기념일 제정 원년 산재 피해자·유가족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산재 피해자와 산재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모여, 한목소리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건설 노동자 고 문유식 씨의 딸 문혜연 씨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 노동자 고 문유식 씨의 딸 문혜연 씨는 "아버지는 안전모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나셨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혜연 씨의 아버지 고 문유식 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의 인우종합건설 공사 현장에서 미장 작업을 하다 추락해 중상을 입고 사망했습니다. 당시 문 씨는 뇌 손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일주일여 뒤 숨졌습니다.

이후 수사를 통해 사측이 문 씨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동식 비계에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난간이 없는 등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혜연 씨는 "우리는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라며 "다시는 일 하다 죽지 않도록 기업과 사법부의 책임을 묻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자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유족에게는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달라"면서 "또 사법부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엄벌할 때, 그때야말로 안전한 일터가 마련되고 사랑하는 가족이 일하다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

2013년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도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고 김동준 군은 18살의 나이에 공장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면서 다른 직원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강석경 씨는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근해 가족들과 따뜻한 저녁밥을 먹는, 그 평범한 일이 기적 같은 행운이라는 걸 아들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입을 뗐습니다.

석경 씨는 "제 아들 사고 이후에도 셀 수도 없이 많은 현장 실습생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원칙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들,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할 것 없이 수많은 노동 현장에서의 사고로 죽고 다치는 국민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추모만 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공포의 현장 실습, 죽음의 인턴 기간, 나 자신의 안전이나 인권은 없는 신입 시절, 죽지 않고 내일도 출근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일터를 안전하고 견고하게 만들어 달라 "고 촉구했습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하루가 되기를"

앞서 오늘 오전 민주노총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엄정한 집행을 촉구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김희재 사무처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건설현장 재해는 줄지 않는다"면서 "지난 3년간 대한민국 굴지의 건설사 현장에서 사망한 50여 명의 노동자는 모두 건설사 소속이 아닌 하청 노동자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젠 광장의 민주주의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터의 민주주의로, 작업중지권과 노동자 참여 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위험작업 중지권과 과로사 예방을 위한 인력 기준 법제화 등을 촉구했습니다.


38개 산재 사건 피해자 유가족과 20개의 노동자 건강권 단체도 기자회견문에서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해마다 2400명이 일터에서 죽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산재 노동자의 날은 달력에 갇힌 이름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기억하고 고민하는 하루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노동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각종 새로운 명칭의 노동자가 등장하고, 산재보험 가입을 거부당한 채로 일을 하다가 다치고 죽는 일이 벌어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면서 "수십 년째 이윤의 논리로 반복되어 온 이런 인식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산재 사망률을 유지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보다는 이주 노동자를 마치 수입하듯이 데려와 아프면 치료조차 하지 않고 내쫓고 죽어도 산재 처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 꼬집으며, "단순히 법정 기념일이 하나 느는 것을 넘어 안전한 일터를 위해 전 사회적 노력과 행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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