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영국 언론사 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출사표에 담길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보수 진영에선 한 대행이 △경제 △통합과 협치 △개헌의 3가지 핵심 의제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3개 의제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 대행은 30일까지 권한대행의 공식 업무를 소화하고 5월1일이나 2일쯤 사퇴 입장과 출마의 변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한 대행은 12.3 계엄이 87년 헌법체제를 바꾸지 않은 데 따른 현재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따라서 개헌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개헌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 과정에서 주요 공약에 담길 것이라는 얘기다. 임기를 3년만 채우고 2028년 총선에 맞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방안에도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사심을 버리고 개헌에 앞장서겠다고 피력할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행이 계엄과 대통령 파면 등으로 분열된 국론을 결집하기 위해 당파성을 떠나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모멘텀을 찾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한 대행이 이번 주 정대철 헌정회장을 만나기로 한 것은 둘 사이의 학연 때문이 아니라 당파성을 떠나 민주주의의 회복을 묻기 위해 원로를 만나는 행보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금 국론이 분열돼 있고 민주주의가 땅바닥에 떨어졌으니 원상 회복을 시키고, 국론을 통합하는 쪽으로 나가는 데 노력해 달라고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이번 주에 정 회장을 직접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행이 역점을 두고 직접 강조하는 건 ‘경제’다. 한 대행은 연일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서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한 대행은 이날 공개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경제 마찰에 대해 “매우 고통스럽다”면서도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군의 주둔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통상 전문가’ 이미지뿐만 아니라 대선 주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관세 압박에 대응할 적임자는 한 대행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기류가 뚜렷하다.
한 대행 주변에서는 대선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손영택 총리 비서실장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총리실 내 정무직 공무원들도 한 대행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경우 대거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 대행의 사퇴와 출마선언의 구체적 시기는 미정이다.
다만 30일 한국을 방문할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의 만남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이후로 점쳐진다. 이에 5월 1일부터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사이에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고 효과를 극대화할 만한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