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상 교체에 나선 28일 서울 종로구 T월드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온라인 예약을 안내받고 있다. 뉴스1

"과거에 발생한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해킹 사건이 집 주소가 털린 것이라면, 이번 사건은 집 도어록 번호가 털린 것과 같을 정도다."

최근 SK텔레콤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구독자 88만 명을 보유한 테크 전문 유튜버 '테크몽'이 내린 분석이다. 가입자 개개인을 식별하는 유심 정보가 털린 사건인 만큼, 과거 사례와는 '급' 자체가 다르다는 얘기다.

테크몽은 지난 27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유심만 바꿔주면 끝? SKT 해킹이 진짜 심각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선 "지금까지 (통신사) 해킹 사건으로 털린 것은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심하면 사이트 아이디와 비번 수준으로 이 정보를 취득한 해커들이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어 사기를 치는 수준이었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 털린 정보는 최종 결제와 관련된 인증 정보일 소지가 있어 해커들이 사용자를 속이기 위해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 필요도 없이 바로 통장에서 돈을 빼 가거나, 이상한 사이트에 가입한 뒤 결제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신사서 가장 보안 철저한 HSS가 털린 것"

테크 유튜버 '테크몽'이 27일 자신의 계정에 올린 '유심만 바꿔주면 끝? SKT 해킹이 진짜 심각한 이유'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테크몽' 계정 캡처

따라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이전 사례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게 테크몽의 진단이다. 현재까지 SK텔레콤 유심 해킹으로 빠져나간 정보는 △유심과 관련된 가입자 식별번호(IMSI) △휴대폰 고유식별번호(IMEI) △유심 인증키 등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본인 인증' 관련 내용이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테크몽은 "우리가 (특정)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아이디 찾기, 비밀번호 초기화, 결제 등을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본인 인증 방식은 '통신사와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스마트폰으로 인증번호를 받고, 이를 입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이 해킹당한 곳은 홈 가입자 서버(HSS)로, 인증 관련 서버다. 통신사에서 가장 보안이 까다로운 곳이 해킹돼 IMSI 값과 유심 인증키까지 털렸다면,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 있고 피해 금액은 계산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사태"라고 짚었다.

"인증키까지 털린 과거 사례는 없어"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매장 테이블에 '유심 재고 소진'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설명을 토대로 테크몽은 과거 KT·LG텔레콤 해킹 사태와 이번 사건을 비교하며 "유출된 정보의 '급'이 다르다"고 못 박았다. "도둑에게 집 주소를 털린 것과 집 도어록 번호가 털린 건 급이 다르지 않냐"고도 비유했다. 그는 "과거 미국의 T모바일에서 IMSI가 털린 사건은 있었으나, 인증키까지 털린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SK텔레콤 이용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로는 '유심보호 서비스 신청'을 꼽았다. 그럼에도 "해커들이 유출된 정보를 조작해 유심보호 서비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하진 않다고 했다. 결국 "물리적으로 유심 교체를 해야 하고, 아예 통신사를 바꾸는 게 가장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영상은 등록 하루 만인 28일, 조회수 80만 회를 돌파했다. "개인정보가 털렸다고 해서 늘 털리던 수준만큼 털린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수준의 개인정보가 털린 것이라니" "통신사에서는 여전히 이번 피해에 대한 어떤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보내지 않아 화가 난다" "집단 소송감"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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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