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가입자 유심 정보를 해킹당해 유심 무상 교체를 시작한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SKT 매장에서 100번을 마지막으로 당일 교체 수량을 마감한 가운데 온라인 예약 페이지도 접속이 안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해킹 공격으로 가입자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이 28일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 곳의 T월드 매장에서 모든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심 교체를 시작했다. 첫날부터 고객들이 매장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열었지만, 역시 가입자들이 몰리면서 접속 장애가 빚어졌다.
SK텔레콤은 “교체 서비스 첫날부터 많은 고객들이 매장에 일시에 올릴 경우 현장에서 큰 불편이 예상된다”며 “유심 무료 교체 예약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이트도 오전 중에 접속 대기 인원이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예약 사이트는 웹페이지 주소(care.tworld.co.kr)나 검색 포털 사이트, T월드 홈페이지 내 초기 화면 배너를 통해 접속할 수 있다. 교체 희망 매장을 선택하면 휴대폰 본인 인증을 거쳐 신청이 가능하다. 예약 완료 후 교체 가능한 날짜를 안내받게 된다.
현재 SK텔레콤 가입자는 알뜰폰을 포함해 25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확보된 유심 물량은 전체 가입자의 4%인 100만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음달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지만, 전체 가입자 대비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SK텔레콤은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동안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장하면서 “(서비스에 가입했는데도) 피해가 발생하면 SKT가 100% 책임지겠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다른 사람이 고객의 유심 정보를 복제 또는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한다.
온라인상에선 SK텔레콤에 책임을 물으려는 가입자들의 집단 행동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에 개설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는 이날 정오 기준 회원이 1만4000만명을 넘겼다. 이들은 “유심 정보는 단순한 통신정보가 아니다”라며 “복제폰 개통,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등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단 소송을 통해 권리를 되찾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SK텔레콤과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사고의 진상 규명에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에 해킹 피해를 입은 SK텔레콤의 홈가입자서버(HSS), 유심 정보 서버 등이 현행 정보통신기반보호법상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채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면서 “관련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과방위 소속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은 SK텔레콤이 해킹 피해를 지연 신고한 사실을 밝혀 회사 측의 대응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기도 했다.
해킹 사고를 틈탄 피싱·스미싱 공격 시도도 등장했다. 검색 사이트에 “유심 무상 교체” 등의 키워드를 입력해 나온 결과를 눌렀을 때 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출처가 불분명한 사이트 접속을 자제하고, 개인정보를 입력하거나 악성앱을 설치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해킹 사고의 여파가 확산하면서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넘게 떨어지며 5만500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현재 정부 부처 공동으로 관련 조사에 착수했지만, 구체적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