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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앙군사위원회 서면 입장문에서 밝혀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 승리적으로 종결”
북·러 조약 등 언급하며 파병 정당성 피력
북한, 김정은 ‘성과’ 부각하며 내부 동요 차단
북한군 추가 파병 및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 상승
정부 “전 세계 안보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규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19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북한이 28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러시아도 전날 북한군 파병을 인정했다. 북·러가 쿠르스크 지역 탈환 주장을 계기로 동맹급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전날 노동신문 등 언론매체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의 모험적인 무력침공을 격퇴하기 위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이 승리적으로 종결됐다”라며 해당 작전에서 위훈을 세운 북한군을 높이 평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점을 공식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측도 전날 쿠르스크의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했다며 북한군이 “중요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정보당국 등은 북한군이 지난해 10월부터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파악했지만, 북·러는 사실 확인을 거부해왔다.

중앙군사위도 이날 북한군이 “대중적 영웅주의와 무비의 용감성, 희생성을 발휘해” 러시아의 영토를 “해방하는 데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중앙군사위는 “조·로(북·러) 두 나라 사이의 굳건한 전투적 우의와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동맹관계, 형제관계의 가장 높은 전략적 높이를 과시한 역사의 새로운 장”이라고 했다. 중앙군사위는 전날 러시아처럼 양측이 지난해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라 파병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조약 제4조는 한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한다.

중앙군사위는 또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를 점령해 “평화적 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형제적 나라 러시아”와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고 세계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조·로 공동의 위업 수행”에 위협을 가했다고 했다. 파병의 정당성을 피력한 것이다.

북·러가 동시에 북한군 파병을 인정한 데는 끈끈한 양국 관계를 과시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미국 등과의 종전 협상에서, 북한은 향후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지렛대를 높이려는 한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국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파병 인정으로 ‘러시아라는 강대국과 군사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대미 협상력 제고를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북·러 관계를 이간질하기 어려워졌다”라며 “북·러가 미국을 상대할 때 더 신장한 레버리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쿠르스크 탈환을 고리로 파병을 ‘성과’로 포장하면서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중앙군사위는 이날 파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의를 위한 싸운 그들은 모두가 영웅이며 조국의 명예의 대표자들”이라며 “우리 수도에는 곧 전투위훈비가 건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높은 수위의 보훈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홍민 위원은 “북한군 희생을 ‘영웅적 위훈’ 및 ‘승전’ 프레임으로 전환해 김 위원장의 대외적·군사적 성과로 극대화하는 선전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파병을 감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북·러가 조약 이행 차원에서 연합군사연습을 실시하거나, 나아가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첨단 기술 등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 조약 제4조에 따라 북한군 파병이 결정됐다고 밝힌 만큼 북한의 추가 파병 가능성이 있다”라며 “북·러 관계가 더 발전할 수 있고, 특히 군사기술 이전 등 파병의 대가로 점진적 군사협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병 공식 인정을 계기로 북·러가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포로 2명의 송환 문제를 두고도 수면 위에서 협의할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양자 회담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는 5월9일 러시아 전승절 전후가 우선 거론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대한 북한의 파병이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임을 지적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구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하며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와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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