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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0만명 바꿔야 하는데 유심칩은 100만개뿐
SKT 고객들 28일 아침부터 ‘오픈런’… “유심보호서비스 가입했지만 불안”
SKT “5월까지 유심 500만개 추가 확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티월드 매장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들이 줄을 서 있다./윤예원 기자

“오늘 바꿀 수 있긴 한 거에요?”

“일단 오후에 다시 오세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티월드 매장 앞. 매장 직원과 SK텔레콤 가입자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 매장은 유심(USIM·가입자식별장치)을 100개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이미 100명 이상의 가입자가 몰리면서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매장 직원은 번호표를 받은 가입자는 이날 오후 3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안내했다.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유심 없어”
SK텔레콤 가입자들은 회사 측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통을 터트렸다. 40번대 번호표를 받은 한 남성 고객은 “번호표를 받으면 유심을 교체할 수 있긴 한거냐”라고 묻자, 매장 직원은 “일단 와 보시라”고 답했다.

약 1시간 대기한 끝에 10번대 번호표를 받은 한 여성 고객은 “갑자기 직원이 나오더니 ‘유심 없다’면서 다 돌아가라고 하더라. 줄 선 사람들이 항의하니 번호표를 나눠준다. 왜 잘못은 회사가 해놓고, 우리가 화를 내야 해결을 해주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티월드 매장에서 유심 교체를 위해 나눠준 번호표./윤예원 기자

최근 해킹 공격을 받은 SK텔레콤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유심칩 무료 교체에 나서면서 전국 SKT 티월드 매장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매장 대부분은 본사로부터 충분한 유심을 공급받지 못해 가입자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만난 가입자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SK텔레콤을 이용한 장기 고객들로, 금융 사기 피해 등을 우려해 유심을 교체하러 왔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매장에 1호로 도착했다는 이기식(50)씨는 “혹시 몰라 휴대폰 안에서 비대면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은 다 지웠고, 유심보호서비스도 가입했다. 요즘 해킹 범죄가 워낙 고도화돼서 너무 불안하다. 솔직히 휴대폰을 교체할 생각도 해봤다. 10년 넘게 SK텔레콤을 이용했는데, 아직 회사로부터 유심보호와 관련한 개별 문자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을 20년 넘게 이용했다는 A(65)씨도 오전 8시 40분쯤 티월드 매장을 찾았다. 그는 “집 근처에는 직영점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 다섯 정거장을 왔다. 누구의 어떤 정보가 털렸는지 회사가 고지를 해주면 이렇게 답답하겠나. 몰라서 불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매장 관계자는 오전 9시 30분쯤 매장에 도착해 영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줄 서 있던 이용자들이 “유심 바꿀 수 있냐”라고 묻자 침묵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 인근 한 매장 역시 오전 10시 기준으로 100명이 넘는 긴 줄이 섰다. 상왕십리부터 마장까지 인근에 거주하는 이용자들이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해당 매장 역시 유심칩을 60개 정도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8시 10분에 도착했다는 정명선(77)씨는 “유심보호서비스도 가입했지만, 불안해서 유심을 바꾸러 왔다. 아내도 SK텔레콤을 사용하는데, 혹시 돈이 빠져나갈까 봐 은행 계좌도 막아뒀다. 어떤 정보가 빠져나갔는지만 알아도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인근 티월드 매장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들이 줄을 섰다./ 윤예원 기자

유심 대란 계속될 듯… 물량 절대 부족
SK텔레콤이 28일 오전 8시 30분 유심 교체 예약시스템을 연 가운데, 현장에서는 예약자와 대기자 간의 충돌도 벌어졌다. 온라인 예약을 하고 한 티월드 매장을 방문했다는 안모씨는 “예약 방문을 했는데, 대리점에선 예약 없이 방문한 고객부터 응대해 줬다”며 “이럴거면 예약을 왜 받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해당 매장 역시 유심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이용자들에게 오후 1시에 다시 오라고 안내했다.

예약 시스템이 개통된 직후인 이날 오전 SK텔레콤 공식 홈페이지인 티월드의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은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SK텔레콤이 현재 보유한 유심이 전체 이용자의 4.4%인 100만개 수준으로, 유심 대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알뜰폰 이용자들을 합쳐 전국에 약 248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전 국민의 약 절반 수준이다. SKT는 5월까지 유심 500만개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전체 이용자의 20% 수준이다.

앞서 SKT는 악성코드로 인한 유심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현재 과기정통부에서는 민관합동조사단으로 사고 원인 및 규모를 조사 중이지만, 해킹된 정보의 종류는 규명하지 못했다. 업계 및 정부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두 달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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